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본인은 중소중견만 10년을 다니며 구멍가게(연매출20억)-중견(시총 2조인데 중견)-좆소(연매출 200억) 순서로 이직 3번을 했고,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좆소의 업무룰을 이해하지 못해 백두혈통에게 매일 욕을 처먹고 퇴사하는 대기업 출신 차장 부장님들을 아주 많이 보았다. 혹시나 대기업에 재직하고 있다가 고과때문에 짤릴때가 되어서 좆소를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중소갤을 기웃거린다면 참 다행이다. 꼭 이글을 읽어보길 바란다. 그들 뿐만 아니라 일반 좆소재직자들도 한 번 읽어보면 좋은 글이라고 생각한다. 좆소에서의 자신의 입지를 생각해보고 보다 주도적인 회사생활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져보자.

1. 배타적인 업무영역을 가져라

좆소는 의외로 사원이 중간관리자(임원) 혹은 사장(백두혈통)의 눈치를 거의 볼 필요가 없는 곳 이다. 좆소갤 등의 커뮤에서 잊을만 하면 올라오는 '백두혈통이 사원에게 갑질하는 썰' 등의 영향으로 급식, 학식 그리고 대기업 직원들이 좆소직원은 마치 인권없이 회사를 다니는 것처럼 오해를 하는데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상하관계가 대기업보다 훨씬 자율적이며(위계질서가 힘의 논리에 의해 설정), 대기업보다 더 수평적인 기업문화가 존재한다. (노사 서로 잃을 게 없음, 꼬우면 나가, ㅇㅇ 좆같아서 이직)

따라서 어지간한 정신병자가 아니라면 당신이 1인분 이상을 하고있다고 판단되는 순간 백두혈통도 당신을 건드리지 못한다. 사장과 직원이 완벽히 동등한 계약을 하는 자유인 신분으로 거듭나게 된다. '1인분'이라는 말은 얼핏 보기에 참 주관적이다. 1만명의 사람이 있다면 1만개의 '1인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좆소에서의 1인분'을 명확히 정의하자면 아래와 같다.

1) 당신은 누군가의 업무지휘를 구체적으로 받으며 일을 하는것이 아닌 독자적인 체계를 갖추고 있고 이를 이용한다

2) 당신이 만든 업무체계가 회사 구성원 전체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

3) 해당 업무 체계가 회사 구성원 전체에게 배타적인 영역을 만든다.

당신의 업무형태가 위에 열거한 세 가지 기준을 모두 만족하는가? 축하한다. 당신은 완벽히 그 회사에서 1인분을 하고있다. 이해가 힘든가? 아래 사례를 읽어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사례1-1) 차장 B는 6개월 전 모 대기업에서 퇴사 후 좆소기업 품질관리부에 입사하였다. B는 아침 회의 시간에 백두혈통 부사장 A에게 지난 밤 일어난 설비 이벤트에 대해 보고하였다. A는 이벤트가 제품에 미친 영향을 분석해서 고객사 표준에 따라 문서를 작성하고 자신에게 결재받으라 지시하였다. B는 고객사 매뉴얼에 따라 논리적으로 고객사에 문제가 없음을 증명하는 보고서를 작성하고 이를 A와 고객사에 컨펌받았다.

사례1-2) 좆소기업에 근무중인 기술영업부 과장 C는 월요일 아침에 출근을 하지 않았다. 일요일 아침부터 고객사 D전무와 낚시를 다닌후 저녁에서 월요일 아침까지 술을 마셨기 때문이었다. C는 술에 취한 상태로 회사로고가 찍힌 1톤 트럭을 음주운전 하여 D를 그의 자가에 데려다 주었다. C는 오전 11시에 술에 취한 상태로 회사에 출근해 상의를 탈의하고 회사 휴게실에서 낮잠을 때렸다.

사례1-3) 회사 소파에 술에 취해 자빠져 자는 C를 보고 기분이 나빠진 부사장 A는 C에게 쌍욕을 하고싶지만 전후 사정을 알기에 부들대며 참는다. 오후 12시, A는 점심시간에 점심도 처먹지 않고 현장을 돌고있다. 그러다 매뉴얼상으로 지난달 업데이트 된 작업표준서와 먼지나는 현장 구석에 처박혀있는 작업표준서가 버전이 일치하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B에게 전화를 걸어 현장에서 고성을 지르며 쌍욕을 한다.

사례1-4) 밥을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A에게 불려나와 현장을 점검한 B는 컵라면이라도 먹기 위해 직원 휴게실로 향한다. B는 휴게실에서 술냄새를 풍기며 웃통을 벗고 자빠져 자고있는 C를 발견하게되고 분노와 허무함 그리고 박탈감을 느낀다. B는 라면에 물도 따르지 않고 그대로 쓰레기통에 처박으며 쌍욕을 섞어 회사를 욕했다. B는 그대로 사무실로 돌아가 컴퓨터를 키고 구인구직 사이트를 탐방한다.

