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메카=김미희 기자] 지난 10일, 엔씨소프트 노동조합 ‘우주정복’이 출범했다. 우주정복은 국내 게임업계에 생긴 다섯 번째 노조이며, 넥슨∙스마일게이트∙엑스엘게임즈∙웹젠과 함께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노동조합에 속해 있다. 민주노총을 선택한 이유는 게임사 노조가 함께 있어 향후 교섭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엔씨소프트 노조 송가람 지회장은 “설립 과정에서 넥슨, 스마일게이트 노조 측에서 주말에도 시간을 내어 많이 도와줬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것은 회사와의 상생이며, 노조 및 직원이 원하지 않는 강경행동은 없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대외적으로 알려진 엔씨소프트에 대한 이미지는 과금 강도가 높은 게임을 서비스하지만, 직원들은 잘 챙겨주는 회사다. 다만 그 속사정을 들어보면 큰 온도차이가 있었다. 게임메카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송가람 지회장이 가장 많이 언급한 이야기는 ‘직원과 임원이 서로 같은 배를 타고 있는 것이 맞느냐’라는 점이다.
이 말은 외부에 드러난 임원 보수 등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송가람 지회장은 “금액의 많고 적음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아니며, 납득할만한 기준과 성과가 있다면 많은 보상을 받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다만 일반적으로 임원들은 계약직이며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구조인데 현재 임원들에게 ‘하이 리스크’가 있는가’라는 생각이 든다. 가령 프로젝트가 실패하면 직원들은 책임을 지고 있는데, 임원들은 어떻게 책임을 지고 있는가”라고 물었다.
외부에서 지적하고 있는 가족경영에 대해서도 송 지회장은 그 자체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가족경영이라도 성과가 좋다면 상관 없다. 다만 일반적인 룰은 있다고 생각한다. 6년 적자(엔씨웨스트)임에도 많은 보너스를 받아가는 부분은 일반적인 룰과는 좀 다르지 않나. 평범한 선에서 납득할 수 있는 모양새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송가람 지회장이 강조한 부분은 분명히 한 방향으로 가야 할 같은 회사 소속임에도 임원과 직원은 서로 다른 배를 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부분이다. 특히 노조 설립에 기폭제가 된 부분이 올해 초 엔씨소프트가 4,700여명에 달하는 직원을 모아두고 진행한 사내 간담회였다.
그는 “당시 김택진 대표가 일론 머스크의 ‘재택근무하려면 퇴사하라’라는 트윗에 대해 그 의견을 존중한다고 이야기했다. 물론 사석에서는 그러한 이야기를 할 수 있으며, 사람은 모두 다양한 의견을 가질 수 있다. 다만 그 자리는 1년에 한 번씩 직원 4,000명 이상이 모이는 공적인 자리였다. 모든 말에는 적합한 때와 장소라는 것이 있는데, 공석에서 그러한 이야기를 편하게 한다는 점에서 직원을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라고 전했다.
같은 간담회에서는 올해 연봉인상률 및 인센티브에 대한 직원 질문도 나왔다. 송 지회장은 “담당임원 분이 올해 매출이 좋은 것은 착시라고 했다. 숫자는 팩트지만, 세계경제가 어렵고 전쟁 등도 있기에 매출이 잘 나왔지만 아껴뒀다가 매출이 하락할 때 활용해야 한다며 썩 만족스럽지 못할 수 있다고 했다. 여기까지는 공감할 수 있다. 세계 경제가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기에 같이 감내하자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이후 회사 공시(2022년 사업보고서)를 봤는데 임원 보너스만 100억 원, 50억 원인 것을 보며, ‘우리는 서로 하나의 조직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명확하지 않은 기준으로 누구는 위기고, 누구는 잔치를 벌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임원과 직원이 분리된 듯한 조직문화에 대한 문제점을 인지한 것은 최근이 아니다. 직원 입장에서 다른 의견을 내는 것도 조심스러워하는 무거운 회의 문화, 주니어급 개발자들이 모인 공적인 자리에서 회사 대우가 부당하다고 생각해 퇴사한 시니어 개발자들을 능력이 없어서 나간 것이라 폄하한 임원, 연봉협상 전 날 새벽 1~2시에 월급이 나온 후 다음 날 출근하면 사내 PC에 연봉계약서가 와 있는 방식 등이 있다.
