#1. 법원에서 20여 년 근무한 A 부장판사는 최근 법복을 벗었다. 지금 받는 급여로는 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두 자녀의 학원비 등 교육비는 물론 대출 이자 부담이 상당해 버틸 수가 없었다. #2. 법원에서 약 30년간 근무한 B 부장판사도 마찬가지였다. 자녀가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학비가 필요했다. 가족들과 떨어져 지방 근무를 하느라 거주지를 구해야 했는데, 대출을 받아야 했다. 그는 “가난한 가장으로서의 모멸감이 가장 결정적인 사직 이유”라고 말했다. 법원을 떠난 퇴직 법관 대다수는 처우를 가장 큰 이유로 꼽는다. 경력 약 20년차의 판사가 받는 급여는 기본급과 각종 수당을 합쳐 연봉 1억5000만 원 수준이다. 20년차 대형 로펌에서 근무한 파트너 변호사는 업무 성과에 따른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어림잡아 연봉 5억 원 이상의 급여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3배 이상 급여 차이가 나는 것이다. 비슷한 연차의 다른 직군과 비교했을 때도 판사 연봉은 낮은 수준이다. 대기업 임원이 되면 연봉으로 2~3억 원을 수령 한다. 20년차 판사 보수는 대형 로펌의 신입 변호사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대형 로펌 신입 변호사 연봉은 1억6000만 원에서 1억8000만 원 선이다. 갓 로스쿨을 졸업한 아들뻘 변호사보다도 급여가 낮은 것이다. 법관 출신 변호사는 “33년차 아버지 판사의 월급이 3년차 자식 대형 로펌 변호사 월급보다 적다”고 말했다. 약 10년간 법관 생활을 했던 한 변호사는 “법관으로 근무하면서 이 돈을 받고 이 정도나 되는 업무량을 감당해야 하나 싶으면서 자괴감이 들었다”며 “내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고 싶어 법원을 떠나게 됐다”고 했다. 대법관을 지낸 한 법조인도 “시대가 변한만큼 더 이상 자긍심과 사명감만으로 법관에게 낮은 급여를 받아들이라고 할 수 없다”며 “능력 있는 법관에게 ‘좋은 재판’을 받으려면 국가가 그만큼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등법원 판사(고법판사)를 지낸 변호사는 “나도 적은 급여로 가족들과 떨어져 지방 근무를 해야 했고, 아이들 교육에도 투자를 해야 하는 시기여서 법원에 계속 붙어 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박수연 기자   sypark@lawtimes.co.kr   한수현 기자   shhan@lawtimes.co.kr   안현 기자  hyun@la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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