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하의 글은 컷 논쟁의 글도 아니며, 서로 갈등과 분란을 만들고 싶은 글은 더더욱 아니어서, 컷 점수 예측에 대한 궁금증만 있으시거나 바쁘신 분들은 읽지 않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단지 저의 개인적인 소회와 이번 시험에 대한 평가 및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서 진솔하게 얘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저는 올해 마지막 도전이라 생각하고 혼신의 힘을 다해 준비해서 시험을 치뤘고, 이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려 합니다. 점수는 만족할 정도는 아닙니다만, 내가 최선을 다해서 준비했던 시험이라고 애틋하게 생각하며, 큰 탈없이 무사히 시험을 치르게 된 것에 신께 감사드리고, 나의 소중한 점수라며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저의 할머니와 어머니는 항상, 제가 건강한 몸으로 시험장에 가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우수한 사람들과 정정당당하게 겨뤄보고 무사히 시험을 치르고 온 것만도 너무나 감사하다고 말씀하셔서 못난 자식을 더욱 부끄럽게 하고 눈물짓게 하시지만, 저 또한 법조인의 꿈을 위해 최선을 다하신 많은 분들께 정말 수고하셨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올해 시험장에서 수정테이프를 여러 분들께 빌려드리게 되었는데, 그런 부분에서 조금이라도 도움을 드리게 된 것도 같고, 감독관님도 온화하신 분이서 편안하게 시험을 치를 수 있었습니다. 저 개인적으론 큰 실수가 없었던 시험이어서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올해 시험을 치르신 분들은 우선은 지친 심신을 추스리시고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하면서 스스로에게 작은 보상이라도 하면서 휴식을 취하심이 어떨까 합니다. 그러면서 차분하게 앞으로의 상황을 예측하고, 지금 우리가 우선적으로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각자 판단해서 자신의 삶을 개척해가야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지금 바로 학원 3순환을 따라가는 것은 개인적으로 말리고 싶습니다. 예전에 그렇게 했다가 5월 6월에 체력이 고갈되어 오히려 역효과가 많이 났던 뼈아픈 시행 착오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후유증은 그 해 2차 시험 후에도 계속 되어 그 다음 해의 재시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최근에 사법시험 1차시험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합격하기 어려운 시험이 되었고, 경쟁상대들도 최고의 수준들의 사람들이 밀집된 것 같습니다. 법원행시도 어려운 시험이지만, 사법시험은 그 진지성이나 공부의 양, 출제방향에 대한 불투명성 등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압박하는 요소가 훨씬 더 많은 것 같습니다.
법행 시험도 사연생들이나 로스쿨생들 중 우수한 학생들도 준비하는 선망의 시험이 되었고 그 경쟁률도 대단하지만, 준비과정에서 기출을 확실히 정리하고, 최신판례와 다소 지엽적인 판례까지 정리하게 되면 해볼만한 시험이라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그러나 지금의 사법시험 1차 시험은 일단 그 준비해야 할 공부양이 엄청나고(이론문제부터 최신판례까지 깊이있게 이해해야 하는데 이 또한 예전보다 훨씬 더 공부양을 늘리는 요소가 되었습니다. 특히 헌재판례의 세밀한 부분까지 물어보게 되면서 헌법 공부의 양이 예전의 2배 정도 늘어난 것을 느꼈습니다), 그 해에 내가 준비한 방향이 당일날 출제된 문제의 경향과 맞아야 하고, 시험장에서 실수가 없어야 하며, 박스형 조합에서 애매한 한 두 지문에서 선택한 문제들 중에서 어느 정도 운이 따라줘야 하며, 특히 체력과 집중력이 극도로 저하된 오후의 민법 60분(마킹 시간 제외)시간에서 폭발적 집중력, 긴 지문과 사례형 문제에서 당황하지 않는 차분함, 긴 글을 실수 없이 빠르게 읽고 이해하는 속독능력과 순간적인 냉철한 판단능력 등이 뒷받침 되어야 합격권에 들어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런 모든 요소를 다 갖추기란 쉽지가 않아서, 내가 다시 이 시험을 치른다고 해서 합격을 장담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갖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합격의 가능성이 공부양에 비례한다면 내가 부족한 부분을 메꾸면 다음에는 꼭 합격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기게 되는데, 어느 해는 판례로 쭉 깔아버렸다가, 어느 해는 사례형으로 도배를 해서 시간 부족으로 실력발휘를 제대로 못하게 하였다가, 어느 해에는 지엽적 조문들로 당황케 하기에 참 어렵고 힘든 시험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컷이 그렇게 높지 않으면 어떻게 출제되어도 합격할 수 있는데, 워낙 능력자들이 많은 시험이라 그 방향에서 유리하게 준비된 사람들이 또 상당수가 있기에, 그 사람들이 합격권에 들어가게 되고 다르게 준비했거나 실수가 있었던 사람들은 낙방의 쓴 맛을 보게 됩니다.
그렇다고 그 모든 출제유형에 다 대비해서 준비하기란 물리적 한계가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는 출제당국과 출제교수들은 많은 반성을 해야합니다. 이 시험은 단순히 자격증 부여 시험이 아니라, 대한민국 판사 검사 등의 고위직 공무원을 선발하는 시험의 성격도 있기 때문에, 공무담임권이라는 기본권 실현이라는 측면에서 전적으로 출제당국에 재량이 부여될 수는 없습니다.
공무담임권의 핵심은 공정한 기회의 부여(공정성과 기회균등)에 있는데, 헌재의 표현을 빌리자면, 국민 누구라도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선발될 기회가 부여되어야 하고, 공무원은 기본적으로 능력주의에 기초해서 공정하게 선발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사법시험은 사법시험법에 나와 있는 대로, 출제방향이 기본적으로 법조인을 선발하는 시험으로서 그 사람의 능력과 지식을 제대로 평가하는 시험이어야 하고, 그 예측가능성이 확보되어야 합니다. 그것은 권장사항이 아니라 국가의 의무이기도 합니다.
