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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hro syndrome - 6

케모너(118.32) 2014.02.09 00:56:57
조회 1024 추천 1 댓글 1

아침까지만 해도 화창하던 날씨는 몇시간만에 잔뜩 어두워졌다.
손톱만한 눈이 쏟아지는 것이 아름답다기 보단 괴기스러워 보였다.
홀로그램 아이들은 전부 사라지고, 소나무 몇그루가 눈의 하중을 버티며 서있었다.
저것들도 결국은 기계로 재현한 환경일 뿐이라는 것을 깨달은 후부터 묘한 이질감이 들었다.
창문에 손을 대봐도 전혀 냉기를 느낄수 없다.
이 세상에서 나의 입지도 비슷할 것이다.
굳이 정의하자면 잠깐동안 머무는 환영정도일테지.


똑똑똑


가벼운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문이 열렸다.


"아직 들어오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그럼, 도로 나갈까요?"


농담삼아 던진 말이겠지만, 난 일부러 못들은체 했다.
아까 다니엘이 보여줬던 태도때문에 그에게 쉽게 마음을 열 자신이 없었다.


"저녁식사시간입니다."


"굶어죽든 말든 상관없어. 아, 이 몸이 망가지면 안돼니까 영양제라도 맞히려나?"


난 여전히 등을 돌리고 함박눈에만 시선을 고정했다.
함박눈은 점점 크기가 작아지고 사납게 변해갔다.


"...화나셨군요?"


등 뒤에서 자신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근거로 그런생각을 하는건데?"


"날씨를 보면 알죠. 당신의 심리상태에 따라 변하니까 말입니다."


그럼 이 날씨를 전부 내가 조종하고 있는건가?
속마음을 전부 보인다는건 정말 불쾌한 일이다. 특히나 이런 상황에선.
나는 몸을 틀어서 다니엘을 빤히 바라보았다.
아침식사때의 어쩔줄 몰라하는 그 표정이다.


"왜 피해자같은 표정을 짓고있어? 피해자는 네가 아니라 나야."


"..."


"저녁 먹고싶은 생각 없어. 돌아가."


다니엘은 뭔가 더 말하고싶은 표정이었다.
한쪽팔을 내밀며 억울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지만, 이내 입을 다물고 팔을 거두었다.


"...알겠습니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침대에 주저앉은채 조용히 울었다.
원래 세계로 돌아가면 더이상 수인들을 만날 수 없다는 사실에 절망했고, 다니엘에게 심한말을 했다는 후회감에 다시한번 절망했다.


"너 지금 울어?"


"어?"


메이슨이 황당한 표정으로 문 앞에 서있었다.
아니, 이건 말이 안돼잖아? 들어오는 소리도 안들렸는데?


"너, 너 대체 어디로 들어왔어?"


"괭이 나갈때 들어왔다 병신아."


꼬박꼬박 말끝에 욕을 붙히는게, 왠만한 일진 저리가라 할 정도다.
난 질린 표정으로 으름장을 놓았다.


"빠,빨리 나가!"


"너 설마 그 고양이 좋아하는거야?"


그 조그만 몸에서 사자후처럼 목소리가 퍼져나갔다.
흡사 늑대들이 보름달을 보며 울부짖는 것처럼.
난 황급히 달려들어 메이슨의 입을 틀어막았다.
그러나 메이슨은 격하게 몸을 비틀며 소리질렀다.


"너 설마설마 했는데 진짜 호모야? 이거 놔 더러운 호모야!"


"그래! 놓을게! 됐지! 그러니까 제발 입좀 다물어!"


"..."


메이슨은 여전히 역겨운 쓰레기 보듯 날 올려다보고 있었다.
하필 이렇게 시니컬한 애한테 걸릴게 뭐람.
난 일단 변명을 늘어놓기로 마음 먹었다.


"누가 좋아한다고 그래! 난,그러니까... 서러워서 그러는거야!"


"...서럽다고?"


"그래! 말끝마다 이 몸만 챙긴다고 하니까 화가나서 그런거야."


메이슨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를 쳐다보았다.
그런 모습이 귀여워서 당장 안아주고 싶었지만, 일단 꾹 참았다.
그는 한참동안 뭔가 골똘히 생각하더니 얄밉게 웃었다.


"그럼 너도 피해자인거네?"


"뭐... 그렇다고 볼 수 있지."


"그럼 너도 내편인거지?"


"왜 내가 니편이야?"


"왜긴. 나도 피해자니까 그렇지."


생각할수록 메이슨의 과거는 의문투성이다.
이 저택에 살고있는 이유도 모르겠고, 어째서 반항적인 태도를 보이는지도 알 길이 없었다.
일단 친하게 지내면서 서서히 알아가는게 좋을 것 같았다.


"그래. 우린 같은편인거야."


"그럼 내가 하는말 꼭 따라야 해? 알았지?"


"알았다니까."


메이슨은 곧장 내 팔을 잡고 복도로 달려나갔다.
난 한숨을 내쉬며 그를 따라갔다.
아까전까지만 해도 보이지 않던 홀로그램 수인들이 메이슨이 가는 길마다 따라 달리고 있었다.
메이슨이 발을 내딯는 위치마다 희안한 꽃이 피어오르고 노란 햇빛이 터져나왔다.


"이게 대체 무슨..."


다음 복도로 넘어가도 마찬가지였다.
내 방 창문에서 봤던 먹구름은 전부 물러가고, 햇살이 비춰졌다.
메이슨은 주방에 도착하자마자 식재료들을 여기저기 내던지기 시작했다.


"먹는거 갖고 뭐하는거야!"


"이렇게 해야 용가리가 잔뜩 화가날걸? 너도 던져봐!"


"하아..."


애늙은이라고 해도 어린애는 어린애였다.
나는 적당히 비위를 맞춰주며 오렌지주스 한잔을 들이켰다.
어느정도 분이 풀렸는지, 메이슨은 주방을 뛰쳐나갔다.
지금까지 다녀본적도 없는 길을 달리고 있었기에, 난 정신을 바짝 차리고 그를 뒤쫓았다.
메이슨은 고풍스러운 문 앞에서 급정지 하더니 낑낑거리며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거긴 가면 안됄것같은데!"


육중한 문을 열고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 순간, 눈에 보이는 방대한 책들 때문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비록 방의 크기는 작았지만, 책장에 꽃힌 책들은 거의 소규모 도서관과 맞먹는 규모였다.


"여기 꽃힌 책을 집어던지면 그 고양이도 힘들어할걸!"


메이슨은 이곳저곳에 책들을 집어던졌다.
그래봐야 한두권씩이라 치우는데 애먹을 것 같지는 않았다.
나는 메이슨을 무시하고, 순수한 감탄을 내뱉으며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생물학 책들과 화학책, 의학책들까지 그득히 쌓여있었다.
어느정도 깊숙히 들어갔을 때, 난 거대한 초상화와 마주쳤다.
남자아이와 중후한 중년 남성의 그림이었다.


"어라?"


난 당황해서 그림을 만져보았다.
그림처럼 보이지만, 사진을 투영한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럼 이게 그림이 아니라 실제 사진이라는거야?

 

"수인이 아니야?"

 

황급히 사진  아래에 각인된 이름을 읽어보았다.

 

"family... of... Krauss??"

 

이 몸의 주인의 예전 이름이 크라우스였다고 했다.

하지만 이 몸은 분명히 인간의 것이 아니라 수인의 것인데...?

난 초상화 앞에 우두커니 선 채로 아무 추론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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