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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기억 - 1

케모너(118.32) 2014.05.14 01:57:38
조회 97 추천 0 댓글 3

 하절기의 시골은 조용하면서도 생기가 넘친다. 모순적으로 들릴지는 몰라도, 직접 시골에 와본 사람은 이것이 어떤 느낌인지 단박에 알아챌 것이다.
 막걸리 사발에 자잘한 벌레들이 꼬이자, 반대편에 앉아있던 수인은 깨끗한 천을 말없이 잔 위에 덮어놓았다.
 주기적으로 들려오는 소리가 쓰르라미의 것인지, 귀뚜라미의 작품인지 알 길이 없었다.
 저 집 너머에서는 어린애 울음 같은 고양이 소리가 들려왔다.
 야옹 야옹하는 듣기 좋은 소리가 아니라, 가래가 끓어오르는 것 같은 기분 나쁜 소리다.

 

“그것 참 요사스럽게도 우네그려.”

 

“생쥐라도 한 마리 잡았나 봅니다.”

 

고양이수인은 가지런히 손을 모으고 산 너머를 주시했다.
어떻게 그렇게 잘 아는가 묻고 싶었으나, 회한에 젖은 표정을 방해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는 그 표정 그대로 고개를 돌려 날 쳐다보더니 나지막하게 물어왔다.

 

“이런 소리를 들으신 적 있습니까?”

 

“아뇨. 들은 적 없습니다.”

 

무의식적으로 대답이 튀어나왔다.
그는 묘한 표정을 짓더니, 다시 고개를 돌렸다.
선선히 불어오는 바람에 얇은 털이 제법 아름답게 흔들렸다.
그의 털은 시골 수인처럼 투박하고 굵게 뻗은 것이 아니라, 빗질이라도 한 듯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남성들은 런닝 셔츠를 입는 것이 당연시되는 이런 촌 동네에서 세련된 반팔 셔츠를 입은 모습은 평범하면서도 굉장히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평소에 모순적인 표현을 보면 질색했었는데, 이곳은 정말 모순투성이라 그런 표현을 쓰지 않을 수가 없다.
 ‘당신은 막걸리보다는 세련된 레드와인이 어울려요.’ 라고 한마디 해주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그럼 오늘 어데서 잘라 그러는가? 기냥 아무 준비도 안허구 왔땀시.”

 

나는 곤란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정자 주변에 모기향을 두 개나 피운 덕에 아직까지는 모기가 없지만, 모기장도 없이 밤을 지새울 수는 없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어르신. 주변에 숙박업소라도 있을까요?”

 

 “이런 데에 그런기 어딨어? 요새 마을 분위기두 흉흉헌디, 재워줄 사람이 있나 모르겄네.”

 

 “어르신네 집에 하루만 묵을 순 없을까요?”

 

 “말도 말어. 좁아터진 방구석에서 외간남자랑 자라는 말인겨?”

 

그네는 낄낄거리며 수박을 베어물었다.
그렇잖아도 여러 음식들을 대접받은 터라, 여기서 더 뭘 요구할 염치가 없었다.
그때, 조용히 주는 음식이나 받아먹던 고양이 수인이 비로소 입을 열었다.

 

“괜찮다면 우리 집에서 좀 묵으시죠.”

 

“...그건...”

 

“그럼 되겄네. 저이가 그래도 마을선 가장 번듯하니 집 차려놓은 양반이니깨.”

 

그네까지 맞장구를 치는 바람에 그의 집에서 묵는 것이 기정사실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좋은 집에서 하루를 묵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야 할 텐데, 나는 왠지 꺼림칙한 느낌이 드는 것을 지울 수 없었다.
노인은 이만 들어가 봐야겠다고 하며 돌아갔고, 정자에는 어색한 침묵만 흘렀다.
사각사각 하는 소리가 들려 뒤를 돌아봤더니 그가 막걸리들을 갈무리하는 모습이 보였다.
아직 제대로 취기가 오르지도 않았는데 벌써 술판을 정리하나 싶어서, 아쉬운대로 잔에 남은 술이라도 마실 요량으로 반대쪽 잔에 손을 뻗었다.

 

“응?”

 

“... 그만 마시지요.”

 

그가 내 팔을 붙잡아매고, 묘하게 압박적인 시선을 보내오고 있었다.

 

“...”

 

나는 머쓱한 표정으로 팔을 거두었다.

 

“모기향도 끝나가는데, 슬슬 저희 집으로 가시죠.”

 

“그럽시다.”

 

나는 물기에 젖은 손을 수건에 문질러 닦고 몸을 일으켰다.
그는 벌써 삐걱거리는 계단을 밟고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다.
그의 뒤를 따르는 와중에도 벌레소리들은 점점 커져만 갔다.
왠지 머리가 아프다. 뭘 잘못 먹은 것도 아닌데 머리가 계속 지끈거렸다.
 아무 말 없이 줄곧 걷던 사내가 뒤돌아보지도 않고 말을 걸어왔다.