약자일 수밖에 없는 수험생들은 매번 억울해도 하소연조차 못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한 없이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되며 스스로를 자책하게 될 뿐, 이러한 기본권에 대한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주장할 용기조차 못 내게 되는 것 같습니다. 특히 요즘에는 로스쿨측에서 낭인이라는 딱지를 붙이며 악의적 비난까지 하고 있어서 심리적으로 더욱 더 위축되는 것도 같습니다.
올해 시험은 어느 때보다 예측이 힘들고 다양한 점수대가 스펙트럼을 형성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 나름대로 평가를 해보자면, 저의 경우 헌법의 경우에는 만점도 받았을 만큼 자신있는 과목이었는데(저는 헌재판례를 강사님들보다 더 깊이 공부를 하는 편입니다), 올해 시험은 시험장에서 답이 확실하지 않은 지문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교수들이 제대로 된 문제를 출제할 실력이 안 되는 면도 있기 때문에(이 부분은 아래에서 상술하겠습니다), 지엽적인 지문들로 컷 점수를 낮추려는 의도가 보였습니다.
교수들이 판례들을 정확히 정리를 못한 상태에서 출제한다는 점은 김유향 강사님도 인정하시는 것 같습니다. 충돌되는 판례가 출제되어서 어떤 생각으로 출제하였는지 물어보니, 그런 판례도 있었냐고 반문을 하더라는 말을 들은 기억도 납니다. 그래서 김유향 강사님도 시험장에서 상대적으로 잘 판단해서 정답을 고르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현실적으로 박스형 출제 방식에서 그런 조언이 실효성을 갖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지금 헌법 출제 교수들 중에서 헌재판례를 김유향 강사님 정도로 정확히 이해를 하고 체계적으로 정리를 하고 있는 교수도 드물 것 같습니다. 각자의 전공 분야에서만 박사급의 실력이 있지, 전체 헌재판례의 흐름을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정리하고 있는 교수는 흔치 않은 것 같습니다. 매년 강의와 저술을 통해 계속 판례를 정리하고 있는 강사님이 더 유리한 측면도 있을 것도 같고, 교수들은 자기 전공분야에만 관심이 많지, 전체 판례를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정리할 시간이 많지 않은 이유도 있을 것 같습니다.
법무부는 출제재량을 이유로, 상대적으로 더 옳은 지문을 고르라는 이유로(박스형 지문 조합에서 어떻게 상대적으로 고르라는 것일까요?), 형식적인 회의의 결과를 이유로(출제자의 동료들이 모인 회의의 결과라면 출제자를 옹호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문제를 덮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불성실한 출제로 인한 피해와 그 위험부담을 수험생들이 떠안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수험생은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 주어진 일이고, 출제교수는 사법시험법의 취지에 맞는 문제를 출제하는 것이 주어진 일입니다.
기출문제들을 분석하다보면, 이 교수가 어떤 의도로 출제했는지, 이 교수가 어디까지 알고 어느 부분을 몰라서 이렇게 출제했는지까지 간파해야 하는 문제도 간혹 보입니다. 국가의 위촉을 받아 사법시험과 변호사시험이라는 중요한 시험을 출제하는 교수들의 자질과 태도는 한 번은 공론화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제가 시험 직전에 변시 기출문제들을 풀어보니, 훨씬 더 깔끔하고 정답도 명확하게 보였습니다. 사법시험에 비해서 깊이는 많이 부족했지만, 중요한 판례 위주로 깔끔하게 출제되는 것 같았습니다.
다만 문제 난이도가 상당히 낮아서 실전 훈련으로서는 부족함이 많다고 느꼈습니다. 또한 배종대 교수님이나 이창현 교수님도 지적하시듯이, 변시 문제가 단순 암기식 문제에서 탈피하지 못 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점에서 로스쿨 측에서 사법시험이 암기시험이며, 그래서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황당한 일이며, 억지에 가까운 공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그러한 출제로 인해 피해를 본 것은 사법시험 수험생이라고 봐야하며, 출제당국과 출제교수들의 그러한 불성실하고 무책임한 직무이행으로 국가 기능과 중요한 제도 유지에 훼손이 생겼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또한 사법시험이 암기시험이라면, 변시 기출은 어떤 시험인지도 묻고 싶습니다. 특히 변시 1회 2회 문제는 허탈할 정도로 쉽고 단순하게 출제되었는데, 그러한 문제를 보고도 사법시험을 비난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사시가 존치되게 되면, 사법시험 및 변시의 출제 방식은 개선될 사항이 많다고 생각되고, 모든 수험생들은 각자의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고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제 생각으로는, 헌법에서 75점 내외를 받았다면 그래도 어느정도 선방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평소에 헌법 점수가 나쁘지 않았던 분들 중에서 60점대 점수가 나온 황당한 경우가 많이 있을 것도 같습니다.
올해는 지엽적 지문으로 정답을 결정하게 만든 문제가 많았는데, 이렇게 출제되어버리면 결국 운에 의해 당락이 좌우되는 결과가 되어서, 공정한 선발이라는 공직자 선발의 핵심요소를 훼손시켜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출제방향이었다고 생각됩니다. 공무담임권이라는 개인의 기본권침해도 또한 문제가 안 될 수 없겠지요.
이번에 헌법에서 90점 내외의 점수를 받으신 분들도, 내가 다시 이 문제를 제한 시간내에 푼다면 이 점수가 나올 수 있을지 생각해보시면 어느 정도 공감이 가실 것도 같습니다. 교수들도 그런 지엽적인 조문들까지 외우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으며, 단지 문제만을 위한 문제였던 문제도 꽤 있었던 것 같습니다.
형법은 어렵지 않게 출제된 것은 맞으나, 예전처럼 100점이 나올 수 있는 문제도 아니었습니다. 거래가액이 거래상 중요한 부분이 아니라는 문제는 저는 기억하고 있었던 부분이었는데(저는 가능한 판례 요지 전체를 꼼꼼히 읽는 편이어서 그 문구가 기억이 났습니다), 시험장에서는 정말 고민되게 하였습니다.
