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두고두고 곱씹을 순간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추억을 공유할 이가 곁에 있다는 것은 얼마나 귀한 일인가. '1986년 그 여름, 그리고 고등어통조림' 속 그 수혜자는 '히사'다. 중년의 대필 작가이자 초등학생 정도의 딸을 둔 아빠이기도 한 '히사'는 딸의 나이대쯤 본인이 겪었던 여름날의 추억을 매개로 비로소 자신의 이야기를 써 내려간다. 영화는 그러한 액자식 구성과 로드 무비, 버디 무비 형식을 바탕으로 1986년 당시로 회귀해 두 소년의 우정과 성장을 그려낸다.
'히사'는 여느 천진한 또래와 달리 왠지 모를 성숙함을 내비치는 '타케'에게 호기심을 갖는다. '타케' 역시 유일하게 본인의 가정 형편을 비웃지 않는 '히사'가 퍽 마음에 든다. 감정이 투명히 드러나는 꾸러기와 속내를 알 수 없는 센치 소년의 일대기는 동심 속 돌고래를 찾아 떠나기로 한 그날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크고 작은 소동이 발생하기도 하고, 목표한 대로 실현되지 않는 상황 속에서 잠시 낙담하기도 하지만 둘은 꿋꿋이 동행을 이어간다. 그리고 그저 함께 웃고, 떠들고, 달리고, 먹는 것만으로도 완연한 행복을 느끼게 될 즈음, 어느새 친구가 되어있는 서로를 자각하게 된다.
여름, 모험, 우정 등 도무지 미워할 수 없는, 싱그러운 것들만 들이미는 작품이다. 이와 더불어 세찬 바다, 무성한 수목, 강렬한 햇볕 등 약동하는 자연의 이미지와 여름이라는 계절 특유의 감각은 각자 또 함께 한창 성장 중이던 두 소년의 서사와도 잘 조응된다. 청량한 감각을 만끽하는 것만으로도 황홀한데, 속까지 깊다. 사람은 결국 관계 속에서 성장해가는 존재라는 메시지를 서정적으로 피력하고 있다. 두 소년의 우정을 매개로 한 상호적 성장도 있지만, 아이들을 나약한 돌봄의 존재로 가두지도, 성급히 나무라지도 않은 채, 그저 모험을 함께 지지하는 어른들의 태도도 그못지 않게 인상적이다. 어쩌면 가만히 묵묵히 그저 있는 그대로 지켜볼 때 아이들은 가장 큰 폭으로 도약하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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