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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폐퇴물히어로가타락하는소설이보고싶구나....

Jubei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10.26 16:26:24
조회 119 추천 7 댓글 6

“쓰으읍….후….”



 고된 일과가 끝난 뒤 노을을 감상하며 피우는 담배 한 가치만큼 내게 위안이 되는 것은 없다. 



 히어로. 



 이름만 들음직 하면 모두의 우상이자 위인이라고 생각하겠지만 현실은 다르다. 뼈가 부러져도 금세 붙는 만큼. 근육이 터져도 하루 끔뻑 자고 나면 멍도 안 지는 몸인 만큼. 현장에서 구르는 히어로들은 상상 이상의 고통을 감내하고 있으니까.



“하필 이틀 연속 괴력형 빌런을 맡게 될 줄이야, 아파 죽는 줄 알았다고…”



 대개 히어로들의 불평불만은 그만한 금전적, 사회 지위적인 댓가로 무마된다. 개중에는 몸이 망가지는 것 자체를 낛삼는 괴짜도 있었다. 뭐든간에, 고통없이는 대가도 없다는 뜻이겠지.



“암 안 걸리는 몸이라고 너무 뻑뻑 피워대시는 거 아님까, 선배?”



 최근 들어 이목을 한 몸에 받고 있는 히어로이자 후배, B가 옆 난간에 팔을 걸치며 능글맞게 웃는다. …아까 말한 몸이 망가지는 것을 즐기는 괴짜가 바로 이 녀석이다. 평소에는 사회성 좋은 털털한 녀석이지만, 한번 전투에 들어가면 부러진 팔로도 폭소를 흘리며 빌런을 제압하는 광적인 폭력성이 아마 그 인기의 비결이겠지.



“너나 조심해라. 세상 누가 부러진 자기 팔을 밧줄삼아 목을 조를 생각을 하냐, 정신나간 놈.” 


“그땐 정말 좋았죠~ 그 굵은 목에 부러진 팔을 감는데, 뼈가 살갗을 뚫고 나오려는 그 아슬아슬한 느낌이 진짜, 크으…”


“....말을 말자.”


“이래뵈도 싸우는 중엔 발기하지 않으려 꽤 신경쓰고 있다구요? 나름 필사를 감내하는 이미지인데, 얻어 맞는 게 취미인 개변태 새끼인게 들통나면 곤란하잖아요.”



 제 머리를 콩,콩 주먹으로 찧으며 저 잘했다는 듯한 웃음을 짓는 늑대의 꼬락서니가 퍽 우스웠다. 그래, 히어로가 제 할 일만 잘하면 그만이지. 어린 녀석들이니 나 같은 퇴물보다야 힘 쓰는 것도 나을테고. 



“어라, 벌써 퇴근하시는 검까, 선배? 야간도 뛰는 게 돈도 훨씬 잘 벌릴 텐데…”


“이제 하루에 한탕 뛰기도 가쁜 몸이라서. 내 몫까지 네가 다 당겨먹어라, 그냥.”


“...에이. 섭섭한 말 마십셔, 선배. 그럼, 다음에 술이라도 한잔 어떠심까? 제가 사겠슴다!”


“그러던가.”



 무심히 던진 말이 아랑곳도 않았는지 B는 안녕히 가십쇼! 라며 깍듯한 인사까지 잊어먹지 않았다. 텅,텅.  그렇게 낡은 계단을 거들먹대는 걸음으로 내려가다 보면, 어느새 날이 저물어 있곤 했다. 아, 오늘도 이제 끝이구나, 싶은 중년의 곯은 마음에 퍽 외로움이 느껴졌다.



 A. 



 한 때는 B가 무미건조하게 느껴질 정도로 유명했던 용맹한 갈기의 사자 히어로. 하지만 이제 그 이름을 기억하는 건 연로한 술집의 술에 곯아 떨어진 같은 중년의 주정뱅이들 뿐이었다. 제 시대가 저물었다는 걸 실감하자, 아이러니하게도 이젠 차라리 저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 되려 감사했다.


 그럼에도 의외로 히어로서의 말로는 비참하지 않았다. 분쇄기에 갈아넣기라도 하지않는 이상 죽을 일도 없는 몸. 팔다리 몇 개 쯤 분질러져가며 괴인,괴물들을 잡아넣을 때마다 들어오는 짭짤한 보수. 다시말해, 한 때 영예로웠던 A가 축적한 부는 결코 적지 않았다는 뜻이다.



 근데.



“근데, 이제 심심해서 어떻게 사냐…”



 비록 노쇠한 몸이지만 똑똑히 기억하고있다. 살갖이 저릿저릿하게 달아오르는 전투의 고양감. 정의의 편에서 누구보다 제가 앞 서 있다는 오만한 우월감과 쾌감. 지난 세월을 잊고 살기엔 A는 이미 너무나 많은 명예를 누려온 것이다.


