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이지은 기자] “휴, 정신이 번쩍 들더라고요.”

LG의 셋업맨 김지용(29)은 시범경기 동안 상대 타자들에게 호된 가르침을 받았다. 6경기 6⅔이닝 9피안타(2피홈런) 4볼넷 1사구 8탈삼진 7실점(5자책), 평균자책점은 6.25까지 치솟았다. 지난 시즌 패전처리로 시작해 7월부터 필승조로 합류했음에도 불구하고 홀드 리그 4위(17홀드)까지 올랐던 ‘믿을맨’답지 않은 모습이었다.

1군 데뷔 2년차 선수들이 자주 겪는다는 소위 ‘소포모어 징크스’가 우려되는 상황, 김지용도 이 가능성에 대해서 아주 부정하지는 않았다. “상대가 전체적으로 분석을 잘하고 나오는 느낌이다. 예상치 못했던 건 아닌데 막상 몸으로 느끼니까 ‘이건 아니다’ 싶었다”라며 “작년에는 아무 생각 없이 했는데, 올해는 한 단계 올라서고 싶다는 욕심이 컸다. ‘여기는 내 자리다’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기도 했다. 올시즌은 준비를 정말 잘해야 할 것 같다”라며 각오를 단단히 했다.

양상문 LG 감독 역시 어느정도는 예상하고 있던 바다. 다만 선수가 묵묵히 넘어서기만을 바라며 조용히 기다리고 있다. 양 감독은 “올해 고비를 넘겨야 할 것이다. 예년과는 다르게 생각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혼돈의 시간이 될텐데 이겨내야 한다. 멘탈이야 원래 좋은 선수이니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다”라고 바라봤다.

사실 김지용의 머릿속이 복잡해진 데에는 예상치 못했던 역할도 한 몫했다. 현재 LG는 ‘마무리’ 임정우의 어깨 부상으로 인해 불펜진 가용자원을 모두 활용해 집단 마무리 체제를 꾸린 상황, 김지용은 “공 하나 잘못 던지면 팀이 질 수도 있다. 나 때문에 승패가 왔다갔다 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책임감이 커지니 생각이 많아졌다”라고 털어놨다.

극복 방안을 묻고 다니는 김지용을 향해 팀 동료들은 “그냥 하던대로 하라”는 간단한 처방을 내려줬다는 후문. 자리의 원래 주인인 임정우 역시 “잘하고 있으면서 뭘 그러나. 그냥 아프지만 말라”라는 면박같은 당부를 전한 게 전부였다. 이제는 김지용도 “처음보다 많이 내려놨다. 차라리 잘 된 것 같다. 다른 페이스 좋은 투수들이 많으니, 나는 그냥 나가게 되면 열심히 던져야겠다는 생각이다”라며 웃었다. 

김지용도 나름 첫 1군 풀타임 시즌을 맞아 철저한 준비를 한 상태다. 주무기인 슬라이더에 ‘스플리터’까지 장착했다. 투피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캠프 내내 구슬땀을 흘렸다. 실전 피칭을 통해서도 나쁘지 않은 결과를 받아들었다. "계속 던지고 있는데 상대 타자들이 아직 잘 못치더라. 생각보다 결과가 좋아서 뿌듯하다"라는 자평이 나왔다.

4일 현재 김지용의 정규시즌 성적표는 2경기 2⅔이닝 3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 3월의 우려와는 다르게 4월에는 점점 안정감을 찾아가고 있다. 먼저 맞은 매로 얻은 교훈을 잊지 않는 김지용의 2년차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

number3togo@sportsworl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