대기업이나 규모있는 중견이었다면 B는 훌륭히 1인분을 해내는 사원이지만 좆소의 기준에서는 그렇다고 보기 애매한상황. 반면 대기업이나 중견이었다면 C는 미친새끼로 찍히지만 좆소의 기준으로는 완벽히 1인분 이상을 하는 주말까지 희생하여 회사의 이익을 위하는 훌륭한 직원이다. 다만 나대는게 꼴보기 싫을 뿐이다. 백두혈통인 A조차도 그저 부들거릴 뿐이다.

이미 만들어진 완성도 높은 룰을 따르는 사원은 대기업이었다면 훌륭히 1인분을 해내는 사원이지만 좆소에서는 아니다. 그렇다고 대기업 1인분 사원이 좆소 1인분 사원보다 능력이 없다는 뜻이 아니다. 업무자율권이 폭넓게 보장되는 만큼 더 많은일을 해내야 사람대접을 받는다는 의미이다.

같은 이유로 좆소에서 영업직이 1인분을 하기가 쉬워 좆소는 영업맨이 왕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적 압박을 받긴 하지만 업무특성상 배타적인 영역이 반드시 생기기 때문. 관리직이 좆소에서 영업왕 대가리를 찍어누르는 캐리를 하려면 실무자 기준 기술적으로 매우 뛰어난 사람이거나(복수의 기술사 자격 보유) 특정 매뉴얼 분석 및 제개정에 아주 능통한 사람(해외 표준 등에 대해 컨설턴트 급으로 통달) 혹은 전문직 자격 보유자(최소 노무사, 세무사급)가 되어야한다.

대기업 퇴사후 좆소에 문을 두드리는 당신이 이전 회사의 인맥을 활용한 영업맨을 자처하는 게 아니라면 마음을 단단히 먹고 강철과 같은 멘탈을 준비하는게 좋을 것이다. 당신은 좆소에서 주어진 업무를 성실하게 수행할 필요가 없다. 누가 시키는 업무는 최소한으로만 대충대충 하고 오로지 당신만이 수행하는게 가능한 업무를 찾아라. 아주 작고 하잘것 없는 건이라도 좋다. 일단 좆소에 들어갔다면 당신이 살 수 있는 '두 집'을 3개월 안에는 확보해라.

2. 총력전에 대비하라

총력전이라고 하니 마치 북한의 구호같은 느낌이지만 실제로 좆소에서는 종종 총력전이 필요한 순간이 온다. 총력전이란 말 그대로 할 수 있는건 모두 다 해야하는 상황을 말한다. 이해를 돕기위해 사례를 추가하였다.

사례2-1) 대기업에서 30년간 재직하다 명예퇴직 후 3개월 전 부터 어느 좆소기업 품질관리부에 근무하게 된 부장 B는 고객사 (을)로부터 한 가지 곤란한 요청을 받게된다. 고객사의 상위 벤더인 (갑)이 뜬금없이 (을)에게 공정 H에 대한 기록을 요구했기 때문. H공정은 기록장치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아 설비의 가동 기록 데이터가 없고, 그렇게 중요하지도 않아 제품 샘플링 검사로 기계적 퍼포먼스를 체크하는 것으로 협정서에서 갈음했기 때문이다. 부장 B는 협정서를 읽어보고 기록계가 없어 해당 의뢰를 수행할 수 없다는 메일을 (을)에게 보낸다.

사례2-2)다음날 (을)에게 연락을 받은 부사장 A가 얼굴이 벌게져서 사무실에 처들어와 "그걸 그렇게 없다고 통보하면 어떻게 하냐"라고 B에게 화를 낸다. B는 나는 협정서대로 한거다, 없는걸 없다고하지 뭘 어쩌란거냐고 A에게 맞받아친다. A는 B에게 월급 두달치 줄테니 집에 가라고 쌍욕을 섞어 말하고, B는 빡쳐서 회사를 나간다.

사례2-3) 부사장 A는 품질관리부 과장 D를 불러 해당문제애 대해 쌍욕을 하면서 "너는 뭐했냐"라는 늬앙스로 D를 타박하기 시작했다. 과장 D는 A에게 해당 상황을 타개할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데이터를 조작해서 보내자는 의견이었는데, 디지털 기록계는 '읽기'만 가능한 데이터를 제공할 뿐이었다. D는 헥스 에디터를 키고 설비 로그파일을 복호화 하여 부사장실에서 몰래 데이터 조작을 시작한다. 복호화 작업 및 데이터 조작작업이 새벽 2시에 끝나고 (을)에게 사과의 뜻을 담은 메일과 조작된 데이터를 보낸다. A는 매우 흡족해하며 맛있는거 사먹으라는 말과 함께 야근수당 10만원을 D에게 카카오페이로 꽂아준다.

좆소에서 가장 쓰레기같고 쓰잘데기없는 덕목 두 가지를 꼽자면 '정직함'과 '성실함' 이다.

좆소에서 성실한 새끼는 '병신'이고, 좆소에서 정직한 새끼는 '호로새끼'이다.

성실하면서 정직하다? 회사를 나가서 종교인이 돼라. 성실하고 정직한 당신은 좆소에서 쓸모 없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말고 '총력전'을 수행해야 겨우 톱니바퀴가 굴러간다. 좆소는 원래 그런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