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금요일에 있었던 일임

나보다 한살 많은 경리 누나가 있음
내 자리로 오더니 이번 크리스마스때 뭐하냐고 묻더라
난 내향적이라서 휴일엔 무조건 집에서 쉬는게 최고란 말이야
그래서 그냥 집에서 넷플릭스나 보면서 뒹굴거릴 생각이라고 하니까, 공연 보러가고 싶지 않냐 하더라고
자기한테 뮤지컬 표가 있는데 같이 가기로 한 친구가 못가게 돼서 나한테 물어본거래
난 집에서 쉬고싶은 마음이 크지만, 물어봐준게 고맙긴 해서 바로 거절은 못하고 생각해보겠다고 했음

근데 그걸 보고 있던 다른 여직원 표정이 별로 좋지 않았음
그 여직원은 나랑 동갑이었어
암튼 경리가 나한테 물어보고나서 자기 자리로 가니까, 그 여직원이 경리 자리로 가더라?
그러더니 갑자기 'ㅁㅁ언니 저 좀 봐요' 이러는거야
그래서 둘이 나가고 나도 마침 화장실 가고 싶어서 밖에 복도로 나왔는데 둘이 얘기하는게 들리더라?
근데 대화 내용이 이랬음

여직원 : ㅁㅁ언니, 00(나) 좋아해요?
경리 : 갑자기 그건 왜?
여직원 : 대답해요, 00 좋아해요?
경리 : 그니까 그걸 왜 물어보는데?
여직원 : 괜히 여우짓 하지 마세요
경리 : 뭐? 무슨 여우짓?
여직원 : 방금요, 00한테 한거요
경리 : 공연 보러가자 한거? 그게 왜 여우짓이야?
여직원 : 여우짓 맞잖아요, 친구랑 같이 보기로 했단것도 뻥이었죠?
경리 : 쓸데없는 소리 할거면 나 간다
여직원 : 잠깐만요, 그 친구는 왜 못가게 된건데요?
경리 : 그걸 내가 너한테 설명해야 되니?
여직원 : 어차피 언니 친구는 제가 모르는 사람인데 이유를 말해줘도 상관 없잖아요
경리 : 내 친구 사정을 너한테 왜 얘기해야 되는데? 됐으니까 그만하자
여직원 : 언니 여우짓하는거 진짜 꼴보기 싫어요
경리 : 너 솔직히 말해봐, 내가 00 좋아한다고 생각해서 질투하는거지?
여직원 : 그런거 아니거든요?
경리 : 그럼 내가 00한테 여우짓을 하든 뭘 하든 무슨 상관인데?
여직원 : 아니 그게 아니라...
경리 : 너야말로 대답해봐, 00 좋아하는거 맞아 아니야?
여직원 : 아니...괜히 말 돌리지 마요
이러면서 여직원이 답답하단 표정으로 한숨을 푹 쉬더니 말함
여직원 : 그럼 언니가 말해봐요, 00 좋아해요?
경리 : 어, 나 00 좋아해, 그래서 같이 보러가자 한거 맞아
그랬더니 여직원 얼굴이 완전 굳어지더라
여직원 : 언제부터 좋아했는데요?
경리 : 글쎄? 너보단 먼저일걸?
여직원 : 언니!
경리 : 그니까 나 방해하지마, 아님 너가 00을 뺏어보던가
여직원 : 됐어요!
하더니 여직원이 먼저 가버림
난 여직원이랑 마주칠까봐 후다닥 화장실로 들어감

괜히 나때문에 두사람한테 갈등이 생긴 것 같아 미안한데 어떡하냐?
여직원이랑 경리 둘 다 예쁘긴 한데 난 딱히 여자한테 관심이 없는 편이기도 하고...
괜히 중간에 있는 나만 곤란해진거 같기도 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