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김영우 기자] ‘스타트업人’은 빠르게 발전하고 성장하는 스타트업 속에서 일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자 합니다. 정확히는 ‘그들은 무슨 일을 할까?’라는 궁금함을 풀고자 합니다. 많은 IT 기업이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는데, 정작 해당 인재는 그 기업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하잖아요. 예를 들어, 같은 부서, 같은 직함을 가진 구글의 인재와 페이스북의 인재는 똑같은 일을 하고 있을까요?
대전 유성구의 컨텍 2캠퍼스 내부에 마련된 위성 관제 시스템
이번 스타트업人을 통해 만나볼 기업은 ‘컨텍(CONTEC, 대표이사 이성희)’입니다. 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출신의 이성희 대표가 2015년 설립한 컨텍은 글로벌 규모의 우주지상국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우주지상국 데이터 수신 서비스 및 위성 영상 전처리∙활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향후에는 민간용 발사장 건설 및 초소형 위성 제작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하니 그야말로 ‘우주’급 규모의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셈이죠.
이런 회사에서는 어떤 사람들이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요? 컨텍은 국내 우주 산업의 메카라고 할 수 있는 대전광역시에 3곳의 사업 거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취재진은 그 중 한 곳인 컨텍 2캠퍼스를 방문, 응용소프트웨어팀의 김보수 팀장 및 스페이스스튜디오팀의 양희인 팀장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컨텍 응용소프트웨어팀 김보수 팀장(왼쪽)과 스페이스스튜디오팀 양희인 팀장(오른쪽)
-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현재 각자 담당하고 있는 팀의 업무를 소개해 주세요
김보수: 우선 컨텍이 진행하는 주요 업무의 흐름을 설명할 필요가 있겠네요. 위성이 보내는 저궤도 영상 데이터를 우주지상국에서 수신, 데이터의 암호를 해소하는 복호화, 불필요한 정보를 제거하는 전처리 과정 등을 거칩니다. 그리고 이렇게 생성된 데이터는 딥러닝 기술을 통해 고객들이 활용 가능한 형태로 가공됩니다.
제가 이끄는 응용소프트웨어팀은 우주지상국 관제 및 영상 데이터 수신, 데이터 복호화 까지의 과정을 담당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위성영상 수신 및 분석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등, 우주지상국 네트워크를 운용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을 설계하고 있습니다.
양희인: 제가 이끄는 스페이스스튜디오팀은 앞서 설명한 과정 중 데이터 가공 부문을 담당합니다. 우주에서 온 데이터를 영상화하고 편집해서 부가가치를 부여하는 것이죠. 웹 플랫폼을 통해 배포 및 결과 도출이 이루어지며, 딥러닝 기반의 도구를 주로 이용합니다. 고객들과의 접점이 많기 때문에 개발하는 제품(Product)에 대한 애정과 주인의식이 필요하며, 다른 팀과의 원활한 협업 능력도 요구됩니다.
컨텍의 제주 지상국 (출처=컨텍)
- 우주산업은 아직은 다소 낯선 분야인 것이 사실입니다. 여러분들이 컨텍에 이끌리게 된 이유는?
김보수: 저 같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은 전자상거래나 금융 부문의 일을 많이 접하게 됩니다. 저 역시 예전에 그런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만, 한편으로는 과학이나 우주에 대한 동경도 있었죠. 그래서 항공우주연구원 소식에도 주목하곤 했는데, 그 과정에서 컨텍이라는 회사를 알게 되어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과학 발전에도 이바지하는 것 같아 자부심을 느낍니다. 대전에 위치한 중소기업이지만, 다양한 복지를 제공한다는 점도 관심을 끌었습니다.
양희인: 저희 팀은 원래부터 우주 관련 일을 하다가 합류한 인원이 상당수를 차지합니다. 위성 개발이나 관측 센서 개발, 위성 영상 처리 등을 하던 분들이 대표적이죠. 저 역시 위성 센서개발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었는데, 이런 부문의 파급 효과를 키우고 부가가치를 창출하려면 위성 및 지상국을 운영하고, 이와 관련된 처리 기술을 함께 보유하고 있어야 합니다. 컨텍은 이러한 기반을 이미 갖추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CEO(최고경영자)의 비전이 크다는 점도 저의 합류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우주 관련 지식이나 경험이 있는 사람, 혹은 이러한 꿈을 가진 사람의 비전을 잘 실현할 수 있는 회사라고 판단했죠.
- 컨텍은 중소기업이지만 사업 영역은 그야말로 우주급입니다. 컨텍에서 일하기 위해서는 어떤 역량을 갖춰야 할까요?
김보수: 팀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 응용소프트웨어팀의 경우, 주어진 도메인(영역)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우주 도메인의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다면 물론 더 좋겠지만 이보다는 더 중요한 건 도메인을 이해하는 능력입니다. 항상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업무가 전체 도메인에서 어떤 부분인지 항상 생각을 하고 있어야 합니다. 기술에 대한 관심도 중요합니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즐겁게 일하는 마음이지요.
