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 그럼 약속이야. 사쿠라의 몸이 낫고, 이 어수선한 게 끝나면, 」
아아———그, 약속은.
봄이 됐다.
사람과 만나지 않은지, 꽤 된 것 같다.
혼자 있는 건 괴롭다.
추억만이 되풀이돼서, 전원을 파직, 꺼버리고 싶어진다.
사람이 그립지는 않은 게 위안이지만,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위해서,
———당연하잖아. 빼앗은 이상 책임을 다해, 사쿠라————
……아아, 무언가를 해야지.
혼자 있는 것도 누군가와 있는 것도 괴롭지만,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지만 어떻게 속죄하면 되는지 모르겠다.
이제 와서, 누군가를 위해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
그러니, 이건 자신을 위해서.
약속의 날을 위해서, 해마다 한 종류씩, 꽃을 키우기로 한다.
봄이 됐다.
혼자 있는 것에도 익숙해지고, 누군가와 있는 것도, 아주 조금 재미있어졌다.
하지만 무서운 건 여전하다.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있기만 하면, 전세계로부터『속죄해라』라고 비난 당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하지만 지킬 거야. 이제부터 사쿠라에게 책임을 묻는 모든 것으로부터 사쿠라를 지키겠어. 비록 그게 위선이라도, 좋아하는 상대를 지켜내는 걸, 쭉 이상으로 삼아 살아왔으니까———
정말 제멋대로다.
내 생각엔 말만 잔뜩 하고, 지켜주지 않는 건 제일 악질이다.
그러니까, 절대 간단히 용서해주지 않을 거다.
잔뜩 억지 부리고, 내 몇 배나 곤란하게 해 줄 거야.
응———하지만, 역시 용서해 주자.
위선이라고 하지만, 그 말 하나만으로, 마음이 이렇게나 평온해진다.
무책임하지만, 그렇게 말해준 사람을, 나는 사랑하고, 사랑 받고 있으니까.
봄이 됐다.
봄이 됐다.
봄이 됐다.
봄이 됐다.
찾아오는 사람은 없다.
슬프지는 않지만.
때때로, 내가 제정신인지 의심이 갈 정도로 평온하게, 이렇게 봄을 기다리고 있다.
슬프지 않은 건, 절대적인 것이 있으니까.
괴로운 만큼, 틀림없이 이루어진다고 믿고 있으니까.
하지만, 딱 하나 걱정인데,
「……늦네에, 선배. 이러면 저, 할머니가 되고 마는데요?」
나는 그날까지, 튼튼하게 있을 수 있도록.
봄이 됐다.
최근엔, 생각대로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나는 여느 때처럼, 뜰에 나가서 물을 뿌린다.
「선생니—임———! 도와드리러 왔어요—!」
제자가 찾아왔다.
나는 독학이라 대단한 실력도 아닌데도, 가르침을 구하러 오는 학생이 생겼다.
토오사카의 새 후계자는, 언니와 꼭 닮은 착한 아이였다.
빛을 뿌린다.
내 자리가 된 흔들의자에 앉아서, 뜰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다.
「아. 선생님, 자면 안 돼요. 끝나면 옛날 이야기, 들려줘야 되니까」
그건, 나에게도 즐거운 일이다.
정말 다시 떠올릴 수 있는 건 말만 남았지만, 말은 입에 담기만 하면 이야기가 되어, 그리운 나날을 되풀이한다.
「아, 웃었다. 저, 선생님 웃는 얼굴 좋아요. 우리 욕심쟁이 할머니랑 달리, 굉장한 미인인걸요」
햇살은 따스하고, 시간은 느릿하게, 때로 괴로움처럼 지나간다.
약속의 날을 맞이하기 위해서, 영원히 씨를 뿌린다.
속죄의 꽃.
나의 죄가 사해질 때까지, 여기서 봄을 기다리자.
그리고, 또 봄이 됐다.
세월은 눈깜짝할 새에 지나간다.
눈꺼풀을 닫고, 연다.
언덕에는 온통 벚꽃.
그리운 비탈길에서는, 그 무렵 그 모습 그대로, 소년이 손을 흔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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