왜냐하면, 엄밀히 말해서, 그 문구는 형법의 문제라기보다 민사적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판례요지 중 가운데 부분을 바꾸더라도 형사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는 문구(예를 들면, 예전에 주거침입죄 문제에서, 남편의 '주거권'을 침해하였다며 함정을 판 문제)를 바꿔서 출제하는 것은 형법적 의미가 있으나, 거래가액이 부동산 권리의 관계에 중요한 의미를 갖느냐 아니냐 그 자체는 형법적 문제라 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굳이 말하자면, '부동산 권리의 관계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이 "공전자기록등부실기재죄의 성립"에 중요한 요소인지 여부는 형법적 문제라고 할 수는 있겠지요.
출제의 예를 들어보면, "부동산 권리의 관계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지 않는 사항이라도 공전자기록등부실기재죄의 '부실한 사실'에 해당한다."(X) 는 방식으로 출제하였다면 형법적으로 유의미한 시험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이 판례의 판결요지[2]의 내용은 형법 판례 중의 민사법적 사항에 관한 내용이기에 형법지식을 테스트하기에 적절하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민사법적 내용이나 특별법적 내용 등도 형사 책임을 묻기 위해 선결적으로 판단될 필요가 있으나, 이러한 내용까지 형법문제에서 그 부분만으로 함정을 만들어 출제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이런 면에서 올해의 형법 문제도 좋은 문제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이런 문제는 형사법적 지식과 능력을 검정하는 시험으로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론적인 문제가 좀 더 늘어난 것은, 단순한 암기식 문제에서 조금 벗어난 것이어서 저는 이런 출제방향이 옳지 않나 생각됩니다. 변시 기출 문제에 비해서는 훨씬 더 고급스럽고 법적 사고력을 테스트하기에 좋았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이번 시험에서 90점 정도면 선방했다고 생각됩니다. 85점 내외면, 다른 과목에서 조금 더 잘 보면 합격할 점수라고 생각됩니다.
민법은 평소에 선방 정도하면(2014년의 경우 80점 정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된다고 생각하며 큰 욕심을 부리지 않고 공부하는데(민법의 논리는 헌법과 형법의 법적 논증과정보다 훨씬 더 치밀하고 복잡하기 때문에, 완벽하게 이해를 하려고 하면 공부양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올해의 경우에도 선방한 정도로 만족하게 되었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75점 내외를 받고, 다른 과목에서 선방 혹은 선방 이상을 하게 되면 합격권에 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2점짜리 문제들조차 긴 설문의 사례형으로 출제된 점, 가족법 문제들이 역대 가장 어렵게 출제된 점 등에서 평소에 민법 실력이 좋으신 분들 중에서도 60점대 중 후반의 점수를 받으신 분들도 꽤 많으실 것 같습니다. 아마 지금 로3 학생들에게 65분의 제한 시간내에 풀라고 하면 60점을 받는 학생도 드물 것 같습니다.
학원 모의고사에서 민법에서 이 정도 난이도가 출제되었을 때 최상위권이 70점 내외였던 것 같습니다. 특히 가족법에서 시간과 점수를 확보하지 못하신 분들은 그 파급력이 상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보기 지문을 꼬아내지 않았고, 소거법이 어느 정도 통할 수 있었던 점에서 침착하게 대응을 잘 하신 분들은 85점 내외의 점수를 받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이상으로 이번 시험에 대한 저의 소회와 평가를 마칠까 합니다.
제가 지금부터 드리는 말씀은 그저 개인의 예측이나 판단일 뿐이므로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진 마시고 이런 생각도 있구나 정도로 읽어주세요.
최근 헌재는 변호사시험 성적 비공개 위헌 결정에서 2012년 판례와는 다른 전제에서 논리전개를 펼치는 것을 느꼈습니다. 문재완 교수님의 평석에 따르면(그 분은 로스쿨 제도를 옹호하시는 분이어서인지, 그러한 판례를 비판적으로 보시지만), 기본적으로 로스쿨측에서 주장하는 거의 모든 제도의 취지를 부정하고, 선발제도로의 사법시험으로 회귀할 의사를 나타내었습니다.
헌재의 입장에서 보아도, 로스쿨측이 주장하는 전문성, 다양성, 공정성,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 등의 효과가 미미하다거나 그 내용이 허구에 가깝다고 평가한 것 같고, 그 폐해가 심각하다고 느낀 것 같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시험 3일 전 정도에 이 게시판에 있던 글을 참조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2012년부터 이미 관련 헌법소원 등이 제기된 상태이고 작년에도 나변호사님과 권대표님 등의 헌신적 노력으로 헌법소원이 추가로 제기되었기에, 헌재에서도 이미 어느정도 검토가 되었다고 보여집니다. 다만, 지금은 국회에서 논의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헌재가 직접 위헌 결정을 내리기보다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최근 헌재의 경향을 보면, 그 논리적 치밀함은 예전의 재판관님들보다는 약화된 듯 하나, 적극적 문제해결에 대한 의지나 능력은 보다 향상된 것 같습니다. 특히 최근 간통죄 위헌 결정이나, 야간시위(야간옥외집회)에서 한정위헌 결정을 하면서, 실질적으로 입법기능까지 맡고 있는 점을 보면 사법적극주의 경향으로 가는 것으로 느껴집니다. 아마 보다 젊은 현직 법관들이 헌재로 들어오시고, 이미 어느정도 헌법 이론은 정리가 되었다는 것도 고려하여, 보다 신속하고 적극적인 권리구제에 더 힘을 쓰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에 대한 당부당은 차치하고, 국회가 제대로 그 기능을 하고 있지 못한 점을 고려하는 고민이 묻어나와서 저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부분이 많다고 생각됩니다. 헌재라도 이렇게 기능을 강화하지 않으면, 대한민국 법치주의 및 실효적 권리구제 기능은 갈수록 퇴보하게 될 것도 같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지금의 사법시험 존폐 논의와 문제해결에서도 국회가 더 이상 기능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판단이 들면, 헌재가 과감하게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신속하고 실효적인 권리구제와 국가 기능의 안정을 위해 여러 입법 방향을 제시할 가능성 있고, 이미 2015년의 변시 성적 비공개 위헌 결정에서 그 의지를 드러내었다고 보여집니다. 위헌결정을 위한 사전 포석이나 암시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이러한 헌재의 상황을 국회에서도 예의주시하게 될 것 같습니다. 총선과 대선이라는 큰 선거가 눈 앞에 있는 현실에서 위헌결정이라도 나오게 되면 그 후폭풍은 상당할 것이기에 국민 여론과 헌재의 판단을 고려하여 국회에서 합의를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옛 열린우리당 의원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정권을 잡았을 때의 대표적인 제도인 로스쿨 제도를 부정하기가 쉽지 않을 것도 같습니다. 그렇게 되면 본인들 스스로 정권을 쟁취할 자격이 부족하다는 것을 시인하게 되므로 상당한 부담이 될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럴수록, 겸허하게 자신들의 오류나 안일함을 시인하고 잘 못된 점을 적극적으로 시정하려는 의지와 실천력이 필요한데, 그 반대의 방향으로 가면서 국민들의 비판에 대해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지내는 것이 오히려 평소 진보 정권에 우호적이었던 사람들까지 등을 돌리게 만드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 문제가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 사법시험 준비생들이나 로스쿨 학생들 모두 각자의 정당한 권리를 적극적으로 주장하여 그것이 정책에 반영되도록 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저는 이 자리에서 또 다시 사법시험 존폐 논의와 관련한 논쟁을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저의 후배의 경우에, 제가 추천해서 모 로스쿨에 입학해서 지금은 변호사 활동을 하고 있는데, 그 후배가 변호사 활동을 하던 중 저에게 찾아와서 여러가지 하소연을 했던 일이 있습니다.
