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이 저물어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심란한 걱정이 가득
이 나라의 한녀들을 생각해 봅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떠오르는 한녀들
그러나 모든 한녀를 떠올리지 않는 것은
이미 그녀들은 푹 쉬어버려 쉰내가 나는 까닭이요.
내일 마주칠 한녀들도 어차피 오염된 까닭이요.
반면 아직 나의 청춘은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한녀 하나에 퐁퐁이와
한녀 하나에 주름진 피부와
한녀 하나에 표독함과
한녀 하나에 실망과
한녀 하나에 사(死)와
한녀 하나에 아줌마, 아줌마.

아줌마, 나는 한녀에게 실망했던 것들을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이미 학창시절부터 남자들은 여자에 비해 성숙하지 못하다고 깎아내리며 아랫것 취급하던 한녀들의 모습과, "루저", "군캉스", "300충" 이런 비하 담긴 표현과, 벌써 상폐 되어버린 노괴들의 이름과, 가난한 마통 빚쟁이 브이로그 한녀들의 영상과, "메갈", "보룡인", "내무부장관", "곤듀","35살 애기", "시선강간" "페미니즘" 이런 사리에 안 맞는 표현과 사상들을 불러봅니다.

이런 것들은 제 상식으로는 너무나 생소한 일입니다.
별이 아스라히 멀듯이.

아줌마,
당신은 이미 상폐되어 정리매매 목록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헛헛하여
많은 한녀들이 상폐된 우리 세대와 앞으로 상폐가 예정된 미래 세대 한녀를 생각하다가
"국제결혼" 네 글자를 써 보고
백스페이스를 눌러 지워 버리었습니다.

밖에 밤 늦게까지 들리는 고양이 울음 응애 소리는
자궁에서 스러져간 "태아"들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2020년대가 지나고 나거한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출산율 0.7" 한반도에도
아기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을 것입니다.

2024. 9.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