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서없이 써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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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수능끝나고 대학발표 전에, 사복이 추리닝밖에 없었기에 옷이나 사려고 처음 할 알바를 찾고있었을 때

어쩌다 알바천국 앱에서 상하차광고를 봤음. '젊을 때 힘든거 해봐야지 언제 힘든거 해보겠어? 돈도 많이 주네' 이런 생각에 광고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었음

"광고보고 전화드렸습니다"

"아 그래요? 나이가 어찌되세요?"

"열아홉이요"

"생일은 지났나?"

"네 생일 지났습니다"

"그럼 이따 6시에 ○○앞으로 와"

"네 알겠습니다"

통화 끝나고 몇 분 뒤에 문자로 꼭 오라고 재차 강조하는거임. 그래서 꼭 가겠다고 답장 계속 해줌.

새벽 내내 일할거 생각해서 12시부터 5시까지 잤음
그리고 씻고 약속장소로 나감.

5분 먼저 나가서 기다리고 있는데 20분인가 늦게 회색 스타렉스가 와서 창문열고

"일하러 가실려고?"

"네"

"타쇼"

스타렉스에 탔더니 외국인이 서너명에 40대로 보이는 아재들이랑 내또래 한명 있었음

운전기사가 통화내용으로 봐서는 오기로 해놓고 펑크내는 사람들이 많았나 봄

미어터지는 스타렉스에 쪼그려앉아서 2시간정도 빙빙 돌아 옥천허브에 내렸음 규모 엄청 크더라...(어두워서 잘 안보였지만)

먼저 민증확인하고 상반신 사진찍고 출근등록(무슨 지문, 얼굴인식하는 기계로)을 했음

그리고 밥을 먹으러 급식소에 가서 출근등록할 때 받은 식권을 내고 식판에 밥 받아서 먹음(학교밥보다 맛없었음)

다 먹고 1층에서 모여있다가 어떤사람이 명부같은거 들고서 "○○○사무소 ○○○씨"이런식으로 호명하면서 일할 곳 배치받았음

9시부터 5시까지 쉬는시간 없이 물도 안주고 화장실도 못가고 택배박스 ㅈ나 까내림

오직 컨테이너 하나를 다 깠을 때 차 빠지고 새로 컨테이너차 들어오는시간 2분만이 허리좀 피고 어깨좀 주무를 수 있는 시간임

기본적으로 3인1조임 컨테이너에 레일 집어넣고 레일 양쪽에 한명씩 붙어서 박스 내리고 한명은 레일타고오는 박스 송장표 보고 직접 박스를 밀어서 노선 바꿔주는 거 함. 바코드는 자동으로 찍히더라, 대신 박스 내릴 때 운송장이 하늘을 보도록 해야함. 안하면 욕 직살나게 먹음 ㅠㅠ(욕 먹었음)

잠깐 분류도 했었는대 안경을 안가져가서 운송장이 잘 안보였음. 조금 밀리기 시작하니까 관리감독하는 사람한테 쌍욕 바가지로 먹고 다시 컨테이너 안쪽으로 감.

처음에는 휴지롤이나 냄비같은거 내려서 '뭐야? 쉽네' 이랬는데 1시넘어서는 컨테이너 열어보니과일박스나 쌀가마니가 빼곡빼곡 박혀있는거임. 막판에는 빨간펜인가 무슨 학습지 문제집이 대부분이였음.

