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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태의 디지털자산 리터러시] 2. 자산 규제와 진흥의 균형이 필요한 시점

IT동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6.10 15:46:45
조회 164 추천 0 댓글 0
[IT동아]

[1] 지금 당신이 디지털자산에 관심을 가져야할 이유https://it.donga.com/105437/

[2] 디지털자산 규제와 진흥의 균형이 필요한 시점

[3] 디지털자산 갈라파고스 탈출을 위한 제언 1) 법인참여 허용

[4] 디지털자산 갈라파고스 탈출을 위한 제언 2) 실명계좌제도 개선

[5] 디지털자산 갈라파고스 탈출을 위한 제언 3) 해외 투자자 허용

[6] 한국형 비트코인ETF 출시를 위한 선결 조건

[7] 디지털자산 규제 샌드박스가 필요한 이유

[8] 건전한 디지털자산 시장을 위한 민간 중심 감시시스템 구현

[9] 디지털자산 업계의 다양성 확보와 건강한 생태계 조성


2021년 국내 한 스타트업이 개발한 인공지능 챗봇이 성희롱 피해를 입으면서 사회 이슈로 번진 적이 있다. 이후 챗GPT를 비롯한 관련 기술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인공지능의 윤리 문제는 더욱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갑론을박이 오가지만, 인공지능의 일부 부정적인 측면 때문에 기술의 연구개발 자체를 막아야 한다는 의견은 많지 않다. 기술의 중립성 덕분이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 덕분에 인류의 생활은 풍요로워졌다. 자동차에서부터 컴퓨터, 스마트폰 등 첨단 기술이 없는 삶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그런데, 자동차 사고가 많다고 해서 자동차 개발이나 출시를 막지 않는다. 무분별한 스마트폰 이용이 아이들의 정서발달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하더라도 스마트폰 개발과 확산을 막지 않는다. 이들 신기술의 순기능이 악기능보다 크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디지털자산도그렇다. 시장에서 많은 사건 사고가 일어난다. 이해하기 어려운 기술, 복잡한 사업구조 때문에 다단계, 리딩방, 보이스피싱 등 각종 사기에 연류된다. 하지만, 신기술을 빙자한 사기가 많이 일어난다고 해서 기술 연구와 개발, 그 자체를 막는다면 미래는 없다. 문제가 있다고 해서 그 자체를 단순히 틀어막는 것은 가장 1차원적인 문제해결 방법이다. 기술이 사회적 순기능을 가져올 수만 있다면 이를 가장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 우선이다. 인류의 가장 큰 장점은 어려운 점, 불편한 점을 개선하여 삶에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창의력 아닌가.

특금법과 이용자보호법, 규제의 시작

우리나라 정부는 자금세탁방지를 목적으로 2021년 특정금융정보법을 개정했고, 이 법률로 디지털자산 시장을 규제하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가상자산 사업자(VASP)라는 법적지위가 생겨났고 거래소, 수탁업자, 전자지갑업자 등이 지켜야 할 책임이 주어졌다. 자금세탁방지 준수라는 명목으로 전자화폐의 속성을 지닌 디지털자산을 포괄적 금융테두리 안에 넣기 시작한 것. 이후 21대 국회는 작년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을 제정하고 오는 7월 시행을 앞뒀다.


디지털자산 산업의 부작용은 줄이고 순기능을 강화할 정책이 필요하다 / 출처=엔바토엘리먼츠



통상적인 금융산업에서는 정부 주도하에 관련 산업을 위한 업권법, 즉 은행법, 자본시장법, 여신전문금융업법 등이 먼저 만들어진다. 그 다음 규제법, 일명 소비자보호법이 생긴다. 세계 규제 흐름에 맞춰 우리나라 정부 당국도 금융위원회를 디지털자산 주무부처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디지털자산은 금융업의 관리 수준, 즉 규제 프레임이 금융업의 눈높이에 맞춰졌다. 대표적인 법안이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이다.

디지털자산은 여타 금융업의 발전 양상과 달리, 규제에서부터 산업의 기틀이 먼저 만들어지고 있다. 이는 마치 은행업에서 금융소비자보호법이 먼저 제정되고 은행법이 생겨난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디지털자산은 화폐, 자산 등 금융에 가까운 역할을 하기 때문에 사회적 파급력, 폐해가 크다는 점에서 시장 특수성을 고려한 조치이다. 하지만 기술의 진흥, 업권의 발전을 배제하고 오로지 규제만을 강조해 나간다면 결국 국내 시장은 도태되고 해외와 격차만 벌어지게 되는 꼴만 일어날 것이다.

산업진흥 정책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

필자가 운영하는 스타트업도 해외진출 타진을 위해 잠재적 수요를 가진 해외 고객사에 서비스를 소개한 적이 있다. 이들이 요구하는 기능은 우리가 개발한 상품의 기능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었다. 그럼에도 이미 기본적인 블록체인 기술은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추가 기능 개발에는 시간과 비용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해외 고객사가 요구하는 기능을 추가 개발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그레이 규제 영역으로 뛰어들어야 하는 리스크를 안아야 했기 때문이다. 규제 특수성으로 인해 신규 기술, 기능을 제공할 방법이 없었다. 앞으로도 규제 일변도의 정책 기조가 지속된다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할 동인이 없어진다. 해외에서 흔히 쓰이는 범용적인 기능일지라도, 국내 규제 때문에 이를 개발할 수도 판매할 수도 없다면 고객사들은 해외기업으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다.

이미 블록체인, 디지털자산의 세계 경쟁 체계가 만들어졌다. 세계 모든 국가들이 동시에 동일한 수준의 규제 제한을 가하지 않는다면 국내 산업은 상대적으로 도태될 수 밖에 없다. 청소년 게임 이용을 제한한다고 해서 게임사의 기술 개발과 구현을 제한한다면, 국내 게임 산업 경쟁력이 뒤쳐질 수 밖에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디지털자산 시장에 우호적이라고 알려진 싱가포르는 디지털자산 기업의 창업, 기술이전, 연구개발을 지원하는 대신 자국민의 디지털자산 투자는 엄격히 제한힌다. 철저히 자국의 이익만 위한 정책이다. 우리도 세계 유행에 맞게 블록체인, 디지털자산 기술, 산업 발전은 도모하되 자국민 투자자를 보호할 묘안을 찾을 수는 없을까.

우리나라 정부는 규제자유특구 제도를 운영한다. 특정 구역을 지정하여 각종 규제를 유예, 면제시켜 자립적이고 지속적인 성장기반을 마련하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이미 부산시는 블록체인에 특화된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됐다. 대구시, 인천시 등도 과기부 국고지원을 통해 블록체인기술 혁신지원센터를 설립하고 운영 중이다. 이러한 제도적 장치를 최대한 활용해 그동안 실행하지 못했던 기술개발, 정책들을 과감히 실행해볼 수 있는 테스트베드 환경을 마련했으면 한다. 새로운 도전과 시행착오 없이 성공을 바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글 / 정구태 인피닛블록 대표

시중은행 디지털금융 전략기획자 출신으로 디지털자산 커스터디 ‘인피닛블록’의 공동 창업자 겸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디지털자산 인프라 협의회 협의회장, 한국핀테크산업협회 이사, 한국핀테크지원센터 혁신금융 전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 ‘새로운 시대의 부, 디지털자산이 온다’, ‘블록체인 트렌드’ 등이 있다.

정리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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