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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호랑이, 곰을 만나다2모바일에서 작성

글쓰는너굴맨(118.235) 2024.07.28 19:38:00
조회 620 추천 19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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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육식수인 곰 중에서도 유독 큰 덩치를 자랑하는 그는 호랑이라는 태생이 있는 나와 비교를 해도 15cm는 차이 나 보였다.

거기다,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겉옷 없이 와이셔츠 한 장만을 입고 있었다.

춥진 않을까 의문이 머리를 스쳤지만. 그가 주변에 있기만 해도 느껴지는 열기에 쓸데없는 걱정이라는 생각임을 깨달았다.


"여기는 무슨 일로 오셨어요?"


곰은 산책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다. 2달 동안 같이 살면서 일이 있는 것이 아니면 밖을 나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물론 회사원이라 평일에 쌓인 피로를 풀어야 하는 것도 있겠지만. 다른 이유가 있어 보이는 듯. 깊게 싫어하는 느낌이 들었다.


"어떤 후배 덕분에 발칙한 장난에 걸렸거든."


당연하다는 듯 내 옆자리에 앉은 곰은 내 손에 들려있던 커피 또한 뺏어서 자기 입에 털어 넣는다.

요즘 봐줬더니 많이 풀렸어 라며 가벼운 불만을 표현하는 것도 잊지 않고 말이다.


"그래도 봐줄 만한 장난이니 한 번쯤은 넘어가 주지 뭐"


"좋은 선배예요 일도 잘 알려주시구요"


"어쭈 얼마나 봤다고 벌써 좋은 선배래."


곰은 한 손으로 내 귀를 쭉쭉 잡아당긴다.

수인끼리는 서로 귀와 꼬리를 만지는 것은 금지에 가까운 행위지만

곰은 그런 건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매번 내 귀를 만진다.

나 또한 처음에는 불편해서 손을 막았지만, 그의 으르렁 거리며 표현하는 불만에

어쩔 수 없이 체념하곤 귀를 내주었다.


"그…. 그냥요 친절하시기도 하고…. 일도 잘 도와주시고…."


"그 일 할 수 있게 해준 게 누구였더라?"


"곰…. 씨죠…."


그럼 나한테 고마워 해야지 라며 귀를 당기는 곰을 보니 본인이 아닌 선배를 칭찬한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다. 이걸 질투라고 해야 할지 기분 나쁜 걸 참지않고 그대로 다 표현하는 건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다르게 보면 원하는 걸 바로 표현해 주니. 바로 맞춰줄 수 있어 좋은 것 같기도 하다


"일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또?"


"으음…. 집에서 재워주시고…. 차도 태워주시는 것도 감사하구요"


원하는 답을 얻었던 것일까. 곰은 가볍게 입꼬리를 올린다.

비록 몇 초도 지나지 않아 평소의 무표정으로 돌아오긴 했지만.

분명 그의 기분이 좋아진 것을 알았기에 나 또한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비록 겨울의 끝자락이었지만 어제 눈이 내린 탓에

털들 사이로 느껴지는 온도는 꽤나 쌀쌀했다.

혼자였다면 기침이라도 했을 텐데

옆자리를 지켜주고 있는 곰의 체온 덕분에 힘들게 느껴지진 않았다.

수인이라는 특성상 기본적으로 열이 많은 편이지만 곰은 큰 덩치에 비례라도 하듯 남들보다 체온이 한층 더 높았다


"그래서 일은 할만하고?"


"네 처음에는 힘들었는데 지금은 재밌어요. 새로 배워가는 것도 즐겁구요"


"그래? 몇 번 감시하러 갔을 땐 늘 울상이더만"


실제로 곰은 이따금씩 감시라는 명목하에 내 근무지로 종종 찾아왔었다.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땐 업무처리도 느리고 늘 실수하는 스스로가 한심하다고 느껴서

기분이 늘 침울했었다. 다른 사람들 앞에선 티 안 내려고 많이 노력했는데 곰의 눈에는 그게 다 보였나 보다.


"지금은 실수도 잘 안 하고 속도도 빨라졌으니까요"


"그렇다면 다행인 거고"


"무엇보다 일 다운 일을 할 수 있다는 건 감사한 거니까요."


수감 중일 때는 업무라고 부를만한 일을 할 수가 없었다. 가장 많은 시간을 차지하던 교화 수업은 앞으로 나쁜 짓하지 말라,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가라 이런 얘기들뿐이었고

직업교육 시간은 선택의 가짓수가 적었고 그마저도 일주일에 2시간이 전부였다.

누군가는 일을 하는 게 피곤하고 돈을 벌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행위일 수도 있다.

적어도 나에겐…. 내가 감옥이 아닌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 주는 소중한 것이다.


"확실히 퇴폐 마사지 보단 도서관 일이 낫긴 하지"


"그건 오해라니까요! 그런 데서 일한 적 없다고 몇 번이나 말씀드렸는데…."


곰은 내 말을 분명히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확실히 퇴폐보단 훨씬 낫다며 스스로 결론에 도달한다.

이전에 있었던 안마 사건을 아직도 놀리고 있다니….물론 그때는 의심을 피하고자 인정하긴 했지만, 그 뒤로 몇 번이나 해명을 해도 곰은 들은 채 만에 하며 지금처럼 이따금 놀리곤 한다.


"일은 괜찮으세요?"


"나야 늘 똑같지. 의자에 푹 누워서 결재만 하면 되는데"


내 물음에 별일 없다는 듯 가볍게 대답하는 곰이지만. 실제로 그는 꽤나 많은 업무를 맡고 있다고 들었다.

