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계단 난간에서 동전을 보았다.

1989년도에 주조된 10원짜리 동전

나와 약 1년 차이나는 연년생 동전

처음에는 난간이 아니라 계단에 떨어졌을 수도 있고

아니면 복도, 아니면 길바닥일 수도 있겠지

누군가 처음엔 반짝거리는 너를 보고 주웠지만

이내 10원짜리인걸 확인하고 난간에 널 올려두고는 가버렸구나.

그런생각과 관계없이 습한 날씨 덕에 안구가 축축해진다.

난간위에서 누군가 자신을 봐주길 바라고 있지만,

그저 남들은 보고 지나가기만 할뿐

10원짜리가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지도, 관심가지지도, 신경쓰지도 않는다.

있어도 없는 것 마냥

보여도 안 보이는 것 마냥

알아도 모르는 것 마냥

주워가지도 않고

이야기하지도 않고

신경쓰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동전은 난간위에 오롯이 서있다.

나는 난간앞에서 동전을 내려보고있다.

내가 동전을 주으려 했을때 동전은

그래도 내가 없으면 세금납부할때 거스름돈을 줄수가 없었다며

지나간 추억을 이야기했고

나는 이제는 자동이체 덕에 그조차 쓰일곳이 없다고 했다.

자판기에서 거스름돈으로 나와도 천덕꾸러기 신세인 10원짜리가

내 처지마냥 처량해보여서 동전에 손을 뻗어보았지만

나는 도저히 그것을 집을 수 없었다.

동전은 내가 집는걸 포기했음에도 불구하고

난간위에 오롯이 서있을 뿐이었다.

무려 4년전에 일할때 쓴 거임

그러하다. 시험이 3시간 남았는데 공부하기가 싫어서 옛날 글들 뒤적거리고 있는 거시다 ;-)

F냄새가 솔솔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