 그런 자신이, 이젠 과거에 묻혀 새 시대의 젊은이들의 활약을 그저 멀거니 지켜보며 떨거지들이나 잡아 연명하고 있는 꼴이라니. 나이먹고 할 짓이 아니라지만, 내심 분통이 나는 삶이었다. 만약, 만에 하나라도 그때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나는, 난….



“...뭔 궁상맞은 생각을 다 하고 있냐. 잠이나 자자.”



 눈살을 찌푸린 A가 이불을 던지듯이 펼쳐 얼굴까지 파묻었다. 눈을 감자, 낮에 얻어맞았던 상처가 더욱 욱씬거리는 것이 퍽 밉살스러웠다. 이젠 상처도 잘 낫지 않고, 정말 히어로도 관둘 때가 된 걸까. 이 나일 먹고 과거도 잊지 못한 채 떠나간 꿈을 붙잡고 있는 게, 정말로 옳은 일일까. 



“그딴 거 나도 모르겠다고, 진짜….”



 주인의 앓는 소리가 듣기 싫었던 것인지, 문득 A의 호출기가 요란히 울렸다. 고막이 얼얼한 것으로 보아 꽤 심각한 사안인 듯 싶어, A는 종소릴 들은 개처럼 재빨리 호출기를 집어들었다. 신호등처럼 가지각색의 색들 중에서, 유독 빨간색만이 불길히 점멸하고 있었다.



“...4단계? 미친, 그것도 도심에서? 이게 무슨….”



  4단계.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재액을 초래하는 존재가 활개를 치고 있다는 신호였다. 대개 이런 건 히어로들의 배치가 허술한 외곽 소도시에서나 벌어질 법한 일인데, 대체 왜 이런 도심에서? 


 지금은 이유나 따지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A는 옷장을 말 그대로 뜯어내어 가능한 한 최대의 채비를 갖추었다. 호출기의 뒷면을 보니 수많은 빨간 점들이 한 목적지를 향해 모여들고 있었다. 짐작컨데, 아마 인근의 모든 히어로가 몰려들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정말로 내가 가는 게 맞을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과거와 달리 자신보다 뛰어난 히어로야 널리고 널린 마당에, 굳이 힘도 못쓰는 내가 가 봤자 걸리적 거리기만 하지 않을까? 도움은 커녕, 동료들의 발목이나 잡지 않을까?



 적게 잡아도 수십명의 활달한 히어로들이 모여들고 있는데, 나 따위가 대체 저 사이에서 무슨 가치가…



 4단계 경보. 분명 심각한 사안임은 맞았다. 허나, 멍청하게도 히어로들의 본거지나 다름없는 도심에 치고 들어온 것이 무슨 문제가 될까? 괜히 저들이 곧 정산받을 토벌금이나 축내지 않는 게, 옳은 일이 아닐까. 



“하, 진짜. 씨발….”



 지금 이딴 고민을 하고 있는 와중에도 시설은 무너져내리고, 사람들은 죽어나가고 있을터인데. 알량한 자존심에 골머리나 썩히고 있는 꼴이라니. 이젠 그 정신머리마저 히어로로서 죽어버린 것만 같아, 비참한 실소가 흘러나왔다.



[ 선배. ]



 그때, 호출기의 단말에서 B의 무전음이 들려왔다. 


 무슨 일인가 싶어 귀에다 바싹 붙여 보았지만, 대부분은 갖가지 굉음과 비명에 묻혀 알아 들을 수 없었다. 더 크게 말해보라며 호통도 쳐 보았지만, B의 목소리는 여전히 뒷전에 묻혀있는 채 그대로였다.



“야, 무슨 일이냐고! 어?! 안들려!!!”



 치지직.



 먹통이 된 단말기에서는 이따금씩 알아들을 수 없는 괴이한 울음이 울려퍼지고 있었다. 금속을 긁는 듯한 짐승의 울음소리. 아마 4단계 경보를 울린 주범의 소리인 성 싶었다.



“아이 씨… 야, 야!! 괜찮아?! 말을 해야 알지, 좀…!”


 

 답답함에 갈기를 쥐어뜯으며 A가 분통을 터트렸다. 기계는 때려야 말을 듣는다고, 혹 무전기에 문제가 있나 싶어 몇 대 갈궈보기도 하였지만 무전기는 처음부터 양호한 상태였다. 그 말인 즉, 그저 저 너머의 상대가 침묵하고 있을 뿐이라는 뜻이었다.



 그렇게 푹,푹. 땅이 꺼져라 짜증섞인 한숨만 쉬고 있던 A에게 나즈막히 들려온 마지막 무전은.



[ …살려주세요. ]



 후배의 천천히 꺼져가는 희미한 읊조림이었다.





남는게똥글쌀시간뿐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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