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서슬 퍼런 욕망의 최후, 영화 '블루 재스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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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호모 게이 상견례 작성자 : ㅇㅇ

[리뷰] 서슬 퍼런 욕망의 최후, 영화 '블루 재스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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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13 18:55:04

조회 88 추천 0 댓글 0

[메디먼트뉴스 김민서 인턴기자]

사전 정보를 토대로 혹은 극의 흐름 안에서 관객은 자연스레 주동 인물을 찾고 그에게 마음을 내준 채로 행보를 따라가게 된다. 군더더기 없는 속 편한 관람이 되려면 주동인물은 필연적으로 미덕 혹은 자성을 겸비해야만 하고, 관객은 그의 성패와 희비에 몰입하며 감정적 동요를 겪게 된다. 그러나 어떤 고약한 작품들은 도무지 이입할 수 없는 흠을 캐릭터에 부여해 의도적으로 거리감을 조성하기도 한다. 내게 은 그런 영화였다.

비행기에서 만난 행인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사적인 잡담을 마구 쏟아내는 그녀의 이름은 재스민. 얼핏 보면 사교적이고 구김살 없는 여성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녀에겐 남모를 치부가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 뉴욕 사교계 상위 1%의 안주인이었지만, 남편의 외도와 사기 행각이 발각되면서 그녀의 인생 역시 한순간에 고꾸라진 것. 때문에 그녀는 불가피하게 여동생 '진저'에게 신세를 지기 위해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으로 향하는 중이다.

부유한 사업과 '할'과의 혼인으로 사랑과 부를 거머쥐었던 전력이 있는 재스민은 모든 것을 잃은 상황에서도 비즈니스 석과 명품 브랜드를 고수하고 학위도, 경력도 보유하지 못한 처지임에도 엘리트 직군만을 희망하는, 허영심으로 똘똘 뭉친 인간이다. 심지어는 할의 꾀임과 자신의 설득으로 동생 부부가 지대한 금전적 손실을 겪고, 급기야 이혼에 이르렀음에도 그녀는 진저의 형편없는 이성들을 탓하고 캐셔로 근무하며 아이들을 양육하는 진저의 삶을 하찮게 여긴다.

생애 최초로 출근도 해보고, 학업도 재개해 보지만 치근덕대는 직장 상사와의 대면, 진저의 루저 남친과 함께 하는 생활은 재스민에게 모욕 그 자체다. 신경증은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이제는 술도, 약도 효용을 잃자 점차 공상에 빠져 혼잣말하는 시간도 늘어간다. 결국 재스민은 '할'과 처음 교제했던 그때처럼 자신의 형편을 구제해 줄 남성에게 접근하고, 비밀과 거짓말로 스스로를 위장해 그의 마음을 얻는 데 성공한다. 속전속결로 약혼까지 하게 되지만, 예상치 못한 계기로 모든 것이 허무하게 탄로나며 이별을 통보받는다.

그러나 자존심에 진저에게 사실대로 고할 수 없던 재스민은 결국 또 거짓으로 대충 둘러대고는 집을 나와 거리를 배회한다. 그렇게 영화는 허영심과 과거에 매몰되어 돈과 가족, 직업을 잃고 종국에는 제 자신마저 잃어버린 초라한 인간을 비춘다. 과도한 욕망으로 자멸에 이르는 서사는 숱하지만, 이 작품의 특이점은 첫 시퀀스부터, 그리고 재스민의 플래시백을 통해 펼쳐지는 과거부터 무능과 위선으로 점철된 인물을 무대에 올린다는 것이다.

우디 앨런. 그는 단 한 번도 제 삶을 들여다보고 개척해 본 적 없는 인간의 역사를 서슬 퍼런 톤 앤 매너로 담아낸다. 마지막 시퀀스에 이르러서도 결국 부정하고픈 현실에 있는 것보다 미쳐서라도 과거의 영광에 머물고 마는 재스민을 비추며 냉소를 유지한다. 한편, 케이트 블란쳇은 겉으로는 고상한 척하지만 속으로는 천박한 자본주의에 찌든 재스민을 실존 인물처럼 체화해낸다. 현실보다는 이상을, 현재보다는 과거를, 내부보다는 외부를, 발을 내딛고 있는 땅이 아닌 하늘에 떠 있는 달을 바라보던 재스민. 그녀를 쉬이 연민할 순 없지만, 어째서인지 그의 마지막은 좀처럼 잊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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