저는 그 후배의 전공(법학 전공이 아닙니다)을 살리면서, 그의 뛰어난 능력(영어 일어 독일어 등 어학능력도 뛰어나고 전공과목 실력도 우수하여 전액장학금을 받고 로스쿨로 진학하였습니다)을 발휘하게 될 것을 기대하며 추천하였던 것인데, 막상 로스쿨에 입학하니, 각 로스쿨이 표방했던 전문성이나 특화교육이 사실상 불능에 가깝다는 것을 느꼈다고 하였고, 실무에 나와보니 능력이나 실력을 떠나서 그 사람이 로스쿨 출신이라는 것만으로 차별이나 멸시가 있어서 서럽다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대형로펌으로 가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조세전문가가 되고 싶었으나 사실상 인맥 등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껴서 또 한 번 서러웠다고 했습니다.
제가 많이 부끄럽고 미안했습니다. 저 또한 건강상의 문제 등이 있어 로스쿨 진학을 진지하게 고려하였으나, 로스쿨의 실상을 알면 알수록 실망스러웠고, 여기에 내가 가게 되면 과연 내가 더 발전하고 더 치열해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되었습니다. 물론 제가 로스쿨에 갈 수 있을 능력이나 스펙이 되는지도 의문이기도 하였습니다.
법대 친구나 후배들 중에서도 사법시험을 준비하다가 사법시험 인원수가 줄어드는 상황과 군대 문제 등의 이유로 로스쿨로 진학한 친구나 후배들이 많이 있는데, 사법시험을 준비할 때보다 더 치열하게 지내지 않게 되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주위 분위기라는 것이 있어서, 방학이 되면 해외여행을 가는 사람들도 있고, 이미 변호사가 된 것처럼 여유부리는 사람도 있어서 위화감 같은 것도 있다고 하였습니다. 또한 변시도 성적이 공개되지 않으니 굳이 치열하게 노력할 동기부여가 절박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말도 하였습니다.
저는 이 자리에서 로스쿨을 비난하고 싶은 것은 아닙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반적으로 법조인이 되기 위한 과정에서 필요한 노력이나 진지함의 수준이 하향 평준화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이 우려스럽고,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 즉, 전인교육과 다양한 경험을 통한 보다 창의적이고 전인격적으로 완성된 법조인을 양성한다는 로스쿨 교수들의 주장이 전적으로 믿기는 어려운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은 듭니다.
그러한 로스쿨 교수들의 주장이 자신들의 문제를 덮으려고 할 때마다 방패막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또 다른 기회를 봉쇄하는 논리로 악용되는 것은 아닌가 생각도 들며, 만약 그러하다면 그러한 교수들이 참 무책임하고 비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로 인해서 사법시험 수험생들은 말할 것도 없고, 제 후배와 같이 정당한 노력과 실력으로 학벌이나 불리함을 극복하고자 하는 다수의 선량한 로스쿨 재학생들도 많은 피해를 입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헌재에서 7인의 재판관들이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셨던 것 같고, 그 내용은 헌재 결정 이유에서 절절히 묻어 나왔습니다. 특히 조용호 재판관님은 "정당한 노력으로 학벌을 극복하려는 로스쿨 학생들의 절규"라는 표현까지 쓰시며 현 제도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을 하신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정말 많은 분들이 그 헌재 결정의 전문을 정성을 들여 "가슴으로" 읽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설문조사나 통계자료를 보면, 이러한 현실에 대해 비판의식을 갖고 로스쿨 개혁을 주장하거나, 사법시험 존치를 찬성하는 로스쿨 교수님들도 계시는데, 왜 적극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잘못된 점은 따끔하게 비판하며 합리적 논의로 이끌어 가시지 않는지 답답하기도 합니다.
거기서 따돌림을 당한다고 굶어죽기야 하겠으며, 내 양심을 지키고 산다고 내가 하늘에 부끄럽게 사는 것은 아닐 것인데, 눈치만 보며 숨죽이며 지내는 교수님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헌재의 인식과 국회에서의 논의 상황, 선거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싶은 각 정당의 정황, 무엇보다 높아진 국민 의식 수준을 고려해보면, 사법시험 폐지는 유예되거나 존치될 가능성이 높거나 예비시험(개인적으론 예비시험보다는 사법시험 제도가 훨씬 더 공정하고 효율적이라고 생각됩니다)제도가 생겨날 가능성이 있고, 로스쿨의 (자율이 아닌 타율에 의한)개혁은 가속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수험생들은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일지 고민해보게 됩니다.
