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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차눅 딸 얘기로 수필 쓴거 가져왓긔모바일에서 작성

ㅇㅇ(211.243) 2021.11.14 21:19:27
조회 120 추천 0 댓글 0

														
오해를 피하기 위해 미리 말해두거니와 내 딸은 어느 모로 보나 특출한 아이가 아니다. (앞으로 계속 ‘내 딸’이라고 적는 건 좀 아동비하적이고 실명을 부르는 건 프라이버시 침해의 우려가 있으므로 그냥 가명 ‘종팔이’로 표기하기로 한다.)

초등학교 2학년에 이미 스와힐리어로 아침 인사를 한다거나 인터넷에 ‘[죽어도 좋아]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만들거나 하지 않는 걸 보면 안다. 종팔이에게 특별한 게 하나 있다면 곽경택 감독의 딸과 친구 사이라는 점 정도일 것이다.
그러나 모든 아이들은 특별하다. 모두가 똑같은 생각을 하도록 만드는 제식훈련, 잘 모르는 사람들이 흔히 ‘교육’이라고 부르는, 그것의 혜택을 아직 덜 받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이들은 왜 모든 어른들이 저녁 9시에 [보노보노]를 보지 않고 월드컵 중계만 보는 지 알 수 없어 한다.

작년, 그러니까 1학년 때, 종팔이는 가훈을 적어내라는 숙제를 받아왔다. “뭐냐?”길래 “없다!”고 했더니, 선생님께서 어느 집구석에나 그것 하나씩은 있기 마련이라고 하셨다며 세시간 동안 울 준비를 시작했다. 하나 짓지 않으면 안 되게 생겼다. 궁리 끝에 떠오른 한 마디,
‘미워도 다시 한번’
얼마나 좋은가, 그 말. 식구끼리, 친구끼리, 연인끼리, 박 터지게 싸우고 나서도 돌아서서 조용히 이렇게 읊조릴 수 있다면.
“그래도....미워도 다시 한번....”
그런데 잠시 후, 그 말을 영화 말고 어디 다른 데서 본 것 같다는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고민하기를 또 몇 시간, 종팔이 아빠는 결국 알아내고야 말았으니, 바로 어느 잡지에서 본 거창고등학교 어느 교실의 급훈이었던 것이다.

다른 것도 아니고 가훈을 표절할 수는 없는 일.... 몇 시간 후, 마침내 나는 이런 문장을 백지에 적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있었다.
‘아니면 말고’
나는 말했다.
“뭐든지 멋대로 한번 저질러보는 거야. 그랬는데 분위기 썰렁해지면 그때 이 말을 쿨하게 중얼거려주는 거지.”
종팔이는 정말 좋아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본래 아이들이란 늘 ‘멋대로 한 번 저질러보’고 싶어 미치는 인종이 아니던가.
하지만 역시 어른은 달랐다. 이튿날 종팔이는, 선생님께서 “세상에 뭐 이딴 가훈이 다 있냐?”며 새 걸 받아오던가 아니면 뭔가 납득할 만한 설명을 들어오라셨다고 전했다.
나는 한번 정한 가훈을 무를 수는 없다면서, 즉 이 일에만큼은 ‘아니면 말고’를 적용할 수 없다면서, 이렇게 ‘납득할 만한 설명’을 덧붙였다.
“현대인들은 자기 의지로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매우 오만한 태도, 세상에는 의지만 가지고 이룰 수 없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닥쳐오는 좌절감을 어찌할 것이냐. 최선을 다해 노력해보고 그래도 이루어지지 않았을 땐 툭툭 털어 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
이 경쟁만능의 사회에서 참으로 필요한 건 포기의 철학, 체념의 사상이 아니겠느냐. 이 아빠도 [복수는 나의 것]으로 네 친구의 아빠가 만든 영화를 능가하는 흥행 신기록을 세우고 싶었으나 끝내 그 이십분의 일밖에 안 되는 성적으로 끝마쳐야 했을 때 바로 그렇게 뇌까렸던 것이다. ‘아니면 말고..’ 라고.”

선생님이 결국 그 설명을 납득했는지, 또는 납득은 못해도 체념의 사상만큼은 받아들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새 가훈을 받아오라는 요구는 더 없었다.
‘아니면 말고’는 당당히 우리 가훈으로 정착하는 듯했다.

그러나 그후 일년, 바로 오늘 나는 새 가훈을 짓고 싶게 만드는 사건을 당하고야 말았던 것이다. 할아버지로부터 선물 받은 장난감 종을 가지고 놀던 종팔이가 달려와 말했다.
“아빠, 이 종은 두 가지 소리를 낼 수 있다?”
“....아빠 바뻐.”
그때 종팔이가 내게 보여준 행동을 평생 잊지 못하리라.

그녀는 한번은 종을 그냥 흔들어 맑고 고운 소리를 들려주더니, 다음엔 손바닥으로 몸통을 감싸쥐고 흔들어 밉고 탁한 소리를 들려주었던 것이다.
아뿔싸, 우리가 소리가 아니라고 들은 소리조차 소리로 들어주는 아이의 너그러운 귀여! 놀라와라, 양달에 찬란히 드러난 아름다움만 보지 않고 응달에 초라하게 묻힌 추함마저 볼 줄 아는 어린이의 현명한 눈이여!

이제 대대로 나의 후손들은 초등학교 1학년 가훈 숙제에 이 한 문장을 적어갈지어다. ‘두 가지 종소리를 듣는 사람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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