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 벌레, 사후 세계와 영혼에 이어 이제는 원소다. 픽사의 상상력은 얼마나 무궁무진한 것일까. '엘리멘탈'은 픽사 스튜디오 특유의 개인에 대한 존중과 사랑스러움이 묻어나는 따뜻한 영화다.
영화의 배경인 '엘리멘트 시티'는 불, 물, 흙 그리고 공기 4가지 원소가 공존하며 살아가는 공간이다. 그 중 주인공 앰버의 부모님은 피치 못할 사정으로 '엘리멘트 시티'로 이주하였고, 그 곳에서 앰버를 낳게된다. 앰버의 부모님은 '엘리멘트 시티'에서 이주민으로서의 차별을 경험했고 바닥부터 본인들의 가게를 일구어냈다. 그들은 타원소와의 접촉을 꺼리고 '파이어 플레이스'라는 마을에서 살아갔다. 주인공 앰버 역시 다른 원소들과의 접촉을 꺼린다. 부모님이 손수 일군 가게를 물려받는 것이 유일한 꿈인 앰버. 그러나 우연한 사고로 인해 가게는 폐업 위기에 처하게된다. 앰버는 시청의 공무원이자 물원소인 웨이드와 사고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점점 웨이드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인종, 원소. 아시안, 불꽃.
불원소들은 속해있는 '불' 원소는 이민자, 그 중에서 아시아계 이민자를 상징한다. 불 원소들이 좋아하는 뜨거운 음식은 매운 음식을 상징하며 가족끼리 나누는 큰절 역시 아시아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요소이다. 특히 '차이나 타운', '코리아 타운' 등 아시아계 이주민의 특징인 가족주의적, 민족주의적 성향을 불 원소들이 그대로 띄고 있는 점도 인상적이다.
앰버는 여기서 이주민 2세대를 상징한다. 이주민 2세대의 특징은 부모의 모국어와 본인이 살고 있는 국가의 언어 모두 자유롭게 사용한다는 점. 앰버가 밖에서는 '엘리멘트 시티' 언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것과 동시에 집에서는 아버지를 '아슈파'라고 부른 것은 아시아계 이주민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포인트이다.
특히 웨이드는 부유한 집의 아들로 작중에 나온다. 엘리멘트 시티의 대부분이 물과 때놓을 수 없는 것을 보아 아마 물원소는 인종으로 따지자면 백인에 가까울 것이다. 웨이드의 삼촌이 앰버에게 '악의없이' "어떻게 우리 말을 그렇게 잘하느냐?"라는 질문은 아시아계 이주민들에게 영어 잘한다는 말이 은은한 인종차별로 여겨지는 것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K - 장녀
실제로 '엘리멘탈'의 감독인 피터 손 감독은 한국계 미국인으로 이주민들이 겪은 애환을 잘 이해하고 있다. 특히 영화의 주인공인 앰버의 이야기는 마치 요즘 유행하는 'K-장녀'스러움이 묻어있다.
물론 난 여성이 아니라 K-장녀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예상컨데 가족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자신의 꿈을 다소 내려놓는, 부모님에게 잘하는 딸과 진짜 나 사이에서 역할 갈등을 겪고 있는 이들이라고 생각한다.
앰버는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이 분명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버지가 몸바쳐서 만들어온 가게를 지켜야겠다는 일념 하나로 버텨왔다. 결국 영화의 맨 끝에서는 가게의 꿈은 아버지의 꿈이고 자신의 꿈은 가게를 물려받고 싶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
픽사의 다른 영화들처럼 아버지는 앰버를 충분히 이해하고 앰버의 꿈을 존중한다. 앰버가 바다 건너 인턴을 하러 가는 것 역시 허락한다. 참 픽사스러운, 따뜻한 포인트다.
감정과 다양성에 대한 이야기
픽사는 이미 '인사이드 아웃'에서 감정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었다. 슬픔이와 기쁨이로 구성된 서사로, 모든 감정이 소중하고 특정 감정을 숨기지말자는 메시지를 이전에도 보여주었다.
이번 영화에서도 다혈질에 쉽게 분노하는 불원소의 앰버와 잘 울고 공감을 잘 하는 물원소의 웨이드가 잘 대비되었다. 두 인물은 끝까지 본인의 성격 (다혈질 / 공감과 울보)이 바뀌지는 않았지만 서로에게 사랑에 빠지면서 조금씩 서로의 장점을 흡수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예컨데, 웨이드가 당당하게 앰버의 아버지 앞에서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고백한다던가.
또한 서로 닿을 수 없는 것 처럼 여겨진 두 원소가 손을 맞대고 사랑에 빠지는 내용 역시 디즈니가 최근 추구하는 정치적 올바름을 의식하였고, 그 메시지를 감동적으로 잘 전달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해당 주제는 다소 오래동안 봐온 소재라 식상했다. 픽사 작품의 특징인 독창적인 서사와 개연성은 많이 부족했다. 냉정하게 말하면 이야기는 무난하고 익숙했다. 다양한 감정의 중요성은 마치 '인사이드 아웃'이 떠올랐고, 너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라는 메시지는 '소울'이 떠올랐다.
이는 픽사 영화에서 탐구된 개념들과 매우 흡사하기 때문에 너무 친숙하게 느껴진다. '엘리멘탈'의 독창성의 부족은 일부 관객들에겐 아쉽게 느껴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매력적인 세계관과 원소들끼리 만났을 때 나타나는 화학반응 (예를 들어 물이 끓어 증발한다던가) 등은 무척이나 재미있는 요소였다. 또한 그래픽 역시 눈이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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