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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좃소문학] 중소기업에서 행시합격자가 나온 날모바일에서 작성

중갤러(39.7) 2023.08.27 20:57:53
조회 2804 추천 35 댓글 10


金은 자동차로 유명한 도시에서 나고 자랐음. 지방국립대를 나와 중견기업 임원으로 일하는 아버지 밑에서 부족하지도 않고 넘치지도 않는 성장기를 보냈음. 비평준화 시절 전국에서 공부를 잘하기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순간부터 온 집안의 운명을 짊어진 기대주가 되었음.

金은 야자나무가 있는 독특한 등굣길을 오를 때마다 내 삶도 이렇게 완만하게 성장곡선을 그리겠구나 예감했음. 한번은 교내방송으로 ‘모의고사에서 대원외고를 이겼다’라고 하자 온 학생이 운동장으로 뛰쳐나가 환호성을 질렀음. 그때 金은 이러한 종류의 기쁨은 온전히 내것이라는 것을 의심치 않았음.

金은 수능 전날에도 김은 친구들과 당구를 치며 여유를 부렸고, 결국 삼수 끝에 겨우 서울대에 들어가게 되고, 1학년 수업만 마치고 곧바로 군대에 다녀와 과외하며 4학년까지 자기 힘으로 다녔음. 졸업을 1년 앞둔 시점에 金은 재학 중 패스한 고등학교 친구 이야기를 듣고 자신도 행정고시를 준비하기로 각오함.

金은 경제학은 황ㅇ휴, 행정법은 김ㅇ일이란 말만 듣고 합ㅇ의 법학원과 베ㅇ타스 등을 배회하며 기본입문 순환부터 돌렸음. 관심사가 많은 金에게 행정학, 행정법, 경제학, 정치학을 바꿔가며 공부하는 행정고시는 취향에 딱 맞았음. 기본순환에서 바로 3순환으로 건너뛰어도 최고 답안을 내리 써내며 학원에서도 너는 만 2년이 되지 않아 붙겠다는 평가를 받았음.

金의 순탄한 진로에 단 하나의 장벽이 있었음. 1차 PSAT 점수가 나오질 않았음. 첫 시험은 컨디션 난조라 여기고 두 번째 시험부터는 매일 꾸준히 유형분석을 하며 준비했음. 그러나 3년 연속으로 金은 1차에서, 그것도 커트라인 1~2점 차로 계속 고배를 마셨음.

金은 서른에 이르자 집안의 기대주에서 골칫거리로 변해가는 자신이 혐오스러워졌음. 부모님이 마지막이라고 보내준 학원비를 가지고 버스정류장 종점 부근에 있는 조그만 LP바에서 위스키를 한 병 가득 마셨음. 그렇게 金은 필름이 끊겼고, 정신을 차려보니 경찰서였음.

金은 어찌어찌 합의하고 돈을 벌기 위해 좃소에 나갔음. 처음엔 합의금을 다 모을 때까지 몇 달만 다니자는 생각으로 나갔지만 어느새 한해가 훌쩍 지나갔음.

金은 자신을 트로피처럼 여기저기 자랑하고 다니는 사장에게 매일 시달렸음. 한번은 ㅇㅇ청 공무원들을 접대하는 자리에 金을 불러내어 “서울대 나온 부하직원”이라며 소개했음. 마치 우리에 갇힌 맹수의 무기력함을 조롱하듯 사장을 김의 어깨를 툭툭 치며 술을 계속 따르라 지시했음.

“자네 서울대학 나왔나?”

金을 똑바로 주시하며 중년의 공무원은 나직한 목소리로 정중하게 다시 물었음.

“나는 ㅇㅇ학과 ㅇㅇ학번인데 자네도 서울대인가?”
“예 선배님, 과는 다르지만요.”

金의 앞자리에서 고압적인 자세로 접대를 받던 그 공무원은 고쳐 앉고 말없이 술을 한두 잔 마시고 일찍 자리에서 일어났음. 사장은 서울대 나온 金 덕분에 접대가 성공적이구나 좋아했지만 金은 그게 아니라는 걸 알았음. 金은 더 초라해질 것이 없는 상대에게 배푸는 문명인으로서의 최소한의 도리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음.

