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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소재의 대명사 '티타늄', 프리미엄 IT 기기의 표준 될까?

IT동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11.02 14:53:08
조회 423 추천 1 댓글 4
[IT동아 남시현 기자] 지난 9월 공개된 아이폰 15 프로는 스마트폰으로는 처음으로 주요 외관에 티타늄을 사용했다. 티타늄은 밀도 대비 강도가 가장 높은 금속으로, 철과 유사한 강도에 무게는 절반 수준이다. 또 생체 적합성이 높아 의료용으로도 쓰이고, 기계적 성질도 우수해 건설, 해양, 항공 우주 등 거의 모든 산업에 쓰이고 있다. 그리고 애플이 애플워치 시리즈 5와 울트라를 넘어 아이폰에까지 티타늄을 채용하면서, 티타늄이 새로운 프리미엄 기기의 기준이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연 티타늄이 산업, 공업을 넘어 일상생활까지 널리 쓰일 수 있게 될까?

희귀한 것 같지만 풍부한 금속 ‘티타늄’



티타늄은 금속 상태로 채굴되는 게 아니라, 제련 처리를 거친 뒤에 사용하는 광물이다 / 출처=셔터스톡



티타늄의 기호는 Ti, 원자 번호는 22의 화학 원소다. 주로 고가의 장비 등에 쓰이다 보니 희귀한 금속 같지만, 그렇지 않다. 티타늄은 1791년 영국의 윌리엄 그레고르가 발견했고, 1825년 발견된 알루미늄보다도 시기가 앞선다. 티타늄은 지각에서 9번째로 풍부한 원소이며, 금속으로는 7번째로 흔하다. 19위인 텅스텐, 26위인 구리, 37위인 납 등과 비교해 훨씬 흔한 금속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티타늄을 쉽게 접할 수 없는 건 물리적 특성 때문이다. 티타늄은 녹는점이 1668도로 매우 높고, 순수한 금속으로 재련하기가 매우 어렵다. 상용 목적으로 처음 생산된 것도 발견 후 150년이 지난 1947년에야 이뤄졌다. 티타늄을 상업적 용도로 제련하는 국가도 현재 중국, 러시아, 일본, 미국,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 인도 정도고, 우리나라도 지금까지 전량 수입하다가 22년에 들어서야 원천 기술을 확보했다.


티타늄은 가공이 매우 어려운 난삭재다 / 출처=킹스버리



순수한 상태로 제련하는 것도 어렵지만, 가공도 어렵다. 티타늄이 500도를 넘기면 공구 재료와 화학적으로 반응하기 시작하며, 그렇다고 낮은 온도를 유지하며 절삭하면 공구 수명이 빨리 닳아 가공 단가가 상승한다. 탄성률이 높아 진동도 많이 발생하고 절삭날을 튕겨내기도 하며, 절삭 과정에서 생긴 티타늄 조각들이 자연발화할 수 있어 진공이나 불활성 가스를 채워 깎아야 한다.

즉 티타늄 자체는 의외로 흔한 원소지만, 순수한 티타늄을 얻는 과정의 난도가 높고, 이를 가공해서 상품화하는 절차가 어려워서 보기 힘든 것이다.

티타늄 소재, 어떻게 활용되고 있나?


티타늄 제련과 가공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사실은 이미 일상생활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바로 금속 형태가 아닌 화합물인 이산화티타늄 형태일 때다. 이산화티타늄은 일상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백색 안료로, 채굴된 티타늄의 95%는 금속이 아닌 이산화티타늄 형태로 가공된다. 흰색 페인트나 종이 표면 코팅, 플라스틱 충진제는 물론 고무나 식품, 화장품 등에도 폭넓게 사용된다. 흔히 사용하는 선크림의 성분표에서 이산화 티타늄을 찾을 수 있다.


화장품에 사용되는 이산화티타늄(Ti02) 파우더 / 출처=셔터스톡



금속 형태라면 또 다르다. 티타늄은 기계적 특성이 우수해 산업 분야에서 각광받는 소재다. 티타늄은 바닷물에 거의 부식되지 않아 선박의 추진축 등 부품, 해수 담수화 장치, 잠수함 재료 등에 사용되고, 스쿠버다이버용 나이프, 시계의 몸체 등에도 사용된다. 높은 인장 강도대 비율과 내식성, 피로 저항성 덕분에 항공기나 함정은 물론 항공기 엔진, 우주선, 미사일 등 항공 우주 분야에서도 널리 쓰이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또한 티타늄은 독성이 없고 신체에서 거부하지 않는 재료여서 치과 임플란트나 수술 도구, 고관절 볼 및 소켓, 인공 뼈 등에도 폭넓게 사용된다. 특히나 티타늄이 비 강자성체여서 티타늄을 체내에 삽입하더라도 자기공명영상(MRI)를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일상적으로는 피어싱 등에도 티타늄이 사용되고, 최근에는 합금 형태로 3D 프린팅 하는 방식까지 개발되고 있다.


애플은 과거부터 종종 티타늄을 사용해왔는데, 스마트폰에 적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출처=애플코리아



IT 기기에 사용된 것 중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애플 파워북 G4다. 2001년 출시된 애플 파워북의 초기 버전은 전체 외관이 티타늄이었다. 당시로서는 작고 가벼운 노트북을 만들기 위해 티타늄을 썼고, 단가나 가공성 등의 이유로 2년 뒤에 알루미늄으로 대체했다.

이후 티타늄은 가공의 어려움과 단가 등의 문제로 IT 기기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았고, 스피커의 부재료나 액세서리 등에 주로 쓰였다. 그러다 애플이 2019년 애플워치 시리즈 5에 처음으로 티타늄을 도입했고, 22년에 애플워치 울트라에도 적용한다. 이어서 올해 출시된 애플 아이폰 15 프로에 티타늄이 사용하기 이른다.

삼성전자도 티타늄 도입, 단가 너머 대세 될까?


한편 삼성전자 역시 내년 출시될 갤럭시 S24 시리즈에 티타늄 프레임을 적용할 것으로 예측된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이미 티타늄 프레임 관련 기술은 갖췄고, S24 전체에 적용할지 울트라에만 적용할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삼성까지 티타늄을 사용하게 된다면 앞으로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티타늄 채용이 보편화하고, 더 나아가 규모의 경제 실현으로 티타늄 적용 범위가 더 넓어질 수 있다.


전 세계 티타늄 생산의 60%가 중국, 나머지가 러시아 외 기타 국가다. 티타늄이 대중화되려면 지정학적 문제도 넘어서야할 과제다 / 출처=네이처



이미 중국 비철금속 산업협회는 아이폰 15 프로로 인해 중국 내 티타늄 생산이 약 3~4%, 최대 1만 톤이 추가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삼성까지 합류하면 그 폭은 더욱 커질 것이다. 관건은 도입 단가다. 티타늄 프레임은 기존 알루미늄 프레임과 비교해 적어도 4~5배가량 비싸고, 그 비용은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만약 노트북 등에 티타늄 사용이 보편화되면 전반적인 가격 상승의 요인이 될 수 있다. 티타늄이 규모의 경제를 등에 업고 대중화될지, 프리미엄 제품의 상징으로만 사용될지는 지금이 분기점이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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