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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이 IT(잇)다] 마늘 분류에 비전인식 AI 접목한 '젠틀파머스'

IT동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6.21 14: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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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AT x IT동아] 한국농업기술진흥원과 IT동아는 우리나라 농업의 발전과 디지털 전환을 이끌 유망한 스타트업을 소개합니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상품, 그리고 독창적인 기술로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할 전국 각지의 농업 스타트업을 만나보세요.

[IT동아 남시현 기자] 우리나라의 1인당 연간 마늘 소비량은 2018년 기준 7.3kg에 달한다. 이를 365일로 나누면 하루에 20g, 마늘 약 네다섯 알 정도에 해당한다. 꼭 생마늘을 먹지 않더라도, 김치나 국 등에 양념 형태로 매일 먹는 양이 상당한 것이다. 그만큼 마늘은 한국인의 식탁에 없어선 안될 귀중한 향신료다.

하지만 육쪽마늘을 직접 사서 다듬어 본 사람이라면, 어떻게 대량의 대량의 깐 마늘이 우리 식탁에 이렇게 올라올 수 있는지가 궁금할 것이다. 실제로 공장에서는 수매한 마늘을 건조하고, 기계를 통해 겉껍질과 속껍질까지 분리한 뒤에 수작업으로 모든 마늘의 품질선별 작업을 수행한다. 우리는 편하게 kg 단위로 구매하지만, 그 이면에는 마늘 한 알마다 가공 과정이 이뤄지고 있다.


김재덕 젠틀파머스 대표와 가족들 / 출처=젠틀파머스



이번에 만나고 온 경북 의성에 위치한 ‘젠틀파머스’는 타 공장에서는 여전히 수작업으로 진행되는 깐 마늘 품질관리 과정을 사물인식 기반의 AI로 대체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마늘 업계의 새로운 가공 방식을 제시하는 젠틀파머스의 사례를 살펴본다.

‘마늘 농사는 4대째 가업··· 농업에 IT 합쳐 스타트업으로 거듭’


김재덕 젠틀파머스 대표는 농업인보다는 군인의 길을 걸어왔다. 그는 의성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한국해양대를 졸업한 뒤, 해군 ROTC로 입대해 3년 간 UDT에 있었고, 그 사이 한 차례 해외 파병도 다녀왔다. 전역 이후에는 항해사로도 근무했지만, 가업을 잇자는 생각에 2019년 의성으로 돌아와 젠틀파머스를 창업했다.


김재덕 대표 집안은 4대째 마늘 농사를 짓고 있다. 그 역시 가업을 잇기 위해 농업법인을 설립했다 / 출처=IT동아



그가 아버지를 따라 마늘농사를 짓는 게 아닌 창업을 선택한 이유는 산업의 미래를 고려해서다. 김 대표는 “우리 가문은 4대째 마늘 농사를 짓고 있는 만큼 더 농업의 한계를 절실히 느꼈다. 그래서 마늘 시장의 문제점과 유통 방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농사가 아닌 스타트업으로 사업을 시작했다”라고 창업 계기를 밝혔다. 그렇다면 왜 마늘 농사에는 한계가 있다고 느낀 걸까?

김 대표는 마늘이 ‘비상장 경매’ 품목인 것을 이유로 꼽았다. 우리나라 농산물 유통은 농산물도매시장이 주관하는 상장경매, 도매시장 법인을 거치지 않는 비상장경매로 나뉜다. 상장 경매는 정부 규격대로 거래가 진행되며 가격 형성 과정이 투명하고, 관련 법규를 준수한다. 하지만 마늘은 비상장 경매 품목이어서 농장과 도매상이 직거래하거나 수의 계약 등으로 판매된다.


젠틀파머스가 판매하는 깐 마늘 / 출처=젠틀파머스



이를 놓고 김 대표는 “마늘의 가격은 생산자인 농가, 가공 업자, 유통 업자를 거치며 형성된다. 하지만 유통 위주로 시장이 형성되다 보니 영세한 농민들은 힘을 쓰지 못하고, 사업이 발달하지 못한다. 우리는 직접 재배와 수매, 그리고 가공한 뒤 직접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가격은 저렴하고, 이윤은 극대화하고 있다”하고 설명했다.

마늘 분류에 비전 인식 AI 활용, 비용 절감하고 품질 올려


젠틀파머스가 마늘을 생산하고, 가공한 뒤 직접 유통하는 방식의 사업인 점은 이해가 간다. 그렇다면 어떤 부분에 AI를 도입했기에 농업 스타트업에서 주목을 받는 걸까? 김 대표는 “마늘을 까는 것까지는 기계로 할 수 있다. 하지만 불량 마늘이나 파지, 이물질은 여전히 손으로 분류를 해야 한다. 라인당 열 명이 필요한데, 이 인건비가 모두 가격에 녹아든다. 그래서 사물 인식 기능을 활용해 마늘의 불량 여부를 판단하고, 불량의 배출까지 자동화 한다”라고 말했다.