송가람 지회장은 “저 역시 2005년부터 게임업계에서 일을 해왔고, 연봉은 대부분 협상이 아니라 사실상 통보 식으로 진행된다는 점도 이해하고 있다. 다만 예의나 형식상으로라도 사전에 팀장과 미팅하며 ‘올해 이 정도 오를 것 같은데 괜찮느냐’ 식의 과정이 있는데, 엔씨소프트의 경우 그 전에 아무것도 없으며 새벽에 급여를 받아본 후 다음 날에 연봉계약서를 봐야 얼마나 올랐는지 확인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이전에도 노조 설립 이야기가 여러 번 나왔음에도 성사되지 못한 부분에는 경직된 조직문화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으리라는 것이 송가람 지회장의 의견이다.
시선 차이가 극명히 드러나는 엔씨 데브 서포트 팀
직원에 대한 임원과 회사의 시선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부분은 대기발령 직원이 모인 ‘데브 서포트 팀’, 소위 데브팀이다. 내부에서 진행되던 프로젝트가 엎어지면 다른 팀으로 바로 보직이동도 가능하지만, 이동하지 못한 직원은 데브팀에 온다. 송가람 지회장은 “데브팀이 되면 연봉은 동결이며 인센티브는 없다. 아무런 일이 주어지지 않고 다른 부서로 이동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다른 개발팀 역시 TO가 꽉 차 있는 상황이며, 데브팀은 일반적인 보직이동과 달리 TO가 빈 곳에만 지원이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데브팀 직원들은 새 회사 입사와 동일하게 이력서 등 서류를 준비하고, 1차, 2차 면접을 거친다. 다만 다른 팀으로 이직한 경우는 소수이며, 그 과정에서 스스로 회사를 떠나는 것이 대부분이라는 것이 송 지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예전에 데브팀 직원에게 다른 부서에서 실력도 좋고, 작업물도 괜찮다면서 만나서 이야기해보자는 제안이 들어왔었는데, 그 부서에서 ‘데브팀이셨냐’라고 물어본 후 우리와 함께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고, 그 이유도 설명해주지 않았던 적이 있다”라며 “아마도 그 부서에서 데브팀 소속인 것을 모르고 제안한 것이라 생각한다. 이 부분을 통해 회사에서 데브팀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떤지 알 수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서 송 지회장은 “회사에서는 절대 권고사직이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다만 데브팀에 대한 시선과 태도, 사내 전산에 남아있을 이력서, 학력 등을 다시 마련해서 제출하는 과정 등에서 직원의 멘탈이 무너지곤 한다. 분명히 인사팀에 있는 자료인데 왜 이런 서류를 다시 받는 것인지, 어떠한 의도인지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앞서 밝혔듯이 임원들은 프로젝트 실패나 드랍에 자유로우며, 금방 새로운 프로젝트로 옮겨간다. 송가람 지회장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 중 하나로 ‘고용안정’을 꼽은 것 역시 여기에서 비롯됐다. 그는 “공식적으로는 그렇지 않지만 데브팀에 가면 사실상 퇴사라고 봐야 한다. 프로젝트 실패는 직원들의 잘못도 있겠으나 잘못된 방향을 제시한 선장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본다. 그런데 임원들은 새로운 배로 넘어가며 직원들만 가라앉는 상황이다. 현재 데브팀에 대한 회사의 대우는 횡령, 배임 등으로 징계를 받은 사람과 다름없다”라고 말했다.
두 번째로 강조한 부분은 투명한 보상 체계를 갖추는 부분이다. 송 지회장은 “앞서 이야기했듯이 금액의 많고 적음은 중요하지 않다. 다만 납득할만한 사전 설명, 명확한 기준을 토대로 올해는 이러한 부분이 좀 어렵기에 같이 감내해보자고 하거나, 이런 부분이 잘 됐으니까 같이 잔치를 열어 보자는 방식이 된다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궁극적으로는 임원과 직원의 한 배를 타서 상생하는 구조를 만들고 싶다는 것이 엔씨소프트 노조의 목표다. 송가람 지회장은 “노조에서 두 가지 기준을 세우고 있다. 하나는 회사와 대립구도를 세우지 않는다. 또 하나는 선악구도를 만들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공동운명체이고, 한 배를 타고 싶은 마음이다”라고 밝혔다. 우주정복이라는 이름과 회사 캐치프레이즈에 빚대어 '평천하(우주정복)'을 이루고 싶다면, '제가(집안을 바르게 함)'도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것이 그의 뜻이었다.
엔씨소프트 노동조합 우주정복은 10일 설립됐고 현재 회사에 교섭을 요청한 상황이다. 회사 역시 이를 인지하고 있으며, 설립 다음날인 11일에 사측에서 ‘노조와 교섭할 예정’이라는 전사 공지를 냈다. 송가람 지회장은 현재 조합원 수 및 가입 현황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기 어렵지만, 노조에 대한 많은 응원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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