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택만큼 어린이날을 기다린 어른이 또 있을까.

박용택에게 4월은 '잔인한 달'이다. 제아무리 '꾸준택'이라도 4월의 부진은 항상 피해가기 힘들었다. 재밌게도, 보통 어린이날을 전후로 폭발적인 타격감을 되찾곤 했다. 

LG 트윈스 간판타자 박용택은 올 시즌 타율 0.278, 출루율 0.340 OPS 0.662, 홈런 1개, 8타점의 초라한 성적표로 4월을 마쳤다. 팀 내 타율 10위, 출루율 9위, OPS 11위로 주전 3번 타자에 걸맞지 않는 기록이다. 하지만 4월에 헤매는 박용택의 모습이 그리 낯설지는 않다. 박용택의 4월 타율은 통산 타율에 한참 못 미친다.

2002년 데뷔한 박용택은 16시즌 통산 1827경기서 타율 0.306, 출루율 0.368, 장타율 0.451를 기록 중이다. 타격에 눈을 떴다는 2009년부터는 8시즌 타율 0.327로, 현역 타자 중 1위다(2위 롯데 손아섭 0.323). 그럼에도 4월 타율은 3할 미만이다. 8년 연속 3할, 5년 연속 150안타를 기록할 정도로 기복 없는 기량을 유지해왔으나 4월은 유난히 고전했다(4월 성적이 나빴다고는 하나 실상은 2009년부터 2017년까지 0.292로 역대 5위). 

박용택 역시 "야구 인생을 반으로 쪼개보면, 전반부에는 4월에 잘했고 후반부에는 4월에 못하고 있다. 올해에는 4월부터 좀 잘하고 싶어서 일부러 페이스를 빨리 올려봤다. 보통 시범경기 때 컨디션에 딱 만족했던 적이 없었는데 올해는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까지 준비를 했는데도 막상 개막하니까 또 다르더라. 준비의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 시즌이 시작한다는 그런 마음이나 분위기에 영향을 받는 것 같기도 하다"고 고민을 드러낸 바 있다.

그런 의미에서 어린이날은 매우 공교롭다. 

LG는 2003년부터 한지붕 두 가족 두산 베어스와 고정적으로 어린이날 3연전을 펼쳐왔다. 박용택은 2009년부터 '어린이날 시리즈' 23경기서 91타수 41안타 타율 0.451, 3홈런 21타점으로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2009년 이후 5월 타율은 덕분에 0.327로 통산 타율에 수렴한다. 또한 박용택은 리그에서 두산을 상대로 가장 잘 치는 타자다. 2009년부터 두산전 통산 타율 0.357(129경기 493타수 176안타 15홈런 OPS 0.920)로 리그 1위다(2위 kt 박경수 0.343).

다시 말해, 4월 한 달 적응을 마치면서 타격감이 슬슬 올라오는 5월 초, 하필 궁합이 좋은 두산을 반드시 만나는 '어린이날 시리즈' 일정이 매년 반등의 기폭제가 돼 왔던 것이다.

올해 또한 연례 행사가 예정됐다. LG는 2일부터 4일까지 NC와 주중 3연전을 펼친 뒤 5일 어린이날부터 두산을 만난다. 두산과는 시즌 첫 대진이다. 박용택이 이번 주 두산과의 주말 3연전이자 어린이날 시리즈에서 '용암택'으로 변신 완료할지가 주간 관전 포인트다.

▲2009년 이후 박용택 어린이날 시리즈 성적

2009년 14타수 7안타 5타점 
2010년 12타수 3안타 1타점
2011년 12타수 5안타 2타점
2012년 12타수 8안타 1타점 1홈런
2013년 13타수 6안타 2타점
2014년 10타수 3안타 3타점 1홈런
2015년 10타수 4안타 3타점
2016년 8타수 5안타 4타점 1홈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