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해 빠진 능력자 배틀물이냐?

원피스? 금서목록? 초전자포? 우에키의 법칙? 절대가련칠드런?

그냥 조또 쎄기만 하면 그만이고 상성만 외우고 있으면 장땡인 그런 게임이냐?

아니잖아?

스스로 강해지는 인간이 있고 거기서 나오는 인간의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잖아?

스스로 강해지는 게 아니라, 강해진 생물을 가져다 트레이닝(테이밍이 아니다) 하는 게임이잖아?

거기엔 인간과 능력 간의 관계 뿐만 아니라 인간과 생물 간의 관계도 있는 거잖아?

그래서 포켓몬이란 게임과 애니가 그렇게 히트친 거 아닌가?

근데 이건 뭐야?

메가진화? 메가진화x랑 메가진화y? 생물 가지고 장난하냐?

이런 시스템이라면, 포켓몬 따위 여러 능력을 담고 있는 그릇에 불과하잖아?

포켓몬이란 게 다 똑같은 구슬 모양이고, 빨간 건 불을 쏘고 파란 건 물을 쏴도 똑같겠네?

구슬 강화해서 더 쎄지면 장땡이겠네?

x로 강화할 수 있고 y로 강화할 수 있으니 편리할 뿐이네?

오히려 강해지는 방향이 다양해져서 더 좋은 거겠네?

그게 포켓몬이란 게임인가? 그런 컨텐츤가?

내가 포켓몬을 좋아한 이유는 그런 게 아니었어

태생이 강하고 약하고 따위 상관없이 내 마음에 드는 생물, 몬스터와

교감하고, 싸워서 전보다 강해지고, 다듬어서 더 아름다워지고, 모아서 그 많은 종류에 놀라워하고

몬스터를 트레이닝(거듭 말하지만 테이밍이 아니다)하는 그 요소가 좋았던 거라고

이건 아니야

1세대 2세대에 로켓단이 왜 악당이었는데?

포켓몬을 잡아다 생체 실험으로 더 강력한 생물 병기를 만들기 때문이었잖아?

다른 이유도 많았지만 주인공이 가장 분노하는 이유가 로켓단은 포켓몬을 생물로 안 보기 때문이었잖아?

근데 지금 하는 짓이 그때 로켓단이 하는 짓과 뭐가 달라?

새로운 포켓몬은 새로운 지방에서 '발견'하는 거지만 이미 있는 포켓몬을 조작하는 건 로켓단이 해온 생체 실험이랑 다를 게 없어

난... 5세대도 마음에 안 들었지만... 그래도 딱히 비난할 부분이 없어서 그냥 즐겨왔어

즐겼다기보다 즐겼던 마음을 가까스로 이어 왔다는 게 더 정확하겠지만, 그래도 포켓몬이 좋았어

하지만 이제 아니야

포켓몬을 만든 포켓몬의 아버지조차 포켓몬을 포켓몬 자체로 보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으니까

디시 포갤에서 이런 긴 글 읽을 사람 있지도 않겠지만 상관 없어

이 글을 마지막으로 포켓몬이랑 모든 연을 끊을 거니까

... ㅅ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