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엘리베이터 앞에 토사물이 널려있다. 3층에 코인 노래방이 들어선 뒤로 찝찝한 출근길이 잦아지고 있다. 더 내려갈 것도 없는 일상이기에 하는 수 없이 ［↑］ 버튼을 누른다.

‘꺄똑’

엘리베이터 숫자가 오를 때마다 메신저 알림음이 따라 울렸다. 자동으로 켜진 화면에는 [부장님]이란 단어가 눈앞을 캄캄하게 한다. 아직 업무시작 시간 42분 전, 김부장은 어제 밤늦게까지 해놓고 간 일이 어지간히 마음에 들지 않나 보다.

“좋은 아침입니다”

그 누구에게도 시선을 맞추지 않고 재빠르게 인사하며 파티션 사이를 통과했다. 내 자리에 가방을 던져놓자마자 김부장이 따라나왔다.

“야, 너 일 그딴 식으로 할 거야? 카톡은 왜 안 봐?”

“아, 진동으로 해놔서... 어제 정리한 자료에 문제 있었나요?”

“야 잔머리 쓰지 말고 숫자를 하나하나 입력하라 했지! 자꾸 수식 쓰니까 다른 사람이 만지면 자료가 깨지잖아!”

“엑셀은 수식 쓰는 편이 더 정확해요. 제가 화면과 함께 설명드리겠습니다”

“이 새끼 봐라. 또, 또, 또 잘난 척이야? 4년제 출신이다 이거야?”

2년제 자동차학과를 중퇴한 우리 김부장은 화낼 때마다 내가 4년제 출신인 것을 꼬투리 잡는다. 처음엔 이런 상황에서 반항도 하고 끝까지 따져보려 했지만, 관계만 더 악화될 뿐이었다.

결국, “죄송합니다‘하며 고개 숙이고 그의 고성을 견뎌야 했다. 이번엔 주먹을 세 번이나 꽉 쥐며 듣고 있지만 김부장의 불호령이 쉽게 끝나지 않았다. 그때였다.

”거 아침부터 무슨 소란이야?“

왠일로 일찍 출근한 사장이 골프백을 매고 다가왔다.

”아니 최대리가 자꾸 지 편의로 일을 하잖아요. 그래서 교육 중이었습니다.“

”(차 키를 던지며) 김부장하고 최대리가 잘 지내자는 차원에서 오늘 원주에 있는 창고에 둘이 같이 좀 갔다와.”

부장은 차 키를 받아들며 대꾸한다.

“사장님 오늘 11시에 □□하고 미팅이 있는데요.”

“그럼 김부장 혼자 갔다와. 거긴 최대리하고 내가 갔다오면 돼.”

“네? 아니 직급 낮은 최대리를 나두고...”

“김부장, □□ 대표가 최대리하고 같은 대학 나왔어. 뭐라도 물어와야 할 거 아냐?“

떨떠름한 표정으로 키를 들고 있는 김부장. 사장은 느긋하고 나직한 목소리로 한마디를 덧붙인다.

”창고에 짐이 많으니까 🌕🌕씨(경리)도 같이 갔다 와.“

축 처져 있던 김부장의 어깨가 펌프질하는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다. 김부장이 신나서 경리를 데리고 나간 뒤에 사무실이 조용해지자 사장이 내게 한마디를 던졌다.

”최대리, 김부장 밑에서 일하느라 힘들지? 참어. 저 놈 저거 자네보다 연봉이 낮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