가벼운물건들이랑 무거운 물건들이랑 같은 컨테이너에 있는 경우는 없었음. 무거운물건은 한 컨테이너가 거의 같은종류고 가벼운물건은 이것저것있었음. 그래서 컨테이너 문 열었을 때 과일박스가 있으면 컨테이너 끝까지 과일박스임. ㄹㅇ 욕이 절로나옴

그리고 송장이 위로가게 컨테이너에 쌓여있는게 아니라서 그 무거운걸 6면 중 어디에 송장 붙어있는지 일일이 확인해서 레일에 올려놓아야 하는데 ㅈㄴ빡침

처음에는 '내 물건 내린다'고 생각하면서 조심조심 레일에 올렸는데 언제부터인가 휙휙 떤지고있음. 어쩔 수 없음

나는 나름 빨리 빨리 박스 내리고 있는데 감독하는 놈이 "ㅆㅂ..뭐해요?? 놀러왔어요?? 빨리해요!!" 이러길래 서러웠음

진짜 물한모금 못먹어서 갈증이 났고 15~20kg짜리 귤박스 사과박스 내릴때는 상자 뜯어서 먹고싶은 충동이 일었으나 뒷감당은 어쩌지... 고민하다가 겨우 참았음

5시 다 돼서 감독하는 놈이 "이거만 까면 끝이야, 힘내!" 이지랄해서 진짜 있는힘 없는힘 짜내서 상자 까내리다가 손가락 뼈마디에 쥐가나서 주무르고있었는데 그거 본 감독하는 넘 하는 말이 '에휴 수고했다 저기 앉아서 잠깐 쉬어라' 이러는겨
그때 그넘 까는거 봤는데 ㄹㅇ 속도가 다르더라
암튼 그샠히 잘하길래, 또 정말로 좀 쉬고싶어서 그냥 남은거 다 깔때까지 쉬었음.
쉴려고 장갑 벗어보니까 10시간 전에 포장뜯은 새 목장갑이 걸래짝이 돼있더라

일이 다 끝나고 주변 청소같은거 다같이하고 얼타고있는데 누가 인솔해주는넘이 없는거임. 그래서 눈치껏 사람많은데 몰려있다가 아까 그 감독하는 넘한테 물어봐서 퇴근등록하고 가라길래 퇴근등록 하고 맨 처음 밥먹고 대기타던 곳에서 대기타고 있었음
같이 스타렉스 타고온 분들도 다시 만남.

조금 뒤에 웬넘들이 살구색 돈봉투여러개 들고서는 ○○○사무소 ○○○씨~~~ 호명하고 호명된 사람이 돈 받아갔음. 이거 어떻게 확인하는지는 모르겠는데 되게 허술하게 나눠주더라. 호명해도 안오는사람(중간에 힘들어서 튄사람)도 있더라

암튼 좀 기다리니 내이름 부르길래 돈봉투 받아서 열어봤는데 65000원 밖에 없는거임. (알바천국앱에서 광고할 때에는 10~12만원 준다고 해놓고)
... 이건 뭐 파스값 밥값하면 남는돈 없는거임.
내가 입고있던 ck팬티 한장이 65000인데 새벽내내 일해서 팬티한장값 번거 생각하면 화가 나더라
근데 뭐라 따질 기운도 없고 빨리 집에가서 자고싶어서 암말도 안하고 스타렉스에 가서 운전기사 기다리고 있었음.
기다리면서 40대 아저씨랑 이야기좀 했는데 그냥 '상하차 절대 다시는 안한다', '너무 힘들다', '돈도 몇푼 안준다', 류의 얘기였음

작년 겨울이 안춥긴 했지만 추리닝 얇은거에 바람막이 하나 걸치고 가니까 추웠음(일할때는 더워서 외투 벗고했는데)

암튼 옥천까지 가서 인신매매 안당하고 몸망치고 푼돈벌어서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음. 씻을 기운도 없어서 옷도 안갈아입고 거실에 쓰러져서 잠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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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열아홉에 상하차 한번 하고 '삭신'이 뭔지 알아버렸음

온몸의 뼈마디와 근육이 저리고 아파서 드러눕고싶더라.

이거 업으로 삼는 분들 ㄹㅇ 존경스러움 그리고 힘든일 할수록 입이 거칠어지는게 이해 됨.
열심히 공부해서 상하차같은 단순노동만큼은 하지 말아야 함.


세줄요약
1. 상하차 한번 해봤음
2. ㅈㄴ 힘들더라
3. 감사한 마음으로 순시공부나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