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블로2가 한반도를 휩쓸 무렵인 2002년도 초반 2학년 1학기를 휴학한 나는 6개월 남짓 남은 입대날 까지 무료함을 때우기 위해서

친구의 소개로 단기 알바라도 할 요량으로 들어간 그곳은 용진정밀 요즘 표현을 빌리면 머시닝센터라고 부르는곳이다.

아버지 세대의 표현으로는 마치코 바야라고 하는 조그만 선반이나 밀링가공을 하는 좆소기업체였다 컨테이너 몇개와 천막으로 만든 가건물은

내가 처음 봤던 용진정밀의 전경이였고, 당시 신정이 막지난 1월 초의 용진정밀은 검은색 천막에 군데군데 내린 눈과 주변에 베이지색으로

말라붙은 잡초들은 그 을씨년스러움을 더해주었다.

친구와 같이 사무실을 들어가자 파라핀냄새가 나는 석유난로가 은은하게 타 들어가고 있엇고  이윽고 남색 아가일 체크 가디건을 입은 회사 경리가 

맥심커피믹스를 타주면서 이것저것 귀에 들어오지 않은 설명을 조잘조잘 하고 있엇고 앞으로 누나라고 부르라고 약속을 한뒤  나도 현장에 가기 위해 

탈의실로가 친구처럼 남색 작업복으로 바꿔 입었다 약 100사이즈의 남색 작업복 팔부분에는 부대마크 처럼 존제감을 뽐내듯 한쪽 팔에는 안전제일 마크가 

오바로크 쳐져 있엇고 어색한 시보리가 있는 남색 누비바지를 갈아입고 입김을 호호 불어가며 검은색 천막의 문을 열고 현장에 들어가자 훗날 예티차장이라고

부른 그가 반갑게 인사를 했다 "정철이 소개로 온 친구가 너냐잉 아따 잘혀보자잉" 약간 푸석푸석한 머리에는 여자들의 머리핀 처럼 금속을 가공하다 날린

나선형 모양의 칩들이 곳곳에 박혀 있엇고 그 마저 5:5 가름마 형태를 유지한 산발이였다 약간 넓은 미간과 개별로 보면 남자답고 호탕한 이목구비 이지만

합쳐놓으면 무언가 영장류의 조상을 연상시키는 외모 그것이 그와의 첫 만남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