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부터 초·중·고교 일부 학년, 일부 교과목에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를 도입하기로 했지만 이와 관련해 찬반 양론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일각에서는 AI 디지털교과서가 학생들의 취약점을 분석해 맞춤형 학습을 가능하게 해 준다고 보고 있지만, 또 다른 일각에서는 디지털 기기 노출 시간이 늘어나는 부작용이 크고 학습 부진 학생을 대상으로 한 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을 지적한다.
25일 교육계에 따르면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을 한 학기 앞두고 이와 관련한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우선,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을 찬성하는 측에서는 학생의 학습 데이터를 축적하고 취약 부분을 반복해 맞춤형 학습을 가능하게 해준다는 장점을 꼽는다.
장시준 한국교육학술정보원 본부장은 "AI 디지털교과서는 교사에게는 학생을 일대일로 지원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가 된다"며 "단순 문제 풀이만 하는 것이 아니라 발음을 체크해주고 코딩 등에 어떤 약점이 있는지 알려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성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미래의 교실 환경에서는 AI 디지털교과서를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종이 교과서를 보조하는 역할로 쓰일 것이며, 학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어렸을 때부터 디지털 기기에 장시간 노출되는 것이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변재환 위치타주립대 교수는 지난 6월 한국교육연구네트워크에서 준비한 월례 포럼에서 "디지털 기기 노출 빈도 증가가 아동·청소년의 인지발달을 저해하거나 심리적인 문제를 야기하는 것에 대한 연구 결과가 많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AI 기술이 맞춤형 학습을 가능케 한다고는 하지만, 반복 학습을 주로 하기 때문에 학력 부진 학생에게 본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주정흔 서울교육정책연구소 선임연구위원도 같은 자리에서 "지금까지 (AI 기술을 이용한) 플랫폼은 학습자의 학년을 토대로 문항을 선별해 고정하는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며 "이들은 학습자 수준에 대한 진단보다는 대부분 정답률에 기반했다. 반복에 해당하는 맞춤형"이라고 지적했다.
이형빈 가톨릭관동대 교육학과 교수도 "지금 필요한 것은 소외된 학생에게 어떻게 맞춤형 지원을 해줄 수 있을까인데 지금의 AI 디지털교과서는 무한반복으로 문제 풀이를 유도하는 것이라 제대로 지원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교육계에서는 AI 디지털교과서가 장단점을 함께 갖고 있지만, 국가 수준의 도입이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사례라는 점을 고려하면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디지털 도구를 교육에 활용하던 스웨덴이 최근 6세 미만 아동에 대해 전통적인 교육 방식을 채택하기로 한 점 등을 고려해 도입 속도와 방식을 더 면밀히 검토하고 사회적 합의를 위한 공론화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AI 디지털교과서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 교사 연수는 물론 학생·학부모를 위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힘을 얻는다.
장시준 한국교육학술정보원 본부장은 "학부모들이 '인터넷 중독'을 우려하는데, 이는 오히려 올바르게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는 것을 (애초에) 배움으로써 해소될 수 있다"며 "(교과서 도입과 함께) 리터러시 교육도 반드시 결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디지털교과서는 내년 초등학교 3∼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 영어·수학·정보 교과 등을 시작으로 학교 현장에 도입된다.
교육부는 최근 146종의 AI 디지털교과서 심사본을 접수해 9월까지 본심사, 11월까지 수정본 검토를 거쳐 11월 29일에 최종 결과를 발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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