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권택경 기자] 약세장이 지속되면 장미빛 전망 가득하던 성장 산업에서도 회의론이 고개를 들기 마련이다. 게임 구독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게임 패스는 올해 1월 구독자 2500만 명을 확보하며 게임 구독 서비스 시장을 선점했다. 게임 구독 서비스에 회의적인 입장이었던 소니도 비슷한 서비스를 선보이며 대세에 올라타는 듯 했다. 하지만 최근 게임 업계 관련자 및 인플루언서들이 최근 잇따라 게임 패스 구독을 해지한 사실을 고백하는 등 미묘한 분위기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게임 패스도 ‘구독 피로'를 피해 가지 못하면서 성장 한계에 부딪히지 않겠냐는 조심스러운 관측이 나온다.
출처=셔터스톡
회의론에 불을 지핀 대표적인 인사는 미국 워싱턴포스트 게임 담당 기자인 진 박이다. 진 박은 지난달 22일 트위터에서 “처음으로 게임 패스 구독을 해지했다. 게임 패스를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는 걸 인정해야 했다. 언젠가 다시 구독하겠지만 지금은 구독할 이유가 없다"는 글을 남겼다. 하드웨어 전문 매체 탐스가이드의 토니 폴란코도 이날 트위터에서 “게임패스는 훌륭한 서비스지만 내가 구독을 유지하게 할만한 AAA 독점작은 없다"면서 “타이틀이 추가되기 시작하면 그때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게임 전문 매체 코타쿠는 이를 언급하며 “수년간의 유행 끝에, 게임 패스 번아웃이 왔다”고 보도했다. 코타쿠는 “게임 패스는 올해에는 아직 ‘내 돈을 가져가요'라고 할만한 게임 라인업을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몇 년에 비하면 올해 게임 패스 라인업이 크게 약화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포르자 호라이즌5’와 같은 대형 독점작이 공개됐던 지난해 연말에 비하면 올해 상반기에는 이렇다 할 대형 독점작을 공개하지 못 했다. 설상가상으로 연내 출시 예정이던 기대작 ‘레드폴’과 ‘스타필드’가 내년 상반기로 출시를 연기하기도 했다. 물론 반전의 여지는 있다. 엑스박스는 오는 6월 13일 ‘엑스박스-베데스다 게임 쇼케이스’를 앞두고 있다. 연기된 대작 게임들의 정보나 아직 공개되지 않은 신작 정보가 대거 공개될 가능성이 있다.
올해 11월 출시와 동시에 게임 패스 등록 예정이던
일부 유명인들의 구독 해지 사례를 놓고 게임 패스 번아웃이나 회의론을 언급하는 건 지나친 확대 해석이라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를 뒷받침할 만한 게임 패스 구독자 변화 추이와 같은 구체적인 통계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게임 패스 번아웃을 둘러싼 논의가 ‘매우 멍청하다'고 꼬집기도 했다. 구독 서비스가 넘쳐나는 시대에 사람들이 일시적으로 구독을 해지했다가 다시 구독하는 건 일반적인 행태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지적은 결국 게임 구독 서비스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를 비롯한 수많은 콘텐츠 구독 서비스와 동일 선상에서 경쟁해야 하는 현실을 상기시킨다. 리오프닝 시대를 맞으면서 콘텐츠 업계는 야외활동이라는 또다른 경쟁자와 시간 점유 싸움을 해야한다. 구독 서비스들이 나눠야 하는 파이 자체가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게임패스 또한 최근 다른 구독 서비스들과 마찬가지로 일시적 가입자 증가 둔화나 감소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소니도 게임 구독 서비스를 선보였지만 구독 서비스 확대에 적극적인 마이크로소프트와는 확실히 차이가 있다. 출처=플레이스테이션 공식 블로그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이하 SIE) 또한 게임패스와 유사한 새로운 플레이스테이션용 게임 구독 서비스를 선보였지만, 마이크로소프트에 비하면 훨씬 소극적이다. SIE는 게임패스처럼 대형 신작을 발매일에 바로 제공하는 이른바 ‘데이원 릴리즈'는 없을 것이라고 못박고 있다.
SIE는 기존 구독자들이 새로운 구독 서비스로 전환하도록 유도하는 데에도 그리 적극적이지 않다. 현재 기존 구독자들이 새로운 상위 구독 서비스로 전환하려면 잔여 구독 기간에 비례한 차액을 지급하는 수밖에 없다. 구독 기간이 많이 남은 이용자일수록 전환을 위해 내야할 차액 부담이 늘어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오히려 충성 고객을 푸대접한다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기존 엑스박스 라이브 골드 구독자들에게 조건없이 게임 패스로 전환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태도다.
SIE가 이처럼 게임 구독 서비스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게임 패스와 같은 게임 구독 서비스의 성장 가능성을 회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SIE 짐 라이언 CEO는 지난 3월 게임 산업 전문 매체 게임인더스트리와의 인터뷰에서 "게임 구독 서비스가 스포티파이나 넷플릭스와 같은 수준에 도달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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