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방대한 일정 준비"…북러, '안보리 제재대상' 과학기술 협력도 박차

북한과 러시아가 최근 여러 방면에서 교류·협력을 강화하는 가운데 북한 국가과학기술위원장이 대표단을 이끌고 러시아 방문에 나섰다.

조선중앙통신은 14일 리충길 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 대표단이 전날 비행기로 평양에서 출발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이들이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진행되는 북러 정부간 무역, 경제 및 과학기술 협조위원회 과학기술분과위원회 제8차 회의에 참석한다고 보도했다.

주북한 러시아대사관은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 러시아 대사가 평양국제비행장에서 대표단을 전송한 소식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전하며 이들의 활동계획을 상세히 예고했다.

러시아대사관은 북한 과학기술 분야 대표단이 주요 연구중심(연구센터) 대표들과 과학기술 분야 전문가들, 외교관들로 구성됐다고 소개했다.

대사관은 이번 북러 과학기술분과위원회 회의를 통해 의정서가 채택될 예정이라며 "과학기술, 기초연구, 법규범 기초 실현 등 분야에서의 앞으로의 쌍무 협조 발전에 관해 이룩된 합의들이 반영되게 된다"고 밝혔다.

마체고라 대사는 의정서에 담길 수 있는 행사로 올해 9월 평양에서 과학대회를 조직하는 방안을 북한 대표단에 언급했다. 지난해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열린 북러 정상회담 1주년을 기념하는 차원에서다.

아울러 대사관은 "대규모 과학 및 교육연구소들과 기관들에 대한 참관"이 포함된 '방대한 일정'을 준비했다며 대표단이 모스크바국립종합대학, 기상수문 및 환경분석 중앙관리국,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등을 둘러본다고 밝혔다.

리충길 위원장은 발레리 팔코프 러시아 과학·고등교육부 장관 등도 만난다.

북한과 러시아는 지난해 9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 이후 각 분야 고위급 교류를 활발히 가동하고 있다. 지난달에만 북한 보건상과 교육상, 농업위원회 위원장 등이 잇따라 러시아를 찾았다.

특히 이번에 방러한 과학기술 분야 대표단의 경우, 대북 과학·기술협력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에 따라 크게 제한되는 분야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안보리가 2016년 11월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 2321호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기술 습득에 기여할 것을 우려해 북한과 과학·기술 협력을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의료협력 분야이거나 핵·탄도미사일과 무관함을 인정받을 경우에만 예외가 적용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지정학적 변화 속에서 북한과 접촉면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자신들도 과거 동의했던 안보리 대북제재를 아랑곳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편 김덕훈 북한 내각총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집권 5기'에 재지명된 미하일 미슈스틴 총리에게 축전을 보냈다고 중앙통신이 보도했다.

김 총리는 미슈스틴 총리가 "적대세력들의 가혹한 경제제재 책동으로 인한 유례없는 난관과 시련을 과감히 극복"했다고 평가하고 "조로(북러) 친선협조 관계가 앞으로도 계속 확대발전되리라는 기대"를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