일에 있어 침착함을 잃지 않고 늘 객관적으로 일을 처리하기에

회사에선 만능 해결사로 불리는 것 같다. 물론 그의 불같은 성격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에게만 해당하는 것이지만.


흐음.


곰이 고민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러는 와중에도 내 귀를 만지고 있던 손은 쉬지 않고 계속해서 주무르고 있다.

아무리 내가 거부를 안 해도. 너무 마구 만지는 건 아닐까….슬쩍슬쩍 귀 안쪽으로 손가락을 집어넣을 때면 몸이 움찔하고 떨린다.

그런 반응이 재밌는지 곰은 피식거리기까지 한다.


"할 것도 없는데 너 일하는 거나 구경하러 갈까?"


"네? 곧 점심시간 끝날 텐데."


곰의 발언에 휴대폰 화면을 켜 시간을 확인해 보니 12시 40분을 넘어가고 있었다.

1시부터는 다시 오후 근무를 시작하니 지금 가면 곰은 시간에 맞춰 돌아갈 수가 없을 텐데.

설마 하는 생각에 곰을 쳐다보자, 내가 생각했던 불안이 맞는 것 같았다.


"뭐 어때 내가 늦게 간다고 누가 뭐라 한다고"


"그래도…. 괜찮을까요?"


"왜 나랑 같이 가는 게 싫어?"


"아뇨! 싫은 게 아니라…. 오히려 좋지만요…."


"그럼 됐어 말 나온 김에 지금 바로 출발하자"


곰은 바로 자리를 털고 일어나 빨리 가자고 재촉한다.

정말 이런 식으로 행동해도 되는 걸까. 아무리 팀장이라고 해도 분명히 문제가 될 텐데.

내 걱정을 읽은 건지 곰은 걱정하지 말라며 내 머리를 세게 쓰다듬고는 앞장서서 걸어간다.

그의 듬직한 뒷모습에 괜한 걱정인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미처 털어내지 못한 걱정을 가지고 그의 뒤를 따라 걷는다.


소복히 쌓인 눈에는 한 쌍의 커다란 발자국과 그보다 조금 작은 발자국이 나란히 찍혀있었다.



-----------------------------------------------------------------------------------------------------


"가장 최악인 혹을 달고 오셨네요 후배님."


도서관으로 돌아온 나와 함께 있는 곰을 본 선배는 자신의 생각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당사자가 바로 눈앞에 있는데도 혹이라니…. 선배는 역시 대단한 인간이다.


"팀장을 골려 먹는 주제예 나불댈 수 있는 주둥이가 있나 보지?"


"인간은 주둥이가 아니고 입이에요 입. 그리고 여기까지 따라오실 줄 알았으면 안 그랬을 거고요"


곰의 짜증을 유연하게 받아치는 선배는 어깨를 으쓱한다.

괜히 둘 사이에서 새우 등 터지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을 하고 있는데


"아 오신 김에 오후는 팀장님이 도와주세요. 전 밀린 업무를 처리해야 해서요"


"얼렁뚱땅 니 업무 나한테 떠넘기지 마라"


"겸사겸사 해주시면 좋으니까요. 그럼 부탁드릴게요"


제 말을 다 끝낸 선배는 빠른 걸음으로 자리를 뜬다. 곰은 야!, 야! 하면서 그녀를 불러세워 보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이 가버리자.

얕게 욕을 내뱉는다.


"누구한테 배워쳐먹어서 지멋대로 구는 건지 참…."


곰의 후배이니…. 당신한테 배운 게 아닐까…. 그렇다면 무지하게 잘 배운 거 아닐까. 따위의 생각을 하고 있으니

표정에서 티가 났는지 곰은 뭐임마! 라며 괜스레 나한테 화풀이를 했다. 입으로 꺼내지도 않았는데 혼나는 게 맞는 걸까.

잔소리를 끝낸 곰은 데스크에 있는 컴퓨터로 오후 업무를 확인한다. 내가 기억하기론 오후에는 새로운 업무를 배우기로 했던 것 같은데….

표정을 찡그린 채로 모니터를 쳐다보던 곰은 특정키를 계속해서 눌렀다. 그러기를 몇분.


"오늘 할일 없네. 책 정리나 좀 하자"


"네?? 그럴 리가요"


2달 동안 일하면서 업무가 없었던 적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내 기억상 오늘은 분명 그날이 아니었을 텐데. 그럴 리가 없다는 얼굴로 곰을 바라보고 있으니, 진짜라니까? 라며 모니터를 돌려준다.


"어라…?"


곰의 말대로 정말 오후 업무 칸이 비어 있었다. 내가 잘못 본 걸까.? 그럴 리가 없는데.


"왜 모니터를 봐도 못 믿겠냐? 진짜 일 없다니까~"


능글맞은 곰의 목소리. 화면이 그렇게 되어 있으니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오후 업무도 똑바로 기억하지 못하다니…. 나도 참 멍청한 것 같다.

하지만 분명 선배도 오후에….


큼큼. 기억을 열심히 더듬고 있자 곰의 기침 소리가 들린다.


"그만 멍때리고. 이제 가자"


모니터를 다시 돌린 곰은 내 옆으로 돌아와 재촉한다.

나는 결국 내가 잘못 생각한 거라 결정지으며 곰이 시키는 대로 하기로 했다.


.

.

.


며칠 뒤

오후 업무를 하지 않아 선배에게 잔뜩 혼이 난 후에야 곰이 오후 업무 내용을 전부 지워버렸다는 걸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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