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마구' 임찬규의 잘 던진 138km, 열 150km 안 부럽다


[스타뉴스 잠실=한동훈 기자]



"150km, 160km 던지면 뭐하나. 두드려 맞으면 다 똑같다. 타자를 아웃 시키는 게 중요하다."

LG 트윈스 주장 류제국이 투수들에게 늘 하는 말이라고 한다. 실제로 류제국 또한 140km를 밑도는 스피드를 가지고도 정교한 컨트롤을 발판 삼아 벌써 4승을 챙겼다. 움직임이 심하기로 유명한 류제국의 컷 패스트볼은 '흑마구'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다. 

그런 의미에서 임찬규(25)는 류제국과 비슷하다. 우완 정통파 치고는 결코 빠르지 않은 140km 언저리의 구속으로 타자들을 능수능란하게 요리한다. 임찬규는 아직 첫 승을 신고하지는 못했으나 3경기 평균자책점 2.70으로 순항 중이다. 4, 5선발로는 매우 수준급 성적이다. 특히 최근 2경기에서는 5이닝 무실점, 5이닝 1실점으로 잘 던졌다.

무브먼트로 승부하는 류제국과 달리 임찬규는 빠른 템포와 완급 조절이 트레이드 마크다. 스피드 말고는 사실 공통점이 없는 셈이다. 그럼에도 일반적으로 '느리다'고 여겨지는 구속을 가지고도 생존법을 찾았다는 점에서 류제국이 떠오른다.

임찬규는 시즌 두 번째 등판이었던 15일 kt전 5이닝 무실점으로 승패 없이 물러났다. 피안타가 하나도 없었지만 사사구는 6개나 됐다. 무실점 여부를 떠나 과제를 남긴 등판이었다. 

21일 KIA전에는 한결 깔끔한 투구로 앞으로의 전망을 더욱 밝혔다. 이날 또한 패스트볼 구속은 대부분 138km~140km에 형성됐다. 최고구속은 144km를 찍었지만 유지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낙차 큰 커브와 예리한 체인지업, 그리고 타자에게 여유를 주지 않는 빠른 템포를 잘 버무렸다. 위기 관리 능력까지 선보이며 선발투수로서의 능력을 유감 없이 증명했다.

특히 상대 선발이 리그 정상급 좌완이었기 때문에 부담이 큰 등판이었지만 임찬규는 침착했다. 3경기 평균자책점 1.25의 팻딘 쪽으로 무게감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LG는 20일 한화전에 필승조를 소모해 불펜에 여유도 없었다. 하지만 임찬규는 오히려 5회까지 2-1로 리드한 상태에서 불펜에 바통을 넘겼다.

경기 후 양상문 LG 감독도 "임찬규가 어려운 경기에서 최소실점으로 버텨줬기 때문에 이길 수 있었다"고 칭찬했다. 이어 "이전 등판에 비해 훨씬 차분했다. 흔들리지 않았다. 무엇보다 공이 대부분 낮게 깔렸다. 체인지업 같은 변화구를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실투도 없었다"고 호투 이유를 설명했다.

사실 임찬규도 원래는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였다. 2011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LG 지명을 받았고 당시만 해도 150km에 육박하는 스피드를 자랑했다. 데뷔 첫 해 9승 6패 7세이브로 활약하며 신인왕 후보에도 오르기도 했으나 82⅔이닝이나 던졌던 것이 발목을 잡았다. 2014년 경찰청에서 군복무를 하며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지난해 복귀했고 올해가 본격적인 수술 후 첫 풀타임 시즌이다. 구속을 회복할 여지가 남아있다. 

임찬규 역시 "예전에는 일부러 강하게 던져야 145km 정도가 나왔다. 하지만 이제 평소의 투구폼을 유지하면서도 그 정도 구속이 가끔 찍힌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여름이 되면 더 올라올 것 같다"고 긍정적으로 전망한 바 있다. 임찬규가 특유의 장점에 스피드까지 회복해 LG를 대표하는 선발투수로 자리매김할지 관심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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