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잠든 블루베리 아카데미의 새벽, 시유와 카지는 폴라 에리어로 산책을 나왔다.

브라이어에게 걸리지 않기 위해, 그들은 특별한 메탕구가 있는 굴에 들어가 술자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시유는 학교에 반입이 금지된, 보민에게 받은 팔데아산 와인을 몰래 가지고 와서 카지와 함께 나눠마셨다.

슬슬 취하기 시작한 시유는 카지에게 그동안의 설움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보민이 북신의 고장에서 오거폰의 선택을 받았을 때부터, 팔데아에서 동생이 말썽을 부릴 때 까지 본인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평소에 힘든 일이 있어도 웃음으로 넘어가던 시유였지만, 취기가 올라온 그녀에게 그런 건 없었다.

카지는 반박하지 않고 끝까지 그녀의 말을 경청했다.

시유는 마음속에 있던 모든 말들을 토해내고 나서야 눈물을 보이기 시작했다.

미안했다. 그동안 못난 자신 때문에 누나가 얼마나 고생했을지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팠다.

카지는 흐느껴 우는 시유에게 다가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안아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의 귀에다가 대고 “미안해” 라는 말을 계속 속삭였다.

품에 안으면서 뒤통수와 목덜미를 포차냐 쓰다듬는 것 마냥 어루어 만져주자, 시유는 더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결국 폴라 에리어를 돌고 있던 브라이어에게 걸렸다.

각자 식당과 매점 청소를 한달 동안 해야 했으나, 누나의 몫까지 감당하고 싶었던 카지는 술을 가지고 온 장본인도, 소음을 낸 장본인도 자신이라고 거짓말을 해가면서 식당과 매점를 두 달동안 청소하기로  브라이어와 합의했다.

누나를 등에 업고 숙소로 돌아온 카지는 시유의 침대에 살포시 그녀를 눕혔다.

깊이 잠든 그녀를 보고 멍때리다, 카지 또한 그녀의 옆에 누워서 잠이 들었다.

몬스터볼에서 튀어나온 카지의 포켓몬 어흥염은 추운 곳에 오래 있어서 몸이 차가워진 자신의 트레이너와 그의 소중한 사람을 넓은 몸으로 동시에 끌어안아주는 이불을 자처했다.

잠든 카지와 시유는 같지만 주체와 객체가 서로 다른 꿈을 꾸었다. 마치, 서로가 서로의 품에 있는 듯한 따뜻함을 느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