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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hro syndrome - 9

케모너(118.32) 2014.02.11 18:58:19
조회 121 추천 0 댓글 3

다니엘은 멍한 표정으로 벤치에 앉아있었다.
홀로그램이 전부 꺼진 정원은 잡초하나 없이 삭막했다.
그는 손을 들어 새삼스럽게 군청색 털을 쓰다듬었다.
지금은 이 몸에 너무 완벽하게 적응한 탓에 털 없는 손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홀로그램도 꺼놓고 뭐해?"


고소한 커피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이제는 한 가족처럼 익숙해진 블랜드가 양손에 커피를 들고 다가왔다.
10년의 세월은 너무 많은것을 앗아갔지만, 그 대신에 신뢰할만한 동료를 주었다.
블랜드는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상담해도 좋을정도로 듬직한 동료다.
다니엘은 커피를 받아들고 한모금 들이켰다.


"네가 끓이는 커피는 달달한게 내 취향이야."


블랜드는 살짝 놀란 표정으로 다니엘을 바라보았다.
이 고집센 친구가 자신의 커피를 칭찬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고맙다고 말하면 될텐데, 너무 의외의 상황이라 블랜드는 말을 더듬었다.


"어...그럼 다행이네."


한참동안 침묵이 흘렀다.
바깥 날씨는 상당히 쌀쌀한 편이었지만,저택 바깥에선 아직도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따끈했던 커피는 어느새 미지근해져서, 위에 카라멜이 둥둥 떠있었다.


"하프가 그 사람한테 전부 알려준 것 같아."


"그래에?"


블랜드는 이렇다 할 반응 없이 커피잔을 매만졌다.
마치 알던 말던 전혀 상관 없다는 태도에, 다니엘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왜그렇게 담담해? "


"계속 숨기고 있을 일도 아니고, 알아도 상관 없잖아."


"...이용당한다고 화내지 않을까?"


"대상자를 수인 애호가로 골랐다며? 별로 충격먹은 것 같지도 않아보이던데. 오히려 속 편하게 지낼걸?"


"..."


다니엘은 우울한 표정으로 커피를 흔들었다.
카라멜이 다시 녹았으면 좋겠는데, 표면 위에서 흔들릴뿐 녹아들거나 하진 않았다.


"네가 알려준거지? 다른 차원간에 이동이 가능하다는거."


"...글쎄...나는 잘..."


"시치미 떼지 마."


다니엘의 서슬퍼런 태도에 블랜드는 입을 꾹 닫고 눈치를 살폈다.
이제 쓸데없는 말을 했다고 분명 잔소리가 들어올 터였다.


"나한테 이 세계로 오고싶다고 했는데, 내가 뭐라고 한마디 했거든. 그때부터 좀 화가난것 같아."


"뭐라고 했는데?"


"난 적어도 안왔으면 좋겠다고 했지."


"왜?"


"모르는 척 하는거야?"


다니엘이 답답한 표정으로 쏘아붙였다.
어리벙벙하게 앉아있던 블랜드는, 생각났다는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 알겠어."


다니엘은 다시 고개를 푹 숙이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블랜드는 딱히 충고를 해주는 것도 아니고, 그저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이게 그 나름대로의 상담 방식이다.
자기 의견은 한마디도 꺼내지 않고, 상대방이 나름의 답을 찾을 때까지 곁에 있어주는 것이다.
적어도 10년동안은, 다니엘은 스스로 답을 찾곤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어떻게 마무리를 지어야 할지 도무지 감을 잡지 못하는 것 같았다.
블랜드는 마지못해서 입을 열었다.


"어...관계를 회복하고싶다거나 하면, 나같으면 뭐라도 선물해줄텐데."


"선물?"


"뭐, 최악의 상황까지 간 것만 아니라면 선물이 도움이 될 때가 많지."


"예를 들면?"


"뭐 뽀뽀..."


"입 다물어."

 

그렇잖아도 추운 날씨에 싸한 분위기까지 감돌았다.

 

"그러니까 실수한 것처럼..."


"닥쳐."

 

블랜드는 나지막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창가에서 머리만 내밀고 지켜보던 메이슨은 다시 창가 밑에 쪼그려 앉았다.


"호모 맞네 뭐."


메이슨은 얼굴을 찡그리고 중얼거렸다.
그리곤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듯 하더니, 자신의 방으로 아장아장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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