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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흔들리는 시작

아침의 지하철은, 거대한 동물의 내장 같았다.

회색 철벽 속을 느릿느릿 기어가는 이 통근 열차는, 매일 같은 시간, 같은 냄새, 같은 사람들을 삼켜서 으깨고 다시 뱉어낸다.

그 안에서 나는 조용히 버티고 있었다. 어깨를 잔뜩 움츠리고, 음악도 없이 사람들의 웅얼거림과 차창에 부딪히는 바람 소리를 들으며.

날씨는 흐렸다.

머리칼에 얹힌 물기와, 어제 밤새 내리던 비의 잔해들이 지하철 바닥에 얼룩처럼 흩어져 있었다.

덜컹. 전철이 흔들릴 때마다 나는 균형을 잃지 않으려 하체에 힘을 줬다.

이상하게도, 뭔가가 계속 어긋나 있었다. 나는 지금, 이곳에 있어서는 안 되는 인간이었다.

형은 짧고 단호하게 말했다.

"마지막 기회다."

나는 무슨 죄를 지었나 생각했지만, 결국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그 결과로 나는 이 나라에서 몇 안 되는, 교복을 입은 어른이 되어 있었다.

이사장 대리. 말이 좋아 대리이지, 누군가에겐 교도소 대체복무 같은 거다.

형은 내 이름으로 된 집을 팔아버렸고, 나는 가방 하나 들고 옛 학교, 아니 정확히 말하면 형이 다니던 학교로 되돌아왔다. 그리고 이 아침, 나는 그 시작의 현장에 서 있었다.

그 순간—

흔들림.

정확히는 사람의 흔들림이었다. 전철이 커브를 돌 때, 누군가 나에게 부딪혔다.

그리고 그보다 더 빠르게, 내 주머니가 가벼워졌다는 걸 감지했다.

반사적으로 손을 뻗어 그 손목을 잡았다.

고양이였다.

말하자면 고양이처럼 생긴 수인이었고, 말 그대로 고양이처럼 빠르고 민첩했다.

나는 그 아이를 노려보았다.

그는 웃고 있었다. 당황한 나와 달리, 너무나 익숙하다는 듯한 얼굴로.

그리고 입을 열었다.

“치한이에요! 이 사람, 만졌어요!”

…정적.

그리고 곧이어 몰려든 시선들.

나는 입을 열 수 없었다. 아니, 열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그의 연기는 완벽했고, 내 억울함은 너무도 기괴하게 들릴 준비가 되어 있었다.

고양이는 내 손을 툭 치고 빠져나가더니,

내가 반응하기도 전에 인파 속으로 파묻혀버렸다.

나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짜증나는 하루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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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했네. 완전히 망했어.”

나는 손을 씻으며 중얼거렸다. 교복 셔츠를 꿰매듯 단정하게 여미고,

거울을 보며 오늘 아침의 사건을 되새겼다. 그 사자 얼굴, 기억난다.

저 눈빛은 나중에 다시 만날 일 있겠다 싶었는데, 설마 진짜로 그렇게 될 줄이야.

아무튼 오늘은 시상식 예행 연습이 있었다.

그리고 선생님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펠루스. 이사장실 가서 상장 좀 받아올래?”

나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운명의 나사가 돌았다는 사실을 깨달은 건, 그 문을 연 직후였다.

문이 열리자, 공기가 바뀌었다.

사람이 풍기는 냄새는 법보다 빠르다.

그 공간엔 딱 한 사람의 기척이 있었고,

그 사람은 내가 가장 피하고 싶은 얼굴이었다.

“…어라?”

나는 멍청하게 웃었다. 아니, 멍청한 척을 했다.

이럴 땐 실실 웃는 게 상책이다. 고양이의 생존 전략은 애교와 빠른 사과니까.

하지만 그는 웃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그 사자는 웃지 않는 얼굴을 아주 자연스럽게 지닌 존재였다.

책상 너머로 몸을 일으키며, 천천히 말했다.

“어떤 놈이 내 지갑을 훔치고, 나한테 치한 누명을 씌우고 도망쳤는데.”

나는 그 순간, 싸늘한 땀이 등을 타고 흘러내리는 걸 느꼈다.

“그, 그럴 리가요… 저, 저 아니에요…”

그는 여전히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내가 아주 그냥 고소장을 써서 교도소에 넣어줄까 하는데.”

나는 무릎이 꺾였다.

제대로 꺾였다. 드라마 같던 상황은 이제 막장이 되기 직전이었다.

“죄송합니다, 선생님. 아니, 이사장님. 진짜 죄송합니다. 제가 잠시 미쳤던 것 같아요. 아니, 길을 잘못 들었어요. 제발, 기회를 한 번만… 두 번만…”

내 입은 벌써 제정신이 아니었다.

말이 꼬이고, 얼굴에 철판을 세 겹쯤 깔았다.

이게 안 먹히면 인생의 반은 접어야 했다.

그는 잠시 조용히 나를 내려다보다가,

팔짱을 끼고 한숨을 내쉬었다.

“하… 너 매일 방과 후 이사장실로 와. 앞으로는 잔심부름 담당이다. 알았어?”

그 순간 나는, 어쩐지 살았다는 생각과 함께

이 사자의 심심풀이가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낳을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렇게—

고양이와 사자의, 너무 이른 만남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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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잔

근데 19금은 안대겠짘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