비전인식을 통해 마늘의 불량유무를 판단하고 이와 연계하여 배출부를 통해 불량으로 판별된 깐마늘을 자동으로 배출하여 인력을 대체한다 / 출처=젠틀파머스



비전 인식에 대한 기술적인 설명도 부탁했다. 김 대표는 “불량 마늘은 아예 까지지 않은 미박피, 깨지거나 불량인 파지, 크기가 작은 악소 세 가지 그룹으로 나누고, 일만 장 이상을 학습했다. 마늘이 지나가면 카메라로 인식하고, 양품 판정된 마늘만 배출구에서 신호를 받고 배출한다. 현재 개발 인력을 별도로 두고 있고, 다른 농산물 스타트업과 기술 협업을 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마늘 분류를 자동화한 것에 따른 이점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선 “우리 공장규모에서는 하루에 수작업 분류 시 열 명이 붙어 약 4톤을 처리할 수 있다. 자동화를 사용하면 세 명이 붙어 약 6톤을 처리할 수 있다. 전체 분류가 끝나고 마늘 꼭지를 떼는 과정은 기계로 불가능해 인력이 붙긴 해야한다”라고 말했다.


김 대표가 마늘 분류기 기기 앞에서 작동 방식을 설명하고 있다 / 출처=IT동아



초신선 상품 가공이 가능한 점도 이점으로 꼽았다. 김 대표는 “우리 마늘은 박피 이후 36시간 내에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신선식품 직배송 기업에서 초신선 마늘로 파는 제품들은 실제로 업자가 박피한 제품을 납품받고, 소분한 다음 소비자에게 가는 거라 우리보다 선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일반 식자재 마트의 마늘은 공판장에서 경매를 하고, 중소 도매, 소매를 거친 다음에 오는 것이므로 덜 신선하다”라면서, 품질 측면에서는 그만큼 초신선이라 자부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스타트업으로의 방향성, 농진원 도움으로 이뤄


이제 막 창업 5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스타트업으로의 성과는 기대 이상이다. 김 대표는 “농진원과는 2021년과 22년에 벤처육성사업으로 기술 실증화에 도움을 받았다. 2년 간의 지원 덕분에 창업도약패키지를 진행했고, 이후 첨단기술사업 선정과 프리 A 투자까지 받으며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 6월 19일에는 씨엔티테크에서 운영하는 농식품 모태펀드에 IR 피칭도 진행한 바 있다. 농업 법인이지만 기술을 사업화하고 기업화를 통해 빠른 시장 점유율을 넓힐 수 있다”라고 말했다.


젠틀파머스는 지난해 뉴패러다임인베스트먼트로부터 프리A 투자를 받은 바 있다 / 출처=뉴패러다임인베스트먼트



젠틀파머스는 앞서 AI 기반 깐 마늘 생산 자동화 시스템뿐만 아니라 AI 빅데이터 기반 한국마늘 생산 및 유통관리 솔루션으로 지난해 9월 중기부 팁스에 선정되기도 했다. 김 대표는 “타 업체는 마늘이 좋다, 어디서 납품했다 정도의 정보만 남는다. 하지만 이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면 마늘 수매처와 구매 일자, 가공 방법, 출고 일자, 마늘 수율까지 이력으로 남긴다. 지금은 거의 개발이 완료돼 지난 5월 29일 입고된 마늘부터 차근차근 실증 단계에 진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마늘의 수매부터 관리, 가공, 이력까지 남기는 모든 체계를 ‘의성마늘 풀필먼트 시스템’으로 지칭하며, 마늘귀신이라는 브랜드명으로 소개한다. 아울러 마늘 가공의 체계 전반을 국내 150여 개의 마늘 가공 업체는 물론 중국, 미국 등에 수출할 계획도 갖고 있다.


김 대표는 마늘 가공의 모든 것을 다루는 ‘의성마늘 풀필먼트 시스템’을 전 세계에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 출처=IT동아



이에 대해 “중국의 마늘 생산량은 전 세계 80%에 달하고, 여기에 마늘 가공 솔루션을 납품할 수 있다. 또 한류가 대중화하며 국산 마늘에 대한 수출도 늘고 있는데 부피와 무게를 줄이기 위해 깐 마늘로 수출한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선도도 줄고 맛도 덜하다. 미국에 솔루션을 구축하면 안 깐 마늘을 수출해 현지에서 분류하는 방식으로 맛과 선도를 모두 지킬 수 있다”라고 시장 가능성을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김 대표는 깐 마늘 생산 자동화를 통해 2027년까지 국내 마늘 점유율 1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는 “국내 마늘 데이터를 보면 매년 10%가 부족하거나 과다해서 가격 등락이 결정된다. 이를 다룰 수 있다면 가격 안정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재도 수익 사업을 위해 마늘즙 등 식음료 사업도 함께 진행하고 있는데, 향후에는 마늘 분류와 비슷한 양파, 생강 등 조미채소에 대한 분류도 마련해 시장을 혁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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