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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언제나 날 위했다.

ㅇㅇ(113.131) 2015.05.09 01:13:40
조회 30 추천 0 댓글 0

 엄마는 언제나 날 위했다. 날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한다고 말했고, 날 위해 아빠와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날 아빠 없는 아이로 키우기 싫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고, 날 키울 돈이 부족하다는 것이 두번째 이유였다.

 

 

 아빠와 엄마는 내가 기억할 수 있는 가장 어린 시절부터 싸워왔었다. 아빠와 싸운 날엔 언제나 엄마는 술을 마셨다. 술을 마시면 엄마의 자애롭던 모습은 어딘가 뒤틀려 보였다. 구석에 앉은 채로 엄마는 내 손을 꽉 붙잡고 굵은 눈물을 펑펑 흘리며 언제적인지도 모를 희미한 이야기를 속삭였다. 네 애비가 너무 불쌍해 보였어. 그래서 결혼했어. 내가 그렇게도 희생했는데 네 애비는 어떻게 저렇게 은혜를 몰라볼까. 어린 나는 엄마의 손을 잡고 그 이야기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엄마를 괴롭히는 아빠가 너무 미워서 나도 아빠를 멀리했다. 아빠도 그것이 자연스러운 모양이었다.

 

 

 아빠의 세상에 나는 없었던 모양이었다. 아빠가 회사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하는 일이라곤 언제나 구석에 위치한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자리에 누워 TV를 우두커니 바라보는 것뿐이 없었다. 아빠 방에 들어가면 퀴퀴한 담배 냄새가 풍겼다. 그 냄새가 싫어 나는 아빠 방을 멀리했다. 가끔 엄마 심부름으로 방에 들어갈 때면 아빠는 멍하니 고개를 들어올려 날 바라보았다. 그 눈길이 싫어 난 고개를 돌렸다. 할 말을 마치면 아빠는 희미한 목소리로 알겠다고 말했다. 그 목소리조차 끔찍할 정도로 싫어서 난 서둘러 밖으로 나가곤 했다. 시체가 말하는 것 같기 때문이었다.

 

 

 부모님이 싸우실 적엔 난 밖으로 나가곤 했다. 날이 어둑해 나가기도 여의찮은 상황엔 이불을 뒤집어쓰고 음악을 틀어 볼륨을 끝까지 올리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세 곡정도 노래를 흥얼거리다 보면 엄마 방문이 거친 소리를 내며 닫히는 것을 마지막으로 소리가 잠잠해졌다. 그것이 싸움이 끝났다는 신호였다. 그러면 난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재빨리 화장실에 들어가 볼일을 보고 다시 내 방 안으로 돌아갔다. 닫힌 방문 사이에서 들려오는 엄마의 울음소리가 내내 귓속에서 울렸다. 귀를 막고 큰 소리로 노래를 불러도 사라지질 않았다.

 

 

 남자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자각할 때쯤, 아빠가 그랬듯 내 세상에 아빠는 없는 존재였다. 가족이라곤 엄마와 나, 둘 뿐이었다. 가족 여행이라는 것도 엄마와 나 둘이서 떠나는 여행이었고, 가족 앨범에도 아빠의 사진은 어디에도 들어있지 않았다. 그것이 당연한 줄 알았다.

 

 

 그리고 아빠가 사라졌다. 어느 날부터 집에 돌아오지 않기 시작했다. 가끔 그런 일이 있었기 때문에 엄마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허나 며칠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자 엄마는 불안해하기 시작했다. 돈이 문제였다. 날 키울 돈이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 때부터 엄마는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술을 입에 대기 시작한 엄마는 나에게 가끔 화를 냈다. 술을 마시지 않을 때는 평소와 다를 바 없었지만 술이 문제였다. 엄마는 내 모습에서 누구를 본 것일까. 엄마는 가끔 날 죽여버리고 싶다고 속삭이곤 했다. 그런 날엔 그저 방에 들어가 미친듯이 우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넌 네 애비를 닮았어. 엄마는 말하곤 했다. 그래서 너무 싫어. 술을 들이키며 엄마가 인상을 찌푸렸다. 너같은 걸 왜 낳았을까. 날이 갈수록 폭언은 심해졌다. 그런 말들이 익숙해진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엄마와 싸우는 날이 부쩍 많아지기 시작했다. 술을 마시지 않아도 엄마는 잔뜩 날이 선 것 같았다. 작은 다툼에서 시작해서 큰 싸움으로 번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난 마구 고함을 치며 목이 쉬도록 싸우는 내 모습에서 아빠의 모습을 발견했다. 그토록 닮고 싶지 않았던 아빠가 내 몸 안에서 살아 숨쉬고 있었다. 마치 엄마와 나는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시한폭탄 같았다. 난 밤 늦게까지 집에 돌아오지 않았고, 엄마도 마찬가지였다. 서로를 피하는 것이 서로를 위하는 것임을, 우린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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