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갓 미노광

...그리고 신세계가 열렸다.

나는 솔직히 굉장히 짜증났다. 

게임의 주인공이여야할 인간이 존나 구려서 더러운 타종족을 해야하다니.

궁시렁거리면서도 좆같은 볼트 막층을 조지기 위해 어디를 검색해봐도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좆사기캐를 고르기로 한다.

존나 썟다.

그냥 쌘게 아니라 존나 썟다.

인간성기사로 플레이하며 족쇄아닌 족쇄를 달고 마치 모래주머니 500kg을 달고 수련하던 나는

미노광을 잡자마자 게임플레이가 16차선 고속도로처럼 뻥뻥 뚫리기 시작했다.

미노갓은 뿔+박치기 돌연변이가 정말 전투에 큰 도움이 되는데

극초반에 만나면, 아 또 다시 시작해야하나 라는 생각을 해야만 했던

홉고블린 성님도 갓 스탯과 갓 박치기로 껄껄껄 한줌의 XP로 산화.

창 들고 비겁한 다구리를 하던 놀 떼도 

앞에 놈도 한방, 뒤에 놈도 한방, 박치기 앞에 지워졌다.

이때에는 도끼가 클리빙이 없어서 도끼하나 들고 9방이 트인 곳에 나가서 진 삼국무쌍은 찍지 못했지만

인간 성기사를 통해 수많은 자기고문으로 얻은 경험으로 이미 나는 그런 초보자적인 실수와는 거리가 멀었다.

아니, 진삼국무쌍을 찍긴 했다.

미노갓을 완성시키는 또 하나의 사기 어빌.

갓.폭.화

트로그는 사실 평등과 죽창의 신이 아닌가 싶다.

권능을 누르는 순간 광우병 걸린 미친 소 앞에선 모두가 평등한 경험치로 변하는 기적이 일어났다.

오우거 형님도 광폭화 한방

히드라 형님도 광폭화 한방

티탄  형님도 광폭화 한방

광폭화된 공속으로 강화된 박치기를 자진모리 장단으로 쿵덕 쿵덕 박아대면

아주 그냥 꼼짝을 못하는 몹들을 볼 수 있었다. 크 광박꼼~

미노광은 마치 자기가 람보르기니의 그 마크인듯 제로백을 찍으며 볼트 바로 막층 앞까지 도달하였다.

그러나 볼트 막층은 만만치 않았다. 

아무리 미노광이 강하다지만 광폭화 한번으로 중앙으로 몰려드르는 몹들을 모두 정리할 수 없었고,

광폭화가 끝나 지능이 5라 현자아닌 현자타임이 와버린 미노타는

온순한 소가 되어 별다른 저항을 해보지도 못하고

도축된 소로 인생을 마감해야 했다.

여러번의 트라이가 있었고 여러번의 발전이 있었다.

신의 권능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고 광폭화만이 아닌 다른 권능들도 응용하기 시작했다. 

버프류 아이템을 좀 더 적극적으로 쓰게 되었고, 죽을 각이면 미련없이 스크롤을 찢기도 했다.

혹시나 다른 방법이 있지 않을까 하고 볼트를 7층까지만 돌고 높아진 경험치로 슬라임 굴을 트라이한 적도 있으나

아무리 광력한 미노광도 태생은 전사인 법, 멘탈까지 녹여버리는 산성의 지옥은 비빌 수 없었다.

그렇게 일주일 정도의 시간을 연구한 결과...

답은 <텔포 스크롤> 이였다.

간단했다. 중앙에서의 다구리를 못견디면 구석으로 튀면 되지 않나.

물론 광폭화로 인해 0의 은신과 싸우면서 일어나는 엄청난 소음으로 여전히 몹이 몰려왔지만

몹들이 위아래 위위아래 하면서 쉴새없이 동서남북으로 몰려오는 중앙보다는 상황이 나았다.

가장 큰 장점은 광폭화를 하고 다음 광폭화 까지 쉴 수 있다는 것과

벽을 등지고 싸우는 적의 숫자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였다.

그 다음은 속전속결이였다. 

미노갓전사는 트로그의 평등의 가르침을 열광적으로 수행하였다.

그림자용도 한방 ^_^

헬나이트도 한방 ^_^

폭풍용도 한방 ^_^

광박꼼 광박꼼 신나는 노래~

모두 모두 사이좋게 경험치가 되어버렸다.

미노갓의 레벨이 얼마나 올랐을까, 템은 얼마나 좋은걸 득했을까,

그런건 제대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가 기억하는건 

100시간 넘게 인간성기사부터 트라이해오면서 비벼왔던

반짝이던 은색의 룬이 내 손에 들어왔을 때, 

아. 이 맛에 돌죽하는 구나.

그렇게 돌창인생이 시작됬다.

....

그러나 이 미노갓이

오브를 줍는 일은

없었다.

....

나는 3룬을 들고 처음으로 조트의 영역에 들어섰었다.

드라코니언들은 강력크했지만 미노갓의 평등함에 모두 감화되어 너도 나도 경험치로 산화하였다.

별에 별 희안한 몬스터들도 있었지만 그냥 좀 딴딴한 잡몹일 뿐이였다.

볼트 8층을 뚫고온 미노갓에겐 적이 없는 듯 보였다.

오브 가디언은 솔직히 이름듣고 최종보스 같아서 쫄았지만 ㅋ...

그렇게 조트의 영역을 매끄럽게 돌파하고 있을때였다.

계단을 내려가니 불덩어리들이 보였다. 

나는 당시 화저가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때까지 돌죽을 하면서 화저가 없어서 심하게 고생한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화저도 없는데 돌연변이 면역은 오죽하랴. 

그렇다 나는 OOF에 완전히 무방비한 상태였던 것이다.

미노타는 평소처럼 광폭화를 켜고 

용도 아닌 별로 세보이지도 아니한 불덩어리들을 상대로

탭을 한 번, 두 번, 세 번 눌렀다.

펑! 펑! 펑! 나의 승리를 축하하는 불꽃놀인줄로만 알았는데...

탭이 더이상 눌려지지 않았다. 마치 시간이 멈춘것 처럼.

평소와 다름없는 시츄에이션 이였다. 오른쪽 위의 체력바가 텅텅 빈것을 제외하면...

정신을 차려보니 미노타는 이미 웰던 스테이크로 요리된지 오래였다.

그렇게 나의 첫 3룬클 시도는 무산이 되었다.

난 급격한 환경의 변화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내 안에 잠재된 트로그를 표출하여 키보드를 하나 부서먹기에 이른다.

그렇게 현실 광폭화가 끝나자, 돌죽의 그것처럼 현자타임이 찾아왔다.

좆같은 게임...

두번 다시 하나봐라... 

그러나 다음 날 저녘에도 돌죽을 키고있던 나였다.

다시 돌죽을 할 때, 나는 감히 미노광을 고르지 못했다. 

미노광을 하려하면 OOF의 화염이 생각나 손이 덜덜 떨리며 PTSD에 시달렸다.

미노광의 복수를 해야했다. 그러나 무엇을 해야할지 몰랐다.

그래서 그 당시에는 굉장히 다양한 걸 트라이 했다.

이미 미노광을 했기 때문에 꺼리낌은 없었다.

다양한 종족, 다양한 직업, 다양한 신앙

여러가지 조합을 시도해보았지만 미노광으로 3룬클도 못한 좆밥이 뭘 하겠는가.

그렇게 방황하다가 인생 조합을 하나 찾았다.

나의 첫 클리어를 도와준 그 조합.

힐오크 파이터 베오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