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복님 작품 : 양심에 따라 기부한 후 원하는 양만큼 먹을 수 있는 길거리에 위치한 도네이션 바
산티아고 순례길 프랑스길의 대부분은 스페인의 북부지방이기에 주로 먹게 되는 음식들은 스페인식 음식입니다.
스페인식음식보다 가장 먼저 알아야 할점이 독특한 스페인식 식사문화인데, 스페인 사람들은 하루 다섯끼를 먹는다고 알려져 있기에 한국인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식사시간에 식당을 찾아갔다는 낭패를 당할 수가 있습니다.
스페인 사람들은 아침 일곱시경에 커피와 빵으로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한 후 직장에서 11시 정도 샌드위치류의 간단한 점저를 먹고 두시경에 본격적인 점심식사를 한후 뜨겨운 햇볕을 피하기 위한 낮잠(시에스타)을 잡니다.
다섯시경에 일어나 타파스류로 간단하게 배를 채운 후 8시에서 9시경에 본격적으로 푸짐한 저녁식사를 한 후 잠자리에 듭니다.
스페인에서 커피와 주류 및 간단한 먹거리를 파는 식당을 바(Bar)라고 부르는데 순례자들이 쉬어가면서 간단한 요기를 하는곳이기도 하지만, 바에서의 식사도 정해진 시간에만 파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산티아고순례길은 전세계 각국의 순례자들이 모여드는 곳이라 알베르게내에서 운영하는 식당이나 순례자들을 주로 받는 유명 알베르게 인근 식당에서는 시간과 상관없이 음식을 제공하는 곳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12-1 길에서 먹는 순례자의 아침
순례자들은 주로 아침 일찍 출발하며 많은 바들이 순례자들을 위해 아침 일찍 문을 열어놓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출발한 후 만나게 되는 첫번째 바에서 아침식사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스페인에서의 아침은 데사유노라 불리며 스페인식으로 간단하게 커피와 빵만 제공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일반적인 스페인식 아침식사
일반적인 스페인식 아침식사
바에서 먹게 되는 조식 세트메뉴
우리돈 만원이 넘는 대도시에서의 고급스러운 조식세트
헤렌디아인에 위치한 바에서 먹은 독특한 스타일의 조식
12-2 길에서 먹는 순례자의 점심
순례길에서의 조식이 주로 빵과 커피로 구성된다면 아점이나 점심으로 먹는 메뉴는 좀 더 다양하며 갈증을 달래기 위해 맥주를 곁들여 먹기도 합니다.
페르돈언덕을 내려오면 만나게 되는 마을 우테르가엔 순례자들을 위한 바를 시간에 관계없이 오픈하는데 미트소스 스파게가 맛있기로 유명해 많은 순례자들이 페르돈언덕을 올랐던 고단한 몸을 쉬면서 점심을 먹는곳이다.
순례자들이 주로 먹는 식사는 한입에 먹을 수 있는 양이란 뜻에서 유래한 보까디요(Bocadillo)라는 스페인식 샌드위치인데 바게트빵 사이에 스페인식 햄인 하몽, 계란, 치즈, 야채등을 넣은 간편 샌드위치입니다.
가장 일반적인 보까디요로 주로 바게트빵 사이에 계란이나 하몽 한종류만 넣어서 제공된다.
하몽만 들어간 기본 보까디요. 하몽이 짜기 때문에 주로 빵 사이에 넣어서 먹는편이다.
골프장 옆에 위치한 고급바에서의 제법 샌드위치폼이 나는 보까디요
순례길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또하나의 간식겸 식사는 스페인식 오믈렛이라 불리는 스페인 전통요리 또르띠야입니다.
달걀, 감자, 양파를 기본 재료로 하여 만드는 팬케이크 모양의 두툼한 계란감자전으로 재료가 간단하고 만들기 쉬워 일반적인 가정에서 자주먹는 음식 중 하나입니다.
마드리드에서 스페인의 빈민층을 위한 요리로 탄생하여 단순하지만 배부른 음식으로 자주 조리되게 되었고 다양한 조리법으로 발전하여 스페인을 대표하는 요리중 하나로 자리 매김하게 되었습니다.
