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지가 사라진지 벌써 1개월이 됐다.

투지의 어머니도, 주박사도, 그리고 그가 거쳐간 모든 하나지방의 체육관 관장들도 그를 걱정했으나 누구보다도 투지를 걱정하는 인물은 바로 벨이었다.

벨은 모험을 시작하고 나서 투지와 체렌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다. 특히 투지는 초보 트레이너라기엔 이상하게도 타입과 특성, 개체값이라는 것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벨의 뚜꾸리가 염무왕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 또한 투지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투지가 그녀에게 남겨놓은 것은 키우미집에서 받은, 어떤 포켓몬이 담겨있는 알 뿐.

지금 벨은 주박사 아래에서 시력이 나빠져가면서 글을 읽고 포켓몬의 생태계를 조사하는 외로운 학생이다.

벨은 힘들 때 마다 알을 감싸안으며 투지를 그리워했다. 가끔은 주박사 연구소에서 나와 알을 안고 마을을 걸어다니며 우울한 기분을 풀려고 노력하기도 했다.

그러다 어느날, 조수들이 필요한 전기돌 동굴에 서식하는 포켓몬들에 대한 통계 자료를 잃어버리는 실수를 해 주박사에게 크게 혼났고, 눈물을 못 참은 벨은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1번도로에서 알을 안고 울고 있던 벨을 우연히 보게 된 체렌.

체렌 또한 벨을 많이 도와준 인물이다. 단지 투지가 그보다 월등히 뛰어났기에 빛이 바랬던 것 뿐.

그러나 어딘가 불안정했던 벨을 걱정하는 마음은 투지보다 컸다. 체렌은 벨에게 다가가 물었다.

“뭔 일 있어?”

“어, 체렌인가?“

“나 맞아. 그렇게 나를 못 알아볼 정도로 눈이 나빠졌으면 안경을 끼라니깐“

”헤헤..”

“또 알을 안고 있네. 투지가 그렇게 보고 싶은거야?”

“주박사님한테 혼났어. 이럴 때 투지가 옆에 있어줬으면 얼마나 좋을까..”

기쁜 일이 있을때나, 슬픈 일이 있을때나 벨은 언제나 투지와 그런 일들을 공유해왔다. 그러니 자나 깨나 언제나 벨의 머릿속엔 사라진 투지 뿐이었다.

투지만 기억하는 벨의 모습에  조금 서운했지만, 그녀가 슬퍼하며 투지에게 집착하는 모습을 마냥 두고 볼 수만 없었던 체렌은 결국 투지의 행방에 대해 조사하기로 결심한다.

체렌은 먼저 투지가 자주 방문했던 뇌문시티의 배틀서브웨이를 방문했다.

”투지라면 나랑 함께 멀티트레인을 재패한 파트너인데? 갑자기 왜?”

“어, 너가 아무래도 투지랑 많이 접촉하는 인물이 아닐까 해서 찾아왔어”

“그렇구나. 근데 나도 투지를 안 본지 꽤 됐어. 하나지방의 공식적인 챔피언이 됐다는 것 까지는 들었지만 그 뒤론 배틀서브웨이를 안 찾아 오는 것 같더라“

”알려줘서 고마워. 투희“

체렌은 투지의 멀티트레인 파트너 투희에게 찾아갔지만 원하는 결과는 얻지 못했다.

같은 방식으로 일주일 동안 하나지방 곳곳을 돌아다니며 투지의 행방에 대해 조사했으나, 칼로스지방에 갔다느니, 신오 챔피언을 이기기 위해 신오지방에 갔다느니 등 소문만 무성할 뿐, 확실한 정보는 찾을 수 없었다.

그렇게 아무런 성과 없이 체렌은 마름꽃마을로 발걸음을 올렸다.

돌아가면서 투지에 대해 살짝 원망도 들었다. 벨의 기둥이었던 그가 말도 없이 사라져서 벨을 힘들게 했으니깐 말이다.

1번 도로에 도착했을때, 벨이 알을 안고 체렌을 찾아왔다.

“체렌, 체렌 맞아?”

“벨? 내가 여기 있는 줄 어떻게 알고..”

“저기.. 들었어. 너, 투지 찾으려고 하나지방을 돌아다니면서 그에 대한 수소문을 했다는거.“

”어.. 어, 맞아“

”혹시 나 때문에 그런 거라면, 미안해. 너 또한 여행을 하면서 내 곁에 많이 있어줬는데, 투지만 기억했던 것 같아서.“

벨을 바라보면서, 체렌은 잠시 생각에 빠졌다.

이제 그녀를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투지가 할 수 없을 최선이 무엇일지 생각을 하다가, 자신이 쓰고 있던 안경을 벨에게 씌어줬다.

”응? 체렌, 이 안경은..”

“너 앞으로 읽어야 할 글도 많을거고 노트북 앞에서 계속 생활해야 될 꺼 아니야. 눈도 많이 나빠질 텐데, 내 안경 써.”

“체렌, 그러면 너 눈은..”

체렌은 벨의 말을 끊고 자신의 말을 이어나갔다.

Pokémon Black & White - The End (H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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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 이제 ‘각자의 미래’로 나아가는거야. 너는 주박사님의 조수, 나는 포켓몬 트레이너로.“

”체렌? 갑자기 무슨 말을 하는거야?“

”서로가 서로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 하는 중 일때, 그때 보자고.“

체렌은 마름꽃마을로 향하던 길을 반대로 틀었다. 서로 최선을 다하고 있을 때 보자고 한 말이 벨과 체렌이 나눈 그 해의 마지막 대화였다.

넝쿨마을로 향하는 체렌의 뒷모습을 벨은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여행을 처음 시작했던 그 때가 떠오르는 것 같았다. 그러던 도중, 알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알은 서서히 깨지기 시작했고, 이윽고 알에서 자주색 코의 ‘색이 다른 수댕이’가 태어났다. 수댕이는 태어나자마자 벨의 얼굴에 물대포를 쏘며 장난을 쳤다.

여행의 시작점이었던 1번 도로에서 새로운 생명의 탄생은 마치 그녀의 새로운 도전에 대한 축복과 안녕을 기원하는 것 같았다.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녀는  콧물, 눈물을 흘리면서, 울먹이면서 수댕이한테 말했다.

“포켓몬 세계에 온 것을 환영해! 나는 미래에 주박사님의 조수가 될 벨이라고 해, 반가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