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강민호.

강민호의 노련미가 돋보인 리드였다. 최충연 또한 강민호의 요구대로 정확히 제구, 사실상 승부처라 볼 수 있었던 박용택과의 승부를 승리로 장식했다. 박용택은 풀카운트서 예상치 못한 커브에 방망이를 헛돌려 고개를 숙였다.

삼성은 25일 잠실 LG전에 숨 막히는 투수전 끝에 1-0으로 신승했다. 8회말 1사 1, 2루 대위기를 실점 없이 벗어난 장면이 결정적이었다. 강민호-최충연 배터리가 박용택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삼성은 승리에 성큼 다가섰다.

삼성은 선발 아델만이 7이닝을 무실점으로 호투한 뒤 8회말 최충연을 구원 투입했다.

두 번째 투수 최충연은 안타 2개를 맞으며 흔들렸다. 최충연은 먼저 선두타자 유강남에게 좌전안타를 맞았다. 후속 정주현을 삼진으로 막긴 했지만 이형종에게 다시 중전안타를 맞아 1, 2루에 몰렸다.

LG의 타순은 박용택, 가르시아, 김현수의 중심타선으로 이어졌다.

1-0으로 앞선 8회말 1사 1, 2루, 백전노장 박용택과 피할 수 없는 외나무다리 승부였다.

최충연은 직구와 슬라이더 위주로 박용택을 공격했다.

직구 제구가 흔들려 2볼의 불리한 카운트에 몰리자 강민호는 슬라이더를 요구했다. 슬라이더로 카운트를 하나 잡고 2볼 1스트라이크에서는 다시 슬라이더로 헛스윙을 이끌어냈다.

강민호는 박용택이 슬라이더에 애를 먹자 다시 슬라이더를 요구했다. 이번에는 파울.

강민호는 슬라이더를 3개 연속 보여준 뒤 2스트라이크 2볼에서 직구로 승부를 걸었다. 하지만 직구가 또 빠져 풀카운트가 됐다.

물러설 곳이 없어지자 앞서 결과가 좋았던 슬라이더를 다시 결정구로 썼다. 하지만 이미 3번이나 본 박용택이 커트해냈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에 몰렸다. 박용택을 내보내면 1사 만루, 더욱 큰 위기에서 가르시아와 김현수를 막아야 했다. 직구로 스트라이크를 꽂을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 것이다. 박용택도 이를 모를 리 없었다.

강민호-최충연 배터리의 선택은 의외로 커브였다. 앞서 구사한 직구, 슬라이더와 20km/h 가까이 차이 나는 커브로 박용택을 무너뜨렸다. 박용택이 방망이를 헛돌리고 난 다음에야 공이 미트에 들어간 것처럼 보일 정도로 완벽히 속였다. 게다가 그 공은 스트라이크로 선언돼도 무리 없을 위치에 꽂혀 볼넷 위험도 방지했다.

이후 삼성은 가르시아 타석에 마무리 심창민을 올려 불을 끄고 승리를 지켜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