점수가 어느정도 안정권(제 생각에는 250점대 이상)이라고 생각되시면, 차분하게 2차준비에 들어가시고, 불안한 점수(240점 이상)이라면 일단은 2차준비를 하시면서 상황을 지켜보시고, 희망을 걸고 있는 220~240점 점수대 구간의 분들은 희망을 버리지 마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올해 사법시험 공고는 이미 공표되었으나, 그것은 사법시험 폐지를 전제로 공고된 것이어서, 절대적 기준이 될 수는 없습니다. 법적 안정성의 문제나 신뢰보호의 문제 등이 있으나, 만약 국회가 법을 개정하게 되면, 폐지되거나 개정되기 전의 법에 따른 공고도 수정이 가해질 필요가 있게 됩니다.
만약, 국회가 사법시험을 존치하게 되거나, 4년 정도 폐지를 유예하기로 한다면, 그 인원수가 이제 중요한 문제로 떠오릅니다.
저는 로스쿨 재학생들, 특히 법대 출신이나 사법시험 준비했던 경험이 있으신 분들은 공부를 멈추지 말고 계속 하셔서 끝까지 사법시험에 도전하는 것이 그 사람 개인에게도, 국가 전체 이익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됩니다.
내가 불과 총점 몇 점 차이로 2차에서 낙방했는데, 왜 내가 다시 고시 입문할 때 들었던 강사의 기본강의부터 다시 들어야 하는지 참 난감하고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 것 같습니다. 그런 사람은 부족한 부분만 조금만 더 메꿔서 사법시험에 도전할 기회를 주어야 하고, 그래야 본인도 긴장을 풀지 않고 계속 공부를 나아가게 됩니다. 그리고 그 후에 로스쿨에서 실무 분야 공부에 더 집중하거나, 1학년에 패스를 했다면 차라리 자퇴를 하고 연수원으로 바로 가서 본격적인 실무교육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됩니다.
로스쿨 교수들은 자신들의 안위만 걱정하지, 이런 학생들의 부당한 상황, 비효율적인 금전적 지출, 공부의 퇴보 상황, 비법대출신들의 부당한 경쟁상황 등에 대해서는 특별히 언급하는 경우를 많이 듣지 못 했습니다. 오히려 변시와 사시 출제를 거부한다고 했다가(마치 학생들을 위한 것처럼), 갑자기 기득권을 잃게 될 상황에 처하니 태도를 돌변하며 학생들을 타이르는 방향으로 태세 전환을 하며 모든 학생들에게 신뢰를 잃게 되었습니다. 자업자득이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시험 출제가 자신들의 특권인가요? 이 사회의 지식인들에게 부여한 막중한 책임과 사명이 되어야 하지 않을 까요? 자신들의 출제거부로 인해 아무 죄 없는 사법시험 수험생들과 변호사 시험 수험생들(특히 재수생 이상 수험생들)이 피해를 입는 것은 그들의 안중에는 없는 것일까요?
그 정도의 지식인들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희생과 투자가 요구됩니다. 그 가족의 희생은 말할 것도 없고, 대학 교육, 대학원 교육 자체가 많은 사람들의 희생으로 이뤄지는 것이며, 그러한 교육을 통해 그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키우게 되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막노동이라도 하며 힘겹게 살아가는데, 대학생이라고, 대학원생이라고, 대학교수라고 해서 공부에만 열중할 수 있다는 것은 굉장한 특권이라 생각됩니다. 그러한 특권이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에 대해 동의 또는 승인을 해야 하고, 그 사람들이 그 만큼 이 사회에 책임감을 갖고 긍정적 기여를 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지금의 여러 상황을 단순히 밥그릇 싸움으로 몰고 가는 것은, 그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이라 생각되며, 어떻게 하는 것이 그 사람 개인에게도 최선의 길이며 이 사회와 국가에도 최선의 방향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이미 많은 논의와 견해들이 나왔기에 그 부분은 다른 많은 분들의 견해를 존중하며 지켜보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저는 결론적으로 사법시험은 존치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되고, 지금 현재의 로스쿨 학생들에게도 그 기회를 제공하여 각자의 선택과 능력을 최대한 존중하고 배려하는 방향이 타당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면서 그로 인한 피해나 폐해가 최소화 되도록 하는 고민도 아울러 병행되어야 하겠습니다.
저 개인적인 예측으로는, 사법시험 인원수를 300명 정도로 당분간 유지를 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보고, 또 희망을 가져봅니다. 나중에는 500명까지 늘려서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게 하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야 로스쿨 학생들도 재학중 사시 패스의 꿈을 가져보고, 더 치열하게 노력할 동기부여를 갖게 되며, 변시 낙방생들도 사법시험이라는 새로운 탈출구를 통해 전화위복의 기회를 얻게 될 것도 같습니다.
이 모든 것이 기본권 보장의 측면에서 기회가 확대되는 것이며, 그로 인한 피해는 오직 로스쿨 교수들이 주장하는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 또는 "다양성과 전문성을 위한 법학교육"의 가치인데, 그 부분은 이미 헌재의 7인의 재판관님들이 허구에 가깝다고(최소한 그것이 다른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을 정당화지는 못한다고) 일침을 놓으셨습니다.
이렇게 된다면, 올해의 사법시험 공고도 변화된 상황에 따라 수정될 수 있고, 또 그래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구체적인 법리적 내용은 생략하겠습니만, 그것이 상식에 맞고, 효율성 측면에서도 타당합니다.
지금 현재 2차를 준비하는 사람들도 피해가 가지 않게, 올해는 선발 인원을 200명 정도로 하며 1차 인원수도 그에 맞춰 조정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구체적 인원수는 보다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모아서 결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220점대의 점수를 받으신 분들도 너무 절망하시거나, 공부를 손에서 놓으시지 마시고, 만약 본인이 법조인의 꿈을 끝까지 버리지 않겠다는 각오가 있다면 조금만 더 가면 된다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런 간절하신 분들이 조금이라도 더 법조인이 되셔서 우리 사회의 법치주의 실현에 기여를 해주셨으면 하는 것이 저의 바람입니다.