金은 합의금을 갚고도 월세 보증금을 모으기 위해 몇 달 더 그 중소기업에 다니게 되었음. 그런 와중에 자기에게 잘 보이지 않으면 지출을 일부러 늦게 진행하는 경리A, 큰소리치면 사업이 굴러간다고 생각하고선 金이 지적한 예외조항을 무시하고 일을 진행했다가 문제가 생기자 오히려 金의 탓으로 몰고 간 대리B, 자기도 뒤늦게 공부하고 싶다며 金에게 마음 털어놓고 지내다가 어느날 말없이 퇴사한 사원C 등 역설적이게도 불균형한 사람들이 모여 회사는 어찌어찌 균형을 맞추고 있었음.

金은 뭐라도 하지 않으면 미칠 것 같아서 습관대로 행시에 지원서를 내고 시험을 침. 그런데 기대하지도 않았던 1차 시험에서 커트라인을 아슬아슬하게 넘겨서 2차 시험을 응시할 기회가 생겼음. 金은 퇴근 후에 베ㅇ타스 뒤에 있는 독서실에서 2차를 준비했음. 새벽에 나와 골목 맞은편 감자탕집에서 뼈해장국을 먹고 지하 세탁방에 있는 코인 노래방에서 스트레스를 풀며 그렇게 몇 달을 보냈음.

金은 2차 시험 기간에 연차를 신청했지만 사장은 회사가 바쁜데 왜 그때 빠지냐며 허락하지 않았음. 金은 고성을 높이며 사장에게 요청했고, 사장은 버럭 화를 내며 “갈 곳 없는 새끼 거둬줬더니 이제 와서 싸가지없게 군다”고 金을 몰아세웠음. 金은 전략을 바꿔 수십만원짜리 양주를 사장에게 받치며 이번만 용서해달라고 빌자 사장은 그제서야 이번 한 번뿐이라며 연차를 내줬음.

金은 단권화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2차를 불안한 상태로 임했음. 그런데 행정학에서 불의타 문제가 나왔음. 그해 시험에서 학원에만 의존한 많은 학생이 그 문제 앞에서 무너졌지만, 金은 복학 후에 행정학과 수업에서 들은 내용이 기억나 그걸 근거로 답안을 작성해 나갔음.

金은 시험을 괜찮게 본 것 같았지만 2차를 처음 친 것이라 결과를 예상하기가 어려웠음. 회사에 복귀하니 사장은 너가 빠져서 손해가 막심하다며 金을 타박했고, 대리는 金 때문에 자기가 일이 많았다며 이번엔 네가 야근하라며 일거리를 한가득 넘겨주었음. 그런 상황이 화가 날 만도 했지만 金은 2차 별표 전까지 시험 생각에만 사로잡혀 어떤 동요조차 하지 않았음.

金은 합격자 발표날에 시간이 정말 미치도록 느리게 간다고 느꼈음. 차라리 떨어지더라도 이 죽을 것 같은 기다림이 빨리 사라지길 바라는 마음도 없지 았음. 그때 문자 한 통이 날아왔음.

[Web발신] 20** 5급(행정) 공채 2차시험 합격을 축하합니다. 면접 관련 공고문 확인 바랍니다.

金은 면접까지 무사히 마치고 최종 합격자가 되었음. 이 소식을 전해 들은 사장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음. 사장은 金을 조용히 불러냈고, 곧바로 영화 ‘부당거래’ 속 황정민이 류승범에게 비굴하게 빌 것처럼 기가 죽어 있었음.

金은 그동안 사장에게 쌓인 것이 많아 욕 한 바가지를 하고 싶었지만, 지금 자기 앞에서 떨고 있는 한 사내가 자신의 먹이감이 되기엔 너무 초라하단 생각하며, 지난날 술자리에서 자기를 그냥 놓아준 대학선배를 떠올렸음. 그리곤 사장에게 그동안 감사했다는 말을 남기고 사직서를 제출했음.

金은 회사를 나와 연수원에 가 ㅇㅇ부 사무관에 임명되었음. 金은 그동안 모은 자료를 각 관할과에 제보했고, 그날부로 金이 다녔던 중소기업은 각종 규제 위반으로 시달리다 결국 문을 닫았음. 金은 폐업한 회사에 가서 다 뜯어내지 못한 회사 간판을 물끄러미 바라보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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