양희인: 스페이스스튜디오팀은 고객과의 접촉이 잦기 때문에 시장 전체를 보는 시야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에도 기회가 많기 때문에 외국어 능력도 있어야 하지요. 이에 더해 다른 사람과 만나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것을 꺼리지 않는 도전정신도 요구됩니다.
그리고 컨텍에는 고학력자나 해외파 직원도 적지 않습니다만, 이보다 더 중요한 건 그동안의 경험 및 보유한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우주 분야에서 일해본 경험이 없는 신입에게도 문은 열려 있으며, 적극적인 자세와 우주를 향한 꿈이 있다면 누구라도 우리와 함께 할 수 있습니다.
- 사업 영역이 특별한 만큼, 컨텍만의 기업문화가 분명 있을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한 소개를 부탁합니다
김보수: 업무 내용이나 회사 생활과 관련해 뭔가 불편하거나 불합리한 점이 있다고 생각되면 적극적으로 의견을 밝히는 것을 권장합니다. 그래야 컨텍의 제품 및 서비스도 개선이 가능합니다. 윗사람에게 대드는 것 같다고 하여 속으로만 참고 있는 건 좋지 않습니다. 여기선 제3자가 보기에는 다소 이해가 되지 않는 의견이라고 해도 나름의 이유와 논리가 있다면 받아들여 지기도 합니다. 토론과 소통, 그리고 패기를 중시하는 기업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해외 전시회 부스에서 바이어와 상담하는 컨텍 CEO 이성희 대표 (출처=컨텍)
양희인: CEO가 주기적으로 비전을 공유하는 것도 주목할 만합니다. 특히 해외에서 열리는 각종 전시회에 직원들과 함께 참여하곤 하는데, 그 때마다 나의 기술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도 합니다. CEO가 대단히 의욕적이고 직원들을 격의 없이 대하기 때문에 컨텍 직원들은 해외 전시회에 CEO와 동행하는 것을 상당히 고대합니다.
또한 ‘답정너’식 소통을 하지 않는 것도 컨텍의 기업문화입니다. CEO가 분명 존재하지만 각 부서의 팀장들에게 의사결정권의 상당 부분을 할애하고 있으며, 평상시 소통을 자주하기 때문에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회의를 거의 하지 않습니다. 팀별 복장을 자유롭게 디자인하거나 팀 캐릭터나 스티커를 만들기도 하는 등, 각 팀의 재량을 인정하는 것도 특징입니다. 그 외에 직책을 버리고 각 임직원을 닉네임(별명)으로 부르는 등, 자유로운 문화가 자리잡았습니다.
- 업무를 수행하면서 어려운 점도 분명히 있었을 텐데 어떻게 극복했는지 궁금합니다
김보수: 처음 입사했을 때 장비 제어를 비롯한 생소한 업무가 많아 업무 파악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팀의 팀장님들, 재무이사님을 비롯한 다양한 분들이 도움을 주었습니다. 제가 고객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혼란을 겪으니 다른 팀장님이 고객을 대신 상대하거나 제가 업무를 파악할 때까지 시간을 벌어주는 등, 부서를 넘은 전사적 지원을 받았습니다. 이런 자유로운 소통이 우주 관련 사업에는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0~30대의 젊은 직원이 많은 점도 이런 분위기 형성에 영향을 줬다고 봅니다.
위성 궤도를 모니터링 하고 있는 컨텍 2캠퍼스 임직원들
- 개인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목표, 그리고 컨텍의 미래에 대한 코멘트를 부탁드립니다
김보수: 컨텍이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우주 분야는 상당히 유니크(희귀)한 영역입니다. 그래서 이 회사에 입사할 때, 앞으로 다른 곳으로는 이직을 하지 못하게 될까 봐 걱정도 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들어와 보니 그 유니크함이 오히려 장점이었습니다. 다른 곳에서 접근하기 힘든 유일무이한 영역을 선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컨텍은 지상국 관련 사업으로 시작했지만, 향후 위성도 발사할 예정입니다. 올해와 내년 사이를 목표로 추진 중이며, 우리가 가진 위성을 통해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외에도 컨텍은 제주도에 부지를 확보하고 ‘(가칭)스페이스 파크’를 만들 구상도 하고 있습니다. 안테나팜 및 교육장 등을 마련해 제주도를 한국 우주산업의 전초기지로 만들 것입니다.
양희인: 우주 산업의 특성상, 컨텍에서 일하면 다양한 국가를 방문하게 됩니다. 남극이나 중동 같은 오지를 포함해서요. 아직 한국에선 컨텍을 잘 모르는 사람이 많지만, 해외 전시회장 같은 곳을 가보면 컨텍 부스는 인기가 상당합니다. 해외 대기업들도 찾아올 정도지요. 그리고 위성을 통해 우주에서 수집한 데이터는 일상생활, 금융, ESG(친환경,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개선) 등 다양한 분야에 접목이 가능하므로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합니다. 언젠가 월스트리트의 정기 보고서에 우리의 동향이 실리게 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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