무엇보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그 누가 그 어떤 악의적 의도를 갖고 비난을 하더라도, 내 마음이 가는 곳으로, 내가 간절히 원하는 꿈을 위해 온 정성을 다해 노력하는 것은 그 자체로 숭고하고 아름답다는 것입니다.
어떤 교수는 끝까지,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많은 사람들이 생기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데, 그는 아마도 사람을 목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수단으로 생각하는 사고가 그의 철학적 사고의 바탕에 깔려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듭니다.
또 본인은 사법시험과 사법연수원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고 많은 것을 얻어서 고맙게 생각하지만, 이런 제도는 불합리하기에 사라져야 한다는 주장도 참 비겁하고 이기적이며 자기모순적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면 자신도 그러한 제도로 혜택을 입은 것을 내 놓을 정도의 각오는 하고 그런 주장을 해야 그래도 조금이나마 양심적으로 보일 것 같습니다. 마치 지금은 자신은 이 문제와 무관한 사람인 것처럼 주장하지만, 사실은 가장 밀접한 이해관계자이라면, 그런 소신이 있더라도 좀 더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주장해야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분노가 덜 치밀어 오르게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열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것보다 다섯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라 하더라도, 기회균등의 차원에서 열 사람 모두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보다 공정한 사회이며 민주적 사회입니다. 너에게는 기회를 주어봤자 국가 입장에서는 큰 손해이며 쓸모가 없다고, 그 사람의 도전 의지 자체를 꺾는 말과 행위는 반민주적이며 공정성을 크게 해치는 것입니다. 지금 일부 로스쿨 교수의 말을 가만히 보면, 엘리트주의 사고가 깔려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나는 되어도, 너희는 안된다는 생각인 것인지, 너희는 기회를 주어봤자 어차피 안 될 사람들이라는 전제에서 그러한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기회의 문이 너무 좁으면 그 문을 넓히는 방향으로 가야지, 왜 그 좁은 문조차 없애겠다고 하며 그 모든 사람들을 폄하하는 것입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잘못된 사고방식인 것 같습니다. 또한 로스쿨로 진학하는 좁은 문은 왜 효율적인 것인지에 대해서도 충분한 설명이 없습니다. 똑 같은 2000명의 인원이라면, 사법시험을 준비하면 비효율적이고, 로스쿨을 준비하면 효율적이라는 것인가요? 좀 더 공부를 해봐야겠지만, 아직은 그 분의 의중을 잘 모르겠습니다.
사람의 꿈은 그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가치이며, 그 꿈을 위해 우리 사회와 국가가 격려하며 제도적으로 뒷받침을 해주려고 노력하는 사회가 보다 나은 사회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부정부패가 개입되지 않도록 감시 감독을 철저하게 하는 것이 국가가 할 일이라 생각됩니다. 사람의 자율적 판단과 자기책임 하의 그의 이성적 선택을 국가가 일률적으로 평가하며 더 이상 사법시험에 도전하지 못하게 가로 막는 것이 국가가 할 일은 아니라 생각됩니다. 정 문제가 되면, 사시 응시 제한을 두거나(저는 개인적으로 이는 위헌의 소지가 높다고 생각되고, 예전에도 이미 문제가 되었습니다), 지금 로스쿨 제도의 취지를 사법시험과 법과대학에서도 살릴 수 있게 제도적으로 보완하면 된다고 생각됩니다. 그것은, 사법시험을 존치하되 보다 합리적으로 운영할 이유가 되는 것이지, 그것이 사법시험을 존치시키지 말아야 할 이유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기회의 문이 좁아서 비효율적이라면, 기회의 문을 넓히도록 하여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기회가 돌아갈 수 있도록 힘을 쓰는 것이 학자들과 국가가 해야할 일인 것입니다.
지금 고시낭인이니 하는 말들은 유독 사법시험만을 공격하기 위해 만들어낸 아주 과장된 표현이며, 비열한 공격적 언어라고 생각이 됩니다. 그 사회적 비용이 구체적으로 나온 것이 아니며, 반대만을 위한 반대라고 생각됩니다. 지금 공무원 시험, 경찰시험, 행정고시 등 각종 시험에서의 경쟁률은 사법시험 이상입니다. 사법시험에 합격해서 법조인이 되는 길보다, 학문의 길로 가서 유명 대학의 정교수가 되는 길이 훨씬 더 어렵고 확률적으로 희박합니다. 그 많은 준비 과정의 사람들까지 모두 낭인으로 폄하하시겠습니까? 자신은 머리가 좋아서, 혹은 자신은 지도교수님을 잘 만나서 지금 교수가 되었다고 해서, 자신이 과거 불투명한 미래에 대해 힘겨워하며 공부하던 시절을 잊고 태도가 달라져선 곤란하다고 생각됩니다. 수험공부이든, 교수가 되기 위한 공부이든, 지식을 쌓아가고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과정은 공통된 측면이 있습니다.
'낭인'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사실상 수험생이 아닌 사람)은 옛날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으며 앞으로도 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사법시험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서울대 도서관에서도 그러한 분들은 항상 한 두명씩 있어 왔습니다. 진지하게 수험공부에 온 힘을 다하는 진정한 수험생들까지 낭인으로 부르며 매도하는 것은 금지되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그 사람이 나이가 많든, 경제적으로 부유하지 못하든, 여러 번 실패를 하였든 간에 진지하게 온 정성을 다해서 합격을 위해 노력하고 공부에 매진하는 사람을 낭인이라 부르는 것은 아주 잘못된 것입니다.
오랫동안 준비하느라 비용이 많이 들면 그 사람 개인의 비용이 드는 것이며, 더 이상 비용이 안 되면 자연스럽게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자기 책임과 자기 선택으로 진지하게 노력을 다하는 사람들을 마치 알콜중독자 취급을 하며 그 기회를 박탈하려는 것은 위헌적인 행위입니다.
