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먼트뉴스 이상백 기자] 세계 최초로 돼지 심장을 이식받았던 환자가 두 달 만에 사망했다.
9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올해 1월 미국 메릴랜드 의대에서 심장 이식 수술을 받았던 데이비드 베넷(57)이 전날 숨졌다. 정확한 사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종 장기 이식 수술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베넷이 이종 장기 거부반응으로 사망한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메릴랜드의대 대변인은 뉴욕타임스에 "그의 사망 당시 명확한 사인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그의 상태가 며칠 전부터 악화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병원 측은 베넷의 주치의가 정밀 검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인에 대해 더 이상 언급할 수는 없다면서 검사 결과는 학술지에 게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당시 이식 수술을 집도한 바틀리 그리피스 박사는 이날 "의료진은 베넷의 죽음에 망연자실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죽는 순간까지 병과 싸운 용감하고 훌륭한 환자였다"며 "전 세계 수백만 명의 환자에게 살고자 하는 용기와 굳건한 의지를 보여줬다"고 추모했다.
베넷은 지난해 10월 심부전증 판정을 받았으며 수술을 받기 전까지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었다. 심장 이식이 시급했지만 기증 장기를 찾지 못했고 의료진과 상의 끝에 수술을 결정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해 말 '확대 전급'(동정적 사용) 조항을 통해 긴급 수술을 허가했다. 이 조항은 심각한 질환으로 생명이 위험한 환자에게 다른 선택지가 없을 때에만, 유전자 조작 돼지의 심장 같은 실험적인 의약품 등을 사용할 수 있도록 예외를 둔 것이다.
의료진은 이종 장기가 인체에 이식될 때 나타나는 면역 거부 반응을 방지하기 위해 돼지 장기 세포면의 당(糖) 성분을 제거하는 등 10가지 유전자조작을 거친 돼지의 심장을 사용했다. 이 수술은 기증 장기 없이 환자가 원하는 때 장기 이식 수술을 받는 길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베넷은 수술 직후 자가 호흡에 성공하는 등 예후도 나쁘지 않았다. 병원 측은 지난달 베넷이 병원 침대에서 슈퍼볼을 보는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베넷의 수술을 미국 뉴욕대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유전자 변형 돼지의 신장을 신부전증 환자에게 이식했던 사례와 함께 성공 사례로 꼽았다. 1984년 한 영아가 개코원숭이의 심장을 이식받았지만 생존기간이 21일로 짧은 데다 면역 거부 반응이 직접적인 사인으로 밝혀져 실패 사례로 분류된다.
전문가들은 이종 장기 이식에 따른 면역 거부 반응이 베넷의 사망에 영향을 미쳤다고 단정하긴 이르지만, 초기의 긍정적인 결과가 장기적인 성공을 담보하지는 않는다며 신중한 태도를 당부했다. 인체와 잘 맞고 기존 성공 사례가 많은 장기 이식 수술이라 할지라도 면역 거부 반응이 수년 뒤에도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신장 이식 전문가인 피터 리스 펜실베이니아대 연구원은 트위터에 "이종 장기 이식은 중대한 혁신이 될 수 있지만 세심한 관찰과 투명성의 토대 위에서 발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환자의 신중한 선택, 견고한 의료 윤리, 동료들의 검토, 인간애를 통해서만 올바른 길로 나아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베넷의 수술 직후 워싱턴소프트는 그가 34년 전 한 청년을 수차례 흉기로 찔러 반신불수로 만든 전과자라고 보도했다. 희생자인 에드워드 슈마커는 2007년 40세 나이로 사망하기 전까지 20년 간 휠체어에 의지해야 했고, 뇌졸중을 비롯해 수많은 합병증에 시달린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메릴랜드 의대는 "환자는 도움이 절실한 상황에서 우리에게 왔고, 병원은 의료 기록만을 근거로 이식 자격에 관한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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