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10년차다.(였다.)

월급 170에 시작해서

올라간다고 올라간게 300 초 중반.

회사도 많이 옮겼지.

ㅈ같아서 옮긴곳이 대부분이고,

회사 망해서 어쩔수 없이 옮긴곳도 있다.

중소 10년 다니며 머릿속에 남는 건 불안감이었어.

나이 먹고나서 회사 망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좆 같다고 씨부려 대면서도 안정적으로 중견, 대기업 다니는 친구들과 달리,

내가 운이 없는 것도 있겠고, 끈기가 없는 것도 있겠지만,

중소기업은 오래 다닐 곳이 못되겠다 싶었어.

체계가 있어, 복지가 있어, 그렇다고 연봉이 쎄?

나이먹고 그만두면 이직도 힘들지,

인컴이 적으니 삶은 삶대로 궁핍하고 돈은 안 모이고.

암튼 그래서 40전에 혼자 뭐라도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회사 그만뒀다.

잘 됐냐고?

작년에 뺄 거 빼고 총 수익 천만원 조금 넘게 벌었다.

중소 연봉에도 한참 못미치는 돈이지.

그래도 좋았다.

첫술부터 배부를순 없고,

돈 버는 유일한 길이라 생각했던 회사를 떠나 처음부터 끝까지 내 손으로 번 돈이니까.

물론 불안감은 아직도 있어. 많지.

계속 회사에 붙어서 조금이라도 더 벌었어야 했나? 뭐 그런?

남들이라고 뭐 다를까? 다 똑같을텐데 뭐 그런?

그렇다고 후회하는 건 아니야.

어차피 중소 다니면서도 계속 씨발 씨발 했을거라고 확신하니까.

이제 내년이면 사십되고,

그때 되선 경력 살려서도 재 취업이 더 힘들어지겠지.

뭐 여하튼

내 결정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내가 지고 가야 하는 거니.

결론은

중소기업 10년 차에 남은 건 어디가서 말하기도 부끄러운 통장잔고와

회의감, 불안감, 자괴감, 패배자 마인드 뿐이었다 이거야.

중소기업이라고 다 ㅈ같은 곳만 있는 건 아니더라.

정말 간혹가다 괜찮은 곳도 있어, 비젼 있고, 대표 마인드 괜찮고,

근데 그런곳에 가진 못했다 내가.

처음 일 시작할 때,

20대 때,

그때 그런 곳을 찾으려 했다면

회사에 대한 내 생각이 달라졌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