어느 제도, 어느 분야에서도 경쟁에 따른 위험요소가 없는 곳은 없습니다. 스포츠의 세계에서는 훨씬 더 큰 위험요소가 많습니다. 그 분야가 우리 사회에 필요한 분야이라면, 그 경쟁에서의 위험요소를 최소화 하기 위한 안전망과 같은 대책을 세워야 하는 것이 국가가 해야할 일입니다. 사법시험을 오래 준비했던 사람들이나, 변시에 여러 번 낙방했던 사람들도 그들의 그 정당한 노력과 결실이 헛되지 않게 출구를 열어줄 수 있는 제도, 엘리트 체육에서도 부상이나 나이로 엘리트 코스에서 벗어나게 된 많은 사람들에게 다시 부활할 기회나 교육자로서의 제2의 인생을 개척할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 등이 절실하다고 생각됩니다. 경쟁에서 낙오하게 되면 마치 소모품처럼 취급하고 무책임하게 방치하는 것은 바람직한 국가의 모습이 아니며, 또 거기서 살아 남은 사람들이 승자독식 사고에 매몰되어 나머지 사람들을 쓸모없는 사람 취급하고 매도하는 것도 후진적인 모습이라 생각됩니다.
사법시험에 비해서 로스쿨 제도가 경쟁에 따른 위험요소가 더 큰 측면도 있습니다. 변호사 시험에 5회 낙방하는 동안, 로스쿨 등록금 및 학원 강의 등으로 그 동안 막대한 돈을 대출받았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더 큰 위험 요소가 있습니다. 로스쿨의 과도한 기회비용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없이, 사법시험의 위험요소나 단점만 집요하게 공격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겸허하게 내가 한 쪽으로 치우쳐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따라서 우리 사회에서 당분간 '낭인'이란 단어는 쓰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나이가 많은 수험생들을 그런 단어로 차별하고 멸시하는 것은 인종차별만큼 나쁘면 나쁘지 더 낫다고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로스쿨 학생들에게는 '아재'라는 단어가 사법시험 준비생들을 공격할 때 많이 쓰이는데, 그 사람들에게는, 같은 나이의 사법시험 합격자는 변호사님이고, 사법시험 준비생은 '아재'인가요? 법을 공부하지 않은 일반인들이 그런 편협한 생각이나 편견을 갖고서 사람을 차별적으로 대한다 하여도 참 나쁘다고 생각될 것인데, 법조인이 되어서 그런 차별을 시정하고 그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전인교육을 받고 있는 로스쿨 학생들이, 거기다 장차 그러한 피해자들의 상담을 받아주어야 할 학생들이 그런 용어를 써가며 남을 비하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로스쿨 제도가 생겨서 발생한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사회적 갈등이 심화된 것을 들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갈수록 서로의 편을 가르게 만들고, 사람을 편협하고 이기적인 사람으로 변화시키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부분을 치유하고 개선하는 비용도 상당하기 때문에 이런 부분도 심각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장 안타까운 모습은, 로스쿨에 가기 전 사법시험을 준비할 때는 로스쿨을 비난하다가, 로스쿨에 가서는 태도가 돌변하여 사법시험 준비생들을 비아냥 대는 사람들인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사법시험에 도전한다는 그 이유만으로 결코 사법시험을 폐지할 이유가 되지 못하며, 현재의 로스쿨의 문제를 덮을 수도 없습니다. 왜 하필 사법시험에만 그런 논거를 대는지도 설득력이 충분치 않습니다.
법조인이 되기 위해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나 다양한 연령대에서 사법시험을 준비하느라 법공부를 하는 것은 잘못된 일인가요? 점점 더 로스쿨에 입학하기 위해 법조인의 꿈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데, 이는 바람직한 일이고, 사법시험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은 잘 못된 일인가요?
지금 몇 년 시행되지도 않은 시점에서도 로스쿨 입학을 위해 3년째 리트 시험을 준비한다는 사람들도 많이 생겼습니다. 사법시험을 준비하게 되면 그래도 실체법 지식이라도 얻게 되지만, 로스쿨 입학시험을 오래 준비하면, 공부를 해도 점수가 오를 때도 있고 내려갈 때도 있는 리트 시험, 특별히 쓸모가 있지도 않은 토익 시험 등에 집중하게 되는데, 오래 공부한 만큼 얻어 갈 수 있는 지식이 많지 않습니다. 물론 리트 시험 준비과정에서 독해력이나 논리적 사고력 등은 키워질 수 있으나, 그것이 점수로 연결되는 인과성도 약하고 그것이 직접적으로 현실 분쟁에서 쓰이기는 쉽지 않으므로 그 효용성에는 의문을 표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혹시 이런 점들 때문에 아무리 공부하거나 노력해도 자신의 한계를 넘을 수 없는 것을 알고 일찍 포기하게 되겠지 하는 생각에서 로스쿨 제도가 더 효율적이라고 주장하는지도 모르겠으나, 그런 생각은 위헌적 발상입니다. 자신의 노력을 통해 극복할 가능성이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기회균등의 원칙에 부합하게 되며, 법조인의 꿈을 가진 사람들이 법조인이 되기 위한 과정에 더 도전할 것인지, 그만 둘 것인지는 스스로의 합리적 판단에 원칙적으로 맡겨야지, 노력해도 향상이 불가능한 시험제도를 통해서 제어할 문제는 아닌 것입니다.
조금이라도 법공부를 해봤던 사람들은, 법적 사고력이 생기게 되고 분쟁을 합리적으로 해결하려는 마인드가 향상되게 됩니다. 법이라는 것 자체나 판례의 내용들이, 대부분 양측 혹은 제3자의 입장을 고려해 견제와 균형을 이루며 형량을 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자신의 일방적 주장만 펼치는 사람들에게는 합리적 논의의 힘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양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국민들의 상식에 맞는 판결을 내릴 수 있게 하는 사법주권의 회복의 가치에도 오히려 더 부합하지 않는가요? 이러한 개혁을 위해 법관 임용방식을 개선했던 것 아닌가요? 국민들이 젊은 판사보다는 많은 경험을 가진 나이 지긋한 판사를 원한다고 했던 것은, 다양한 계층에서 다양한 판사들이 나오길 원했던 것이고, 그러한 취지에서 사법연수원에서 바로 판사로 임관하는 것을 방지하는 획기적인 개혁을 했던 것입니다.
