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권택경 기자] 헬스케어 산업에서 의료데이터의 중요성이 날로 커진다. 빅데이터 분석, 인공지능(AI) 등 기술의 발전으로 데이터 활용의 여지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많은 스타트업이 의료데이터를 정밀의료, 신약 개발 등 여러 분야에 활용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개인정보보호법과 의료법 등의 현행법과 규제 안에서는 한계도 있다. 결국 이를 극복한 개인정보주체 개개인들에게 실생활에서 유의미한 편익·혜택을 제공할 수 있는 헬스케어 데이터 플랫폼이 필요하다. 헬스케어 데이터 서비스 기업인 ‘틸더(TILDE)’가 대국민 건강관리 서비스인 ‘헬스스캔(HEALTH SCAN)’을 내놓은 이유다.
김종호 틸더 대표 / 출처=IT동아
김종호 틸더 대표는 “최근 개인 의료데이터의 주권 확보, 건강 및 관련 웨어러블 디바이스에 대한 관심 증가로 국가주도의 ‘마이헬스웨이’ 사업, 민간의 헬스케어 데이터 관리 및 이를 이용한 건강 관리 서비스 등 수많은 플랫폼이 시장에 출시되고 있다. 하지만 질과 양에 있어 우위를 지닌 플랫폼은 대부분 기관 주도”라면서 “모든 기관의 데이터를 통합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소비자 입장에서도 개인정보 관리에 대한 피로도가 상당히 높은 점을 무시할 수 없다. ‘헬스스캔’은 이러한 허들을 해소하기 위한 서비스”라고 말했다.
헬스케어 데이터란 병의원에서 생성되는 의료데이터와 다양한 가정용 의료기기, 스마트 워치와 같은 웨어러블 기기 등을 통해 수집한 건강 데이터를 모두 포괄하는 개념이다. 즉, 건강검진 결과뿐만 아니라 가정에서 측정하는 혈압, 혈당 등 모든 건강 관련 데이터가 이에 해당된다.
틸더의 헬스스캔은 이 헬스케어 데이터를 한데 모아서 개인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게 돕는 앱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및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제공하는 국가검진, 투약 데이터 등을 불러오는 것은 물론이고, 종합검진 또한 결과지를 촬영해 업로드하면 광학 문자 인식(OCR) 기술이 이를 인식해 표준화된 데이터베이스로 변환해준다. 혈압 및 혈당처럼 지속해서 관찰하고 관리해야 하는 데이터 또한 헬스스캔 앱 내에서 모두 기록하며 관리할 수 있다. 이렇게 모인 데이터들을 모두 디지털화하여 시계열 분석, 이상치 알람 등 관련 의학 지식이 없어도 그 의미를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형태로 보여주는 것도 특징이다.
틸더의 대국민 건강관리 플랫폼
AI를 활용한 다양한 생활 밀착형 서비스도 제공한다. 그중 진료과 추천 서비스는 증상을 두 문장 정도로 간단히 설명하면 최적의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진료과를 알려주고, 이용자 주변에 있는 병원과 약국 위치까지 지도로 알려준다. 논문, 의료 기사, 의학 칼럼, 전문 서적 등 1억 1600만 단어의 의학 지식을 학습시켜 만든 한국어 의료 자연어 처리모델(KM-BERT)을 활용했다.
최근에는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의 건강까지 관리할 수 있는 ‘마이패밀리’ 서비스도 출시했다. 본인 동의 하에 가족이 헬스스캔 앱에 기록한 헬스케어 데이터를 살펴볼 수 있는 서비스다. 건강관리에 유의해야 하는 고령의 부모님이나 영유아의 건강 관리를 돕는다.
헬스스캔에 모인 헬스케어 데이터를 의료진과 공유할 수 있는 기능 또한 준비 중이다. 환자의 헬스케어 데이터를 의사가 의료진 전용 웹 서비스를 통해 확인하는 형태다. 김종호 대표는 “기존의 건강 수첩이 한 번 보고 마는 일기 수준에 불과하다면, 헬스스캔 내 입력된 데이터는 의료진과 양방향으로 소통하며 지속적인 통합 관리가 가능하다”면서 “이를 통해 보다 나은 진료 및 상담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틸더의
틸더에서는 헬스스캔 이외에도 병원 대상의 B2B 솔루션인 호스피탈 코어(Hospital-CORE) 솔루션도 보유하고 있다. 각 전문과에서 생성되는 다양한 의료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는 솔루션이다. 김종호 대표는 “통합 의료리포트 작성으로 의료진의 반복적 업무를 줄이고, 수집한 데이터 질도 한층 높여준다”고 말했다.
틸더는 의과대학 대학교수와 연구원들이 모인 연구소 기반 교원 창업 기업이다. 물결표(~)를 뜻하는 틸더라는 기업 이름에는 ‘의료데이터의 끝없는 물결’을 일으키겠다는 구성원들의 의지를 담았다. 김종호 대표는 “학교로부터 기술이전 받은 핵심 원천기술 6건, 저작권 4건 등의 연구 성과와 이를 분석하는 업무를 소화 가능한 인력을 갖췄다는 점이 틸더의 강점”이라며 “의료 및 헬스케어 데이터 관리 및 이를 활용한 실용적 연구에 대한 이해도와 노하우가 풍부하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미국 의료정보학 학회(AMIA, American Medical Informatics Association) 발표 참석 후 틸더 임직원들 모습 / 출처=틸더
현재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연구교수 겸 의료빅데이터연구소 학술연구팀장을 맡고 있기도 한 김종호 대표는 고려대학교의료원 병원정보시스템(HIS, Hospital Information System) 구축 사업에 참여하며 의료 인프라 및 데이터의 가치에 처음 눈을 떴다. 이후에도 다양한 의료데이터 관련 국책과제에서 연구책임자 및 실무진으로 일하면서 노하우를 쌓았다. 김종호 대표는 “헬스케어 분야는 수요도, 해야 할 일도, 할 수 있는 일도 많은 분야”라며 “헬스케어 데이터를 보다 쉽고 효율적으로 활용 가능케 하고, 다양한 서비스 플랫폼을 병원, 기업, 일반 대중 등 여러 대상에 제공함으로써 건강한 사회를 실현해보고자 틸더를 창업했다”고 말했다.
틸더가 지금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2021년 창업 이후 지금까지 힘을 실어준 홍릉강소연구특구의 지원이 있다. 김종호 대표는 “홍릉강소연구특구에는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국책과제 설명회, 투자 유치 설명회 등이 큰 도움이 됐다. 또한 의료기관 자문, 특허 컨설팅, 시제품 제작 지원도 틸더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고 성장하는 데 있어 중요한 발판이 됐다”고 말했다.
김종호 틸더 대표 / 출처=IT동아
김종호 대표는 틸더의 지향점은 “개인의 헬스케어 데이터를 안전하게 관리하고, 다양한 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해 소비자들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라며 “헬스스캔이 사람들의 스마트폰에 헬스케어 데이터를 담는 지갑, 의료진에게는 환자에게 맞춤형 진료와 상담을 제공하는 창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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