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엄마는 언제나 날 위했다.

ㅇㅇ(113.131) 2015.05.09 01:13:40
조회 27 추천 0 댓글 0

 엄마는 언제나 날 위했다. 날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한다고 말했고, 날 위해 아빠와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날 아빠 없는 아이로 키우기 싫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고, 날 키울 돈이 부족하다는 것이 두번째 이유였다.

 

 

 아빠와 엄마는 내가 기억할 수 있는 가장 어린 시절부터 싸워왔었다. 아빠와 싸운 날엔 언제나 엄마는 술을 마셨다. 술을 마시면 엄마의 자애롭던 모습은 어딘가 뒤틀려 보였다. 구석에 앉은 채로 엄마는 내 손을 꽉 붙잡고 굵은 눈물을 펑펑 흘리며 언제적인지도 모를 희미한 이야기를 속삭였다. 네 애비가 너무 불쌍해 보였어. 그래서 결혼했어. 내가 그렇게도 희생했는데 네 애비는 어떻게 저렇게 은혜를 몰라볼까. 어린 나는 엄마의 손을 잡고 그 이야기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엄마를 괴롭히는 아빠가 너무 미워서 나도 아빠를 멀리했다. 아빠도 그것이 자연스러운 모양이었다.

 

 

 아빠의 세상에 나는 없었던 모양이었다. 아빠가 회사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하는 일이라곤 언제나 구석에 위치한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자리에 누워 TV를 우두커니 바라보는 것뿐이 없었다. 아빠 방에 들어가면 퀴퀴한 담배 냄새가 풍겼다. 그 냄새가 싫어 나는 아빠 방을 멀리했다. 가끔 엄마 심부름으로 방에 들어갈 때면 아빠는 멍하니 고개를 들어올려 날 바라보았다. 그 눈길이 싫어 난 고개를 돌렸다. 할 말을 마치면 아빠는 희미한 목소리로 알겠다고 말했다. 그 목소리조차 끔찍할 정도로 싫어서 난 서둘러 밖으로 나가곤 했다. 시체가 말하는 것 같기 때문이었다.

 

 

 부모님이 싸우실 적엔 난 밖으로 나가곤 했다. 날이 어둑해 나가기도 여의찮은 상황엔 이불을 뒤집어쓰고 음악을 틀어 볼륨을 끝까지 올리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세 곡정도 노래를 흥얼거리다 보면 엄마 방문이 거친 소리를 내며 닫히는 것을 마지막으로 소리가 잠잠해졌다. 그것이 싸움이 끝났다는 신호였다. 그러면 난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재빨리 화장실에 들어가 볼일을 보고 다시 내 방 안으로 돌아갔다. 닫힌 방문 사이에서 들려오는 엄마의 울음소리가 내내 귓속에서 울렸다. 귀를 막고 큰 소리로 노래를 불러도 사라지질 않았다.

 

 

 남자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자각할 때쯤, 아빠가 그랬듯 내 세상에 아빠는 없는 존재였다. 가족이라곤 엄마와 나, 둘 뿐이었다. 가족 여행이라는 것도 엄마와 나 둘이서 떠나는 여행이었고, 가족 앨범에도 아빠의 사진은 어디에도 들어있지 않았다. 그것이 당연한 줄 알았다.

 

 

 그리고 아빠가 사라졌다. 어느 날부터 집에 돌아오지 않기 시작했다. 가끔 그런 일이 있었기 때문에 엄마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허나 며칠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자 엄마는 불안해하기 시작했다. 돈이 문제였다. 날 키울 돈이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 때부터 엄마는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술을 입에 대기 시작한 엄마는 나에게 가끔 화를 냈다. 술을 마시지 않을 때는 평소와 다를 바 없었지만 술이 문제였다. 엄마는 내 모습에서 누구를 본 것일까. 엄마는 가끔 날 죽여버리고 싶다고 속삭이곤 했다. 그런 날엔 그저 방에 들어가 미친듯이 우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넌 네 애비를 닮았어. 엄마는 말하곤 했다. 그래서 너무 싫어. 술을 들이키며 엄마가 인상을 찌푸렸다. 너같은 걸 왜 낳았을까. 날이 갈수록 폭언은 심해졌다. 그런 말들이 익숙해진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엄마와 싸우는 날이 부쩍 많아지기 시작했다. 술을 마시지 않아도 엄마는 잔뜩 날이 선 것 같았다. 작은 다툼에서 시작해서 큰 싸움으로 번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난 마구 고함을 치며 목이 쉬도록 싸우는 내 모습에서 아빠의 모습을 발견했다. 그토록 닮고 싶지 않았던 아빠가 내 몸 안에서 살아 숨쉬고 있었다. 마치 엄마와 나는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시한폭탄 같았다. 난 밤 늦게까지 집에 돌아오지 않았고, 엄마도 마찬가지였다. 서로를 피하는 것이 서로를 위하는 것임을, 우린 잘 알고 있었다.