 

“그저 이 마을이 끌려서 온겁니까? 막연하군요.”

 

“저도 지금 생각하면 어이가 없는 일입니다. 마을 수인들이 수상하게 생각하는게 당연하지요.”

 

사내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곤 10분여간 계속 걷기만 할 뿐이었다.
그의 집은 상당히 외진 곳에 자리잡고 있었으나, 단연코 마을에서 가장 훌륭하다고 봐도 손색이 없었다.
현대적으로 지어진 2층집은, 당장 서울 주택가에 떼어놓아도 위화감이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가 도어락을 열고 문을 열었다.
내부의 상태도 훌륭하고, 하룻밤 묵기엔 과분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어째선지 그 안에 발을 들이고 싶지 않았다.
조금 나아졌던 두통은 정수리를 쪼개듯 점점 심해졌다.

 

“들어오시죠.”

 

“...네.”

 

마음을 다잡고 집 안에 발을 들였다.
정신없이 그의 뒤만 따라가다보니 널찍한 마루가 눈에 띄었다.
나는 허락 없이 작은 소파에 주저앉은 다음, 고개를 숙였다.

 

“왜그러시죠?”

 

“그냥 머리가 좀 아프네요.”

 

“그럼 술은 가져오지 말까요?”

 

“술?”

 

술이라. 확실히 아까 전에 마신 막걸리로는 부족했다.
지금 나는 딱히 아무 이유 없이 알콜을 찾고 있었다.
두통이 심해질지 어떨지는 모르지만, 한잔 걸치는 것도 나쁠 것 같지는 않았다.

 

“조금은 마셔도 될 것 같습니다.”

 

사내는 말 없이 마루를 나섰다.
냉장고에서 얼음을 꺼내는 소리가 들렸고, 뭔가 둔탁한 소리도 함께 들려왔다.
그러더니 한참동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나는 고개를 들어 주변을 찬찬히 살폈다.
지극히 현대적인 가구들 사이에, 오래된 가구들이 드문드문 숨어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이상하다.

이런 가구들을 내가 알고 있을 리가 없는데, 희미하게 그 가구를 보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가구점에서 본 것일 거야. 마땅히 그래야지.
나는 고개를 흔들며 잡스러운 생각을 애써 떨쳐냈다.

 

 


사내는 붉은 액체가 담긴 병을 들고왔다. 소담한 잔 두 개가 식탁 위에 놓였다.
안에 놓인 얼음조각은 술이 들어가자마자 빠르게 녹기 시작했다.
나는 잔을 들어 단숨에 내용물을 들이켰다.


“어라?”

 

“무슨 문제라도?”

 

“와인이 아니네요.”

 

“복분자입니다.”

 

사내의 목소리는 잔잔하게 떨리면서도, 상당히 무겁게 들렸다.

그 소리를 듣자마자 정신이 아찔했다. 내가 지금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 줄은 알 길이 없으나, 우스꽝스럽게 보일 것이 분명했다.
나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시 화장실을 다녀오겠다고 일러놓은 뒤, 찬물로 얼굴을 식혔다.
이상한 감정이 머릿 속을 어지럽게 헤집어놓고 있었다.
정신 차리자. 정신 차려야 해.
이를 악물고 수건으로 물기를 말렸다.
왜 정신을 차려야 하는지, 이상한 감정이 도대체 무엇인지 기억해낼 수가 없다.
발걸음을 돌려 다시 마루로 돌아온 뒤, 나는 다시 소파에 주저앉았다.
사내는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고, 그득 채워진 술잔만 남아있었다.
나는 차라리 잘 됬다는 생각을 하며 내 몫의 술에 손을 뻗었다.

 

“어라?”

 

다시 술잔을 든 손이 떨려왔다.
아까 받았던 술잔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술잔이다.
모양은 같으나 훨씬 더 크고, 색이 조금 더 진했다.
그것을 깨닫자마자 온데 간데 없이 사라졌던 사내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술잔 바뀐 줄은 알면서, 내가 바뀐건 모르는구나.”

 

문 너머로부터 사내가 몸을 적당히 조이는 흰 가운을 입은 채로 걸어왔다.
뭔가 말을 꺼낼 겨를도 없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는 어리둥절한 내 표정을 살피더니 조용히 한숨을 내쉬며 뒤돌아섰다.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알 길이 없고, 그저 천이 마찰하는 소리만 들려왔다.
불현 듯  몸을 조이던 가운이 갑자기 느슨해지며 상의부분이 흘러내렸다.
꽃처럼 흐드러진 가운의 목 부분에는, 날짐승이 물어뜯은 것처럼 뚜렷하게 상처가 나있었다.

 

그제서야 머릿속에 잠들어있던, 아니 숫제 억지로 짓눌러왔다고 해야 마땅한 기억들이 바로 어제의 일처럼 되살아났다.

 

 

 

 

 

기억이 뭐긴 뭐야 섹파스티지

 

과제하러 가야하니 섹씬은 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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