또르띠야는 순례길에서 메인요리로 제공되기도 한다. 겉이 타지 않고 속까지 부드럽게 익히는것이 맛있는 또르띠야를 만들기 위한 관건이다
스페인에 시집온 한국인이 운영하는 로르카에 위치한 바에서 강추하는 메뉴도 바로 또르띠야. 호세의집이라는 알베르게도 운영하는 곳으로 한국인들에게 유명하다.
버섯, 야채, 햄 등을 듬뿍 넣어 고급스러움을 더한 또르띠야. 취향껏 골라먹을 수 있는데 맛도 일품이다.
순례길에선 항상 배고프다.. 드물지만 순례자들의 배를 든든히 채워 줄 수 있는 햄버거를 파는 바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동양인 순례자의 대부분은 한국인이라 라면을 파는 바도 많았으나 코로나 시기에 대부분 문을 닫아 필자가 순례길을 걸을 당시에 길에서 먹을 수 있었던 라면은 외국인이 신라면을 끓여 파는 바와 컵라면을 제공하는 곳 정도밖에 없었습니다.
억수같이 내리는 비를 맞고 오한이 들면서 도착해서 먹었던. 꽁꽁언 내 몸과 영혼을 녹여줬던 내 인생 가장 맛있었던 컵라면
스페인으로 시집온 또 다른 한국인이 운영하는 알베르게에서 판매하는 비빔밥. 김밥과 라면등도 팔고 있으며 재료가 없어서 제공 안될 수도 있으니 미리 예약하고 가는것이 좋다.
순례길을 걸으며 주로 마시는 술은 시원한 맥주가 대부분이지만, 간혹 스페인 전통주 샹그리아를 맛볼 수 있기도 합니다.
샹그리아란 와인을 베이스로 과일과 각종 향을 내는 술을 섞어 만든 상큼하고 달콤한 술로서 돗수가 낮아 술을 즐기지 않는 순례자들도 도전하는 펀치류이며며 스페인의 이글거리는 태양과 잘 어울리는 음료입니다.
보통 1리터 사이즈로 서빙되고 과일이 많이 들어가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여럿이 나눠먹는것이 좋습니다.
비야마르 델 리오에 위치한 바는 샹그리아가 맛있기로 유명하다.
12-3 알베르게에서의 순례자 식사
외식보다 조리를 선호하는 순례자들이 많은데 주방이 갖춰진 알베르게에 숙박하는 경우 다양한 요리를 해 먹지만 주방 관리가 힘들다보니 점점 화구를 갖춘 주방을 없애고 전자렌지와 커피포트 정도의 간편 조리 시설만 있는 주방으로 바뀌는 추세입니다.
화구가 있고 조리기구가 갖춰진 주방에서 외국인 순례자들이 주로 해먹는 음식은 스파게티 정도지만 한국인 순례자들은 라면을 끓여먹거나 고기를 구워먹고 고추장과 된장등의 기본 양념을 가지고 다니며 다양한 한식을 해먹기도 합니다.
스페인에서는 소고기가 저렴해서 한국에서는 비싼 소고기나 삼겹살에 대한 그리움으로 돼지고기를 사서 많이 구워먹는 편이지만 조리를 할 수 있는 주방이 드물고 대도시 대형마트에서나 고기를 구입할 수 있으며 그마저도 일요일이면 모든 마트가 문을 닫기 때문에 순례길에서 고기파티를 벌이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에스떼야에 있는 수도원알베르게에서는 조리시설이 갖춰져 있고 인근 대형마트에서 고기를 구입할 수 있기에 꼭 고기파티를 벌인다
스페인 소고기가 싸긴 하지만 질기고 퍽퍽하기 때문에 소고기보다 삼겹살을 선호하는 편이지만 스페인에서는 삼겹살에 대한 이해가 없기 때문에 정육점에서 고기 덩어리를 사서 직접 잘라서 굽기도 합니다.
