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그 자체가 그렇게 문제인가 싶다.


입장 바꿔서 평범한 직장인이 회사 다니고 있는데,
나이트 가서 만난 여자랑 한동안 연락하면서 잠자리도 가졌다고 쳐.

서로 정식으로 연애한 것도 아니고, 다 큰 성인끼리 쉽게 만나서 원나잇을 하든 말든 서로 동의하고 즐기는 걸 가지고 뭐라고 할 일도 아님.

다만 그 관계에서 원치 않는 임신이 됐는데, 그게 무슨 강간에 의한 것도 아니고, 상대는 싫다고 했는데 끼고 있던 콘돔을 몰래 빼고 사정한 것도 아니야. 그냥 두 성인 남녀가 무책임하게 관계를 가진 거지.

어쨋든 둘이 가볍게 만나다가 부주의하게 원치 않는 임신을 했어. 그럼 서로 합의에 의해 불법의 소지가 있을지언정 미래를 위해 낙태를 할 수도 있고 진지한 관계로 바뀔 수도 있겠지.

근데 여자보다 좋은 직장에 다니는 남자가 '난 해야할 일도 많고 사실 여자친구 있어, 미안해, 낙태하자'고 했더니 이 여자가 직장에 찾아와서 이새끼가 어떤 새끼인줄 아냐고 확성기 틀어놓고 건물 드나드는 사람들과 가족들에게 홍보를 하고 있음.

남자 주변 사람들은 당혹스럽고 남자가 철딱서니 없다고 느껴 색안경을 끼고 보게 되었지만 성인 남녀간에 자기 책임하에 있는 사생활을 가지고 크게 뭐라하지는 않음.

그러자 여자가 다시 회사에 나타나 회사가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이새끼가 어떤 새끼 줄 아냐며 얘가 과장도 욕하고 대리도 욕했다고 실명 존나 거론함.

그런데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회사에서는 동료들하고 그럭저럭 지내면서도 와이프에게, 애인에게, 친구들에게 한번쯤은 혹은 종종 험담도 하고 사는 거 아님?

물론 영현이를 두둔하고 싶은 생각은 1도 없음. 애새끼 이번일이 앞으로 살아가면서 평생 ptsd처럼 남아 눈치보며 살게 되고 일부로부터 멸시의 시선을 받으며 살게 될 것임.

그런데 난 그거면 충분하고 넘친다고 생각함. 그것도 앞으로 정서적으로 쉽지 않은 삶일 거임.

솔직히 폭로한 여자도 성인으로서 자기 책임하에 자기 욕구와 즐거움을 위해 행동해 놓고 어느 한쪽만의 잘못과 책임이라고 몰아가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음.
물론 여자다보니 임신과 낙태로 혼자 책임져야 한다고 느낄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경험해보지 못한 그 충격은 남이 헤아릴 수는 없다고 생각함.
하지만 사적 복수를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지난 여름에 폭로한 정도면 충분했다고 봄.
유명인인 영현이는 평생 사회적으로 눈치를 보게 될 것이고, 여자는 혼자 낙태한 사실에 배신감으로 평생 남을 것임.
둘다 철이 없었고, 쓴맛을 봤음.

그런데 여기에 더해 자기가 원하는 만큼 상대가 파멸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저런 인간적인 문제까지 들고 오는 건 선을 넘었다고 생각이 듦.
이제는 이 얘기를 더 보고 싶지도 않고, 더이상 나오지 않으면 좋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