추천 비추천

0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이혼하고 나서 더 잘 사는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7/08 - -
AD 보험상담은 디시공식설계사에게 받으세요! 운영자 24/02/28 - -
319471 난 ㄹㅇ 화장실에서 볼 일 볼 때마다 씻어서 [1] ㅇㅇ(125.130) 15.05.13 30 0
319466 노포인데 냄새난단 새끼들은 [4] ㅇㅇ(125.130) 15.05.13 95 0
319460 이와중에 장수원 [3] 도로왕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5.13 67 0
319450 시발 원나잇 잘못햇다 스토커 붙엇다 [4] 로미오(172.56) 15.05.13 194 0
319448 2400애 bmw 몰수있음 시바타준(223.62) 15.05.13 41 0
319436 젖통 사진 올리고 간다 몽글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5.13 363 0
319435 저는 남의 마음을 잘 읽어서 일부러 잘 못읽는척 할때가 많음 [1] 사수텍(112.151) 15.05.13 53 0
319432 미친 포경하면 한달간 자위도 못함? [2] 몽글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5.13 98 0
319430 사람 볼 때 가장 중요한 거슨 [1] aa(14.41) 15.05.13 41 0
319428 포경한 애들있냐 [1] 몽글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5.13 48 0
319421 그래도 프로젝트 2주반 남았음 Gak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5.13 20 0
319420 차차차차차차차차 WhiteMoonLight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5.13 31 0
319418 어제도 계속 자고 [1] AGW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5.13 35 0
319414 오늘 이상하게 졸리지않냐 Gak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5.13 36 0
319413 자다인났는데 헬로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5.13 48 0
319406 ㅜㅠ밀키스 그리고 냉면 헬로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5.13 47 0
319384 자유시간 [5] \(^0^)/(1.247) 15.05.13 62 0
319382 예비군훈련장서 총기사고로 3명사망ㄷㄷ [1] 클로이(125.133) 15.05.13 49 0
319379 연애하고 싶당 부천시민(61.102) 15.05.13 20 0
319374 난 타카쏘는것도 겁나든데 Gak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5.13 40 0
319372 님들머해옇ㅎㅎ Gak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5.13 42 0
319369 야비군ㅁㅊㄷㅁㅊㅇ 도로왕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5.13 55 0
319367 졸사찍기 좋은날이네 Gak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5.13 23 0
319353 더더더 고중량을 들기위해서 악력기를 구매한다!!!! 우홍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5.13 57 0
319352 간만에 솔밥하러왔닿ㅎㅎ [1] Gak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5.13 39 0
319349 허리가아파 Gak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5.13 55 0
319334 짤드림 Gak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5.13 59 0
319332 이번엔 진짜야 윾덩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5.13 46 0
319327 썰레는짤 나와드랴씁니다 윾덩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5.13 99 0
319321 배아프당 도로왕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5.13 18 0
319316 푸쉬업은 횟수에 너무 연연하지마셈. [1] MORO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5.13 54 0
319313 내시경사진보여주는데 ㄷ게징그러웠어 [1] 윾덩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5.13 69 0
319310 미친ㄴ 내시경은 공짠대 진료비내래 [1] 윾덩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5.13 209 0
319304 잘 들어 이 난쟁이들아 도지한이나 빨아라 [1] 우홍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5.13 80 0
319302 배고픈데 머먹지 [3] 윾덩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5.13 62 0
319297 이 모델 존좋. MORO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5.13 41 0
319294 주념글 등판함ㅋㅋㅋ [1] 헬로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5.13 68 0
319292 자다 깻능데 밀키스가 넘 생각나서 잘수가없다 [1] 헬로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5.13 64 0
319280 아 근데 아무한테나 그렇게 부르는 거 버릇인 거 알겠지만. MORO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5.13 57 0
319278 소나무 이 발벙난새ㅐ끼들 시바타준(223.62) 15.05.13 47 0
319276 끝나자마자 물마셨더니 급속도로 배가고프당 윾덩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5.13 46 0
319273 미국 만화, DC코믹스에 나오는 한국 배경. [4] MORO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5.13 179 0
319271 끝났어 윾덩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5.13 34 0
319270 이게이배우이름아는애없지 ㅇㅇ(64.233) 15.05.13 90 0
319268 고추 만지작 만지작. 부스럭 부스럭 몽글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5.13 41 0
319266 이제 사랑타령 그만하고픈 몽글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5.13 24 0
319263 몇일지나니 고통보단 편안함 밀려드는 [1] 몽글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5.13 40 0
319253 아침이 젤 기분좋은 몽글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5.13 17 0
319251 lgbt라면서 게이 트젠밖에안보이냐? [1] 주갤러(117.111) 15.05.13 86 0
319250 눈물따리... 도로왕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5.13 23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