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비밀의 흔적

늦은 밤, 김영훈은 국회 사무실에서 혼자 앉아 있었다. 긴 하루를 보낸 그에게 잠깐의 휴식이 필요했다. 그는 책상 서랍에서 휴대폰을 꺼내들고, 잠시 머리를 식힐 겸 화면을 켰다. 하지만 그 순간, 화면에 뜬 아이콘을 보고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잭디? 설마, 내가 아직 삭제 안 했던 건가?”

며칠 전, 지인들과 술자리에서 누군가 재미로 깔아보라고 추천했던 앱이었다. “그냥 호기심이었을 뿐이야,” 그는 스스로를 변명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가 그걸 깜빡 잊고 지우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바로 그때, 문이 열리고 박상진이 나타났다.

“김 의원님, 아직 안 가셨습니까?” 박상진의 목소리는 평소처럼 차분했지만, 영훈의 심장은 이미 요동치고 있었다.

그는 서둘러 폰을 뒤집어 책상에 내려놓았다. “아, 박 장관님. 네, 정리할 게 좀 남아서요.”

박상진은 방 안으로 들어와 김영훈의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그런데, 의원님. 방금 보니까 뭔가 긴장하시는 것 같던데요? 혹시 무슨 일 있으십니까?”

“아, 아니요. 전혀요!” 영훈은 과하게 손을 흔들며 웃었다. 하지만 그의 손은 여전히 폰 위를 덮고 있었다.

박상진은 그런 영훈의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더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의원님, 제가 너무 심한 추궁을 한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가 문을 닫고 나가려던 순간, 영훈의 폰에서 갑자기 알림이 울렸다. 화면에 뜬 알림창이 너무도 선명하게 보였다.

“Jack’d: 새로운 매칭을 확인하세요!”

박상진은 멈춰 서서 고개를 돌렸다. 그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어렸다. “의원님, 잭디라뇨? 이건 제가 아는 그 앱이 맞습니까?”

영훈은 얼굴이 새빨개지며 폰을 황급히 끌어안았다. “아, 이건 그… 친구가 깔아준 겁니다! 저랑 상관없습니다! 호기심으로… 그냥 확인하려던 거였어요!”

박상진은 천천히 다가오더니, 영훈의 앞에 앉아 진지하게 물었다. “의원님, 정말로 친구 때문입니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으신 겁니까?”

영훈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는 박상진의 날카로운 시선을 피하며 고개를 숙였다.

“장관님,” 그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건 절대 공적인 일과는 상관없습니다. 그냥… 제 개인적인 문제일 뿐이에요.”

박상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의원님.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비밀은 있는 법이니까요.”

에필로그

그날 이후, 김영훈은 잭디 앱을 서둘러 삭제했다. 하지만 그는 박상진과의 대화에서 이상한 편안함을 느꼈다. 마치 자신의 비밀을 이해해주는 유일한 사람이 생긴 것 같았다.

“비밀은 서로를 묶는 가장 강력한 끈일지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