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24 박찬호 얘기를 하면서

박찬호의 세부 수비 지표를 근거로

"박찬호는 24 기아 내야진을 지탱하여 기아의 우승에 기여했다. 

김도영과 김선빈은 박찬호의 타격을 보완하고,

박찬호는 김도영과 김선빈의 수비를 보완하는

상호 보완의 관계였다."를 침 튀기며 설명하면

돌아오는 대답 중 하나가

"박찬호는 나이가 있어서... 레인지형 유격수는... 타격 지표가...

그래서 FA 때 잡으면 안 된다."임

근데 내가 말을 꺼낸 주제는 분명 24 박찬호였고,

박찬호가 수비로 팀에 기여한 얘기를 하고 있었음

난 2026년 FA 얘기를 꺼낸 적이 없는데,

2024년 박찬호의 공로를 논하고자 하는 대화에서

앞으로 1년 뒤에 있을 일을 얘기하면 어떻게 답하라는 거임?

그리고 수비 지표를 논하고자 하는데

"아, 수비는 잘하지만...." 이러면서 타격 지표를 들고 오는 건 

대화의 주제와 좀 다르지 않음?

또, 내가 어제 경기에서 박찬호의 호수비를 언급하자

갑자기 최근 박찬호의 wrc 을 얘기하는 건

내 발언의 포인트를 완전히 잘못 짚은 것임

나도 스탯티즈 정도는 볼 줄 알고,

박찬호의 최근 타격이 ㅈ박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음

사실 세부 지표를 볼 필요도 없음 

타율 OPS 다 씹창났는데 뭐하러 거기까지 봄?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은 뭐냐면

선수의 못한 점을 부정하고 덮는 게 아니라

잘한 점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칭찬하고 싶었던 것임

24 박찬호에 대해선 정말 할 말 많음

리그 최상위 OAA를 기록하며 

주변 내야수의 부족한 수비 범위를 덮고

기아 내야진을 지탱하면서

유격수치고 봐줄만한 90 이상의 wrc 를 기록한 건

분명 마땅히 인정받고 칭찬받아야 할 일인데

내가 이 얘기를 하면 꼭 갑자기 26년 FA가 나옴

"아 물론 잘했지만, 나이가 어쩌구... 타격이 어쩌구...

그래서 FA를 잡지 말자!"

이건 내가 바라는 답이 아님

내가 듣고 싶었던 답은,

"아하! 박찬호가 24년 유격수로서 팀 내야를 지탱하고,

그 와중에 타격도 나름 괜찮게 했으니

팀 우승에 상당한 기여를 했구나! 훌륭해!" 였음

어제 기아 경기 내용을 얘기하자면,

박찬호는 몇 번의 호수비를 통해 

KT의 득점 기회를 차단했음

투수전에서 호수비는 경기를 지배하는 중요한 요인임

그래서 내가 박찬호의 무안타 사실을 알고도

수비 면에서 박찬호를 칭찬한 것임

내 입장에서 듣고 싶었던 말은

타격 지표와 FA가 아니라

"아하! 박찬호가 어제 경기에서 호수비를 통해 

KT의 득점을 억제했구나! 좋은 수비였어!" 였음

1년 뒤에 있을 FA를 좀 얘기하자면

박찬호는 얼마든지 놓아줘도 됨

어차피 김규성을 필두로 기회 줄만한 유격수 후보는 많음

그러나, 26년에 박찬호가 다른 팀을 가든 안 가든,

지금은 기아 선수고, 다른 기아 선수들처럼

충분한 존중과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음

잘한 점을 얘기했을 땐, 그 잘한 점에 좀 집중해주셈

못한 점을 얘기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지 않음?

많은 팬들이 잘빨못까 얘기를 함

근데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 중에

진짜 잘빨못까 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음

대부분 잘한 점은 축소하고, 못한 점에 집중하여

결국 자신이 가진 나쁜 인상으로 선수에 대한 결론을 내려버림

설령 잘하는 점보다 못하는 점이 많아 보여도,

잘하는 점을 조금이라도 발견하면

할 수 있는 한 많이 그 점을 칭찬해주셈

기아 팬들은 기아 선수를 사랑하지 않음?

아니면 특정 선수만 사랑받고, 특정 선수는 미움받아야 함?

이게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모르겠음

내가 2009년에 야구를 보기 시작할 때부터

갖가지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들어가면서

주기적으로 특정 선수를 싫어하는 현상을 목격했는데

아마 오래전부터 그랬을 거임

외모가 맘에 안 들어서 선수를 욕하고,

팬카페가 맘에 안 들어서 선수를 욕하고,

인터뷰가 맘에 안 든다고 선수를 욕하고,

그 과정에서 네이버 스포츠 댓글, 디시, 호사방 등등

기아 팬 커뮤는 사랑보다 비난을 더 찾기 쉽게 됐음

사랑이 이기는 거 아니었음?

근데 왜 기아 팬덤에선 분노와 욕설이 더 찾기 쉬운지 

이해하기 힘듦

이제 난 기아가 경기를 지는 것보다

기아 팬덤의 행태를 지켜보다가

더 정신병을 얻을 것 같음

난 기아 모든 선수들을 사랑함

그래서 조금이라도 잘한 점을 보면 칭찬하고 싶음

그래서 칭찬을 하는데 돌아오는 답이

"어쨋든 이 선수는 별로인데?" 하면

내가 슬프지 않겠음?

최근에 박찬호와 관해서 이런 일이 꽤 있어서

박찬호를 예시로 든 거지만,

김도영이든, 네일이든, 위즈덤이든, 나성범이든, 최형우든

누구든 간에 이런 식의 답이 들려오면

난 마음 아파할 거임

물론 선수 간에 편차가 있을 수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난 기아 모든 선수들이 좋음

말을 길게 했는데, 아무리 미운 선수라도

조금이라도 잘한 점이 있으면

못한 점은 나중에 언급하고 

화끈하게 칭찬해주셈

부탁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