에스떼야 사립알베르게에서 손님들 생파를 축하하기 위해 벌인 삼겹살 파티. 김치가 아쉽지만 다양한 스페인 피클은 김치의 훌륭한 대안
삽겹살 구하기 힘들어도 절대 구입해서는 안될것이 삼겹살 모양의 염장 베이컨. 너무너무 짜다
필자의 생일을 맞이하여 알베르게 단체식 메뉴를 삼겹살로 미리 변경해서 깜짝파티를 벌인적이 있었는데, 삼겹살을 처음 구워봤다는 알베르게 주인은 한국인들의 삼겹살 사랑을 몸소 체험한 뒤 앞으로 한국인 순례객들을 위해 삼겹살 메뉴를 내놓겠다는 포부를 밝힐 정도였습니다.
생일을 맞이하여 벌인 깜짝 삼겹살 파티
한국인들 순례자들이 가장 많이 해먹는 음식 중 하나가 밥과 라면인데, 라면은 순례길 중간중간 대도시 중국마트나 알베르게에서 구입 가능하기에 마트에서 흔하게 구입할 수 있는 쌀을 사서 밥을 지어 여럿이 나눠먹는 편입니다.
한국인 순례자들이 주방에서 가장 흔하게 먹는 음식 중 하나인 라면
하지만 라면을 파는곳을 만나기 힘든데다가 무게와 부피의 문제로 인해 한국에서부터 라면스프를 준비해와서 라면스프에 각종 야채와 계란을 넣고 스파게티 면등을 넣어서 아쉬우나마 한식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이 세번째인 최선생님은 항상 가장 먼저 도착해 장을 봐서 라면탕을 끓이고 밥을 지은 후 먼저 도착하는 순례자들과 함께 나눠먹곤 했었다.
라면스프에 감자와 계란을 넣고 푹 끓인 계란탕과 냄비밥
가이드가 한국에서부터 가지고오는 식재료 중 하나는 미역과 다시다. 가볍게 손님들 생일을 챙길 수 있다. 라면스프에 스파게티면만 넣어도 훌륭한 한끼가 된다.
전자렌지 정도만 갖춰진 알베르게에서는 마트에서 전자렌지용 음식들을 구입해서 먹는 경우가 많지만, 스페인에서 전자렌지 조리용 음식들도 다양하게 출시되기 때문에 훌륭한 퀄러티의 음식들을 즐길 수가 있습니다.
레토르트 음식들로만 차린 상
레토르트 음식들로만 차린 상
토스터기와 손님이 가지고 다니는 쿠커로만 차린 상. 쿠커를 가지고 다니면 계란이나 밤 삶기, 라면 끓이기 등으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연세 있으신 한국인 순례자들은 한식을 먹어야 힘이 난다며 고추장과 된장등의 기본 양념들을 가지고 다니며 기회될때마다 얼큰한 한식을 해드시는데, 기본양념만 사용해 투박한 맛은 있지만 순례길에서 먹는 한식은 다음날 다시 걸을 수 있는 힘을 주는 보양식입니다.
장 봐온 식재료와 기본양념으로만 차려낸 한식 한상
한국인들의 김치사랑을 어떻게 말리겠습니까?
순례길에서 김치를 먹거나 살 수 있는 기회는 없기에 피클로 김치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긴 하지만, 그래도 한국인이 40일이 넘는 시간동안 김치 없는 식사를 해야 한다는건 참으로 고행입니다.
세번째 산티아고순례길을 함께했던 기사님의 어머님이 마드리드에서 반찬가게를 한다 하셔서 단체로 김치를 구매해서 먹기도 했었던 즐거운 추억도 있네요.
김치 하나면 뭔들
주방있는 알베르게에서 손님 한분이 솜씨를 발휘해 닭볶음탕을 만들어 먹기도 했었다.
주방이 있는 알베르게에서는 순례자들이 두고간 스파게티면이나 밀가루 정도는 항상 있는 편입니다.
이런 식재료들을 활용하여 순례길에서 주운 밤을 이용해 밤스프를 만들어 먹기도 하고, 걸으며 뜯은 각종 나물로 전을 부쳐내기도 하는 등 현지에서 채취한 다양한 식재료들로 훌륭한 음식들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숲에서 채취한 민들레와 엉겅퀴로 부친 전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걸으면서 먹는 음식과 알베르게에서 즐기는 다양한 먹거리편 잘 보셨나요?
다음편에선 와인과 함께 즐기는 다양한 순례자정식과 지역별로 맛볼 수 있는 다채로운 스페인음식에 대해 포스팅할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soheeele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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