로스쿨을 나와서 다양한 로펌에 있다가 간다고 해서 국민들이 원하는 상식적인 판결에 더 가까워지는 것은 아니라 생각됩니다. 다양한 계층에서 법조인이 탄생되어 판사로 임관하게 되었을 때, 보다 국민의 상식에 가까운 판결이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어떤 제도나 방식이 더 낫다거나 옳다고 단정짓기는 어려우나, 분명한 것은 국민이 원하고 대법원이 하려고 하는 그러한 개혁은, 오히려 사법시험 인원수를 확대하여 보다 많은 사람들이 법조인이 되는 기회를 제공하고, 늦은 나이에 사법시험에 합격한 사람들에게도 판사로 임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때 보다 현실적 실현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어쨌든, 사법시험에 많은 사람들이 도전하는 것은 비효율적인 일이고, 로스쿨에 많은 사람들이 도전하는 것은 비효율적이지 않다는 논거가 불명확합니다. 애초에 도전할 엄두가 나지 않아 포기하게 되는 경우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인지, 로스쿨은 2000명인데, 사법시험은 1000명이어서 그렇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앞의 논거라면, 그 자체로 위헌적 발상이고, 뒤의 논거라면, 사법시험 인원 수를 확대하면서 아래에서 제시하는 다양한 방법들로 보완해가면 되는 문제라 여겨집니다. 지금 일부 로스쿨 교수들의 주장들을 보면, 보다 나은 제도를 위한 고민이라기보다, 사법시험의 문제가 사법시험 준비생들의 문제가 아님에도 그들에게 피해가 가는 것을 당연시 여기는 잘 못된 사고의 결론으로 보여집니다. 잘못된 제도의 운영으로 인한 피해를 왜 사법시험 준비생들이 입어야 하는 것일까요?
사법시험을 존치시키면서 계속 보완해가게 된다면, 나중에는 사법시험의 30% 정도는 우리 사회의 소외계층이나 약자들(경제적 이유, 육체적 불편함, 교육의 기회에서 소외된 계층이나 고령자 분들 등)에게도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기회를 확대 제공하여, 오로지 성적만으로 선발하는 사법시험 제도의 성격을 완화해 가는 것도 지금의 사법시험 제도의 장점은 살리면서 단점도 극복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사법연수원 교육도 지금의 획일적 교육에서 조금 벗어나, 판검 임용에 중점을 두는 연수원, 전문 변호사를 키우는 연수원, 일반 시민들의 법률 분쟁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해결해주고 상담해주는 변호사를 전문적으로 키우는 연수원 등 다양한 연수원을 구성하는 것도 여러 가지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지금은 판검사 임용을 하지 않을 사람들에게도 과도하게 판결문 쓰는 법 교육을 강요하는 측면에서 비효율적 부분도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또한, 사법시험에 합격한 사람들의 삶은 가치로운 삶이며,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삶은 낭인의 삶이라는 이분법적 사고에 동의하기는 어렵습니다.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에 영적으로, 인격적으로 더 타락한 사람도 많으며, 오히려 그로 인해 감옥에 간 사람도 있으며, 많은 제 주위 선배나 친구들도 사법시험을 준비하던 그 때의 그 순수함과 치열함을 그리워합니다.
몇 해 전 최연장자로 합격하신 오세범님도 그 과정을 아름답게 기억하시며, 항상 열심히 공부하는 아빠의 모습에 자녀들도 아빠의 모습을 본 받아 훌륭하게 자라주었다고 하시는 말씀도 소중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사법시험에 합격해서 고급 승용차를 몰고 다니는 아빠만 훌륭한 아빠의 자격이 있는 것은 아니라 생각됩니다. 저는 그 분의 두 따님은 사법시험을 준비하던 때의 아버지의 모습도, 지금의 아버지의 모습도 모두 존경스러운 아버지의 모습으로 기억하고 생각할 것이라 여겨집니다.
저는 고시공부 과정에서 참으로 힘겹고 어려워서 포기하고 싶었을 때, 박동규 님의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책을 읽고 많은 감동을 받았고, 세상을 살아갈 힘을 얻었습니다.
지금 점수가 비록 좋지 않으신 분들도, 그러한 숫자만으로 자신의 존귀한 가치를 폄훼하시지 않으셨으면 좋겠고, 자신의 지난 정직하게 노력했던 삶 그 자체에 잠시라도 격려와 위로의 박수를 보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영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보다 발전한 부분이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정말 우리가 간절히 원했던 가치일 수도 있으며, 앞으로도 소중하게 지켜가고 우리의 자식들에게 계승시켜 주어야 할 소중한 가치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봅니다.
법조인의 꿈을 계속 이어가시고 싶으신 분들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셨으면 좋겠고, 만약 다른 길로 가게 되신 분들도 자신의 지난 사법시험 준비의 시간들이 후회와 회한으로서만 기억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 과정에서 분명 자신이 스스로 느끼고 깨달았던 점이 있었다면, 그것이 좋은 부분이든 개선할 부분이든, 그만으로도 큰 수확을 얻으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잠시 살다가 한 줌의 흙이 되어 사라지는 인생에서, 작은 이익에 눈이 멀어 양심을 속이거나 남을 악의적으로 깎아내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악의적이지 않다 해도 칼에 찔리면 피가 흐르는 법입니다. 나의 사소한 말 한 마디가 누군가의 가슴에는 비수가 되어 상처를 줄 수도 있음을 생각해서 말 한 마디도 신중하게 생각하는 배려심을 가졌으면 하고 간절히 바래봅니다. 사법시험에 합격했든 그렇지 않았든 그 사람의 존귀함은 그 이유만으로 다르게 평가되어서는 아니되며, 그 사람이 나의 사랑하는 자녀이라면 더욱 그러하리라 생각됩니다.
모두가 힘겹게 살아가는 현실이지만, 우리가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음 그 자체에도 감사함을 갖고, 조금이나마 상대를 배려하며 따스한 마음으로 살아갔으면 참 좋겠습니다. 그리고 어제보다 좀 더 나은 오늘이 되기 위해 다 같이 노력하고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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