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긋하게 하라"

김한수 감독은 최근 덱 맥과이어에게 한 가지를 당부했다. 내용은 간단했다. '마운드에서 느긋하게 하라'는 게 골자였다.

맥과이어는 시속 150km를 넘는 빠른 공에 수준급 변화구를 갖고 있다. 2010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11번(토론토)에 뽑혔을 정도로 잠재력이 높다. 계약금으로 무려 200만 달러(23억8000만원)를 받았다. 그러나 삼성 유니폼을 입고 보여준 모습은 기대와 달랐다. 가장 큰 문제는 감정 기복. 마운드에서 쉽게 흥분했다. 볼을 던지다가 제풀에 꺾였다.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글러브로 입을 가리고 소리치는 장면도 꽤 카메라에 잡혔다. 포커페이스와 거리가 멀었다.

감독의 '당부' 이후 첫 등판은 지난 14일 잠실 두산전이었다. 이 경기에서 맥과이어는 5⅔이닝 2실점 하고 승패 없이 물러났다. 볼넷은 4개였다. 2-1로 앞선 6회 2사 3루에서 볼넷을 연거푸 3개 내주고 밀어내기로 동점을 허용했다. 볼넷에 무너졌던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김한수 감독은 다른 부분에 집중했다. 김 감독은 이튿날 "볼넷은 줬지만 움직임은 이전과 달랐다. 급해 보이지 않았다. (템포를 유지하지 못하고) 공을 잡고 바로 던지거나, 당황한 모습은 덜 보였던 것 같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맥과이어는 달라졌다. 감독의 얘기대로 편안함을 찾았다. 결과가 말해준다. 21일 대구 한화전에서 7이닝 4피안타 7탈삼진 3실점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관심이 쏠린 볼넷은 단 하나도 허용하지 않았다. KBO 리그 11번째 선발 등판 만에 처음으로 '무볼넷' 경기를 보여줬다. 리그 볼넷 1위라는 불명예를 잠시 잊게 하는 쾌투였다. 그는 "난 에너지가 많은 선수라서 마운드에서 흥분했다고 보일 수 있는 부분이 많다"며 "투구폼 교정을 함께하면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일관성을 찾는 게 중요했다. 투구할 때 서두르는 성향이 있었는데 그 부분을 수정했다"고 말했다.

맥과이어는 '볼넷'만 빼면 180도 다른 투수가 된다. 9이닝당 삼진이 9.15개로 김광현(SK·10.32개)에 이어 리그 2위다. 그러나 볼넷이 항상 발목을 잡았다. 흥분해서 자멸하는 경기도 적지 않았다. KBO리그 역대 14번째 노히트노런(4월 21일 대전 한화전)을 달성한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이유로 팀에서는 최대한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주려고 한다. 김한수 감독이 조언한 것도 비슷한 이유다.

일단 효과는 있다. 개막 후 9이닝당 볼넷이 6.08개였던 맥과이어는 최근 2경기에서 이 수치를 2.84개까지 낮췄다. "느긋하게 하라"는 감독의 말이 줄어든 볼넷 수로 나타나고 있다.

과연 얼마나 이 흐름이 이어질 수 있을까. 그의 다음 등판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