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형 믿고 따라와.”

삼성 고졸(덕수고) 신인투수 양창섭(19)이 구단 역사에 새 이정표를 새겼다. 양창섭은 지난 28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8 KBO리그 KIA와 정규시즌 원정경기에서 선발등판해 6이닝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데뷔전을 선발로 치러 무실점 승리투수가 된 고졸 신인은 2006년 류현진 이후 역대 두 번째다. 최고구속은 146㎞까지 측정됐고 스플리터와 슬라이더, 커브 등을 두루 섞었다. 스트라이크존을 과감하게 공략하는 배짱도 돋보였고, KIA 타선의 시선을 흐트러뜨리기 위한 의도적인 높은 공도 제구했다. 18세 6개월 6일로 역대 최연소 데뷔전 승리투수 기록도 새로 썼는데 양창섭은 “(강)민호 선배님의 리드대로 던졌다. 타자와 상대하는 것만 집중했는데 결과가 좋아 기분좋다”며 웃었다.

양창섭의 구위도 뛰어났지만 이를 극대화하는 포수 강민호(33)의 리드도 박수받을 만 했다. 빠른 공에 강점을 가진 KIA 타선을 상대로 슬라이더와 스플리터를 번갈아가며 배합하는 등 노림수를 비껴가려는 움직임이 엿보였다. 커브로 카운트를 잡아내며 KIA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는 노련함도 돋보였다. 양창섭은 “오치아이 코치님과 민호 선배님이 ‘많이 맞자’라고 말씀해주셔서 (결과에 대한)부담없이 던졌다”고 말했다.

고졸 신인의 무결점 투구를 이끈 강민호는 “경기 전부터 ‘형 믿고 따라와’라고 얘기했다. 볼을 던져야 할 때에는 따로 사인을 줄테니 스트라이크만 던지는데 집중하라. 구위가 좋기 때문에 자신감만 갖고 던지면 이길 수 있다는 얘기를 했다. 구위, 볼끝, 변화구 각 등 모든 부분이 좋았다”고 밝혔다. 그는 “KIA 타자들의 타격감이 워낙 좋아 시선을 흐트러뜨리기 위해 신경을 많이 썼다. (양)창섭이가 잘 따라와준 덕분에 정말 여러명 살렸다”며 웃었다.

첫 경기에서 완벽한 모습을 보였지만 냉정한 평가도 내렸다. 강민호는 “10승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아직 신인이라 시즌을 치르면서 어떤 벽에 부딪힐지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능성은 정말 무궁무진하다. 크게 될 투수이니 어릴 때부터 강하게 키우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타석에서도 완벽한 도우미 역할을 했다. 이적 후 네 경기 만에 시즌 첫 홈런을 신고했는데, 두점 차를 석점 차로 벌리는 사실상 쐐기 홈런이었다. 그는 “마지막까지 득점권에서 안타를 쳤어야 했는데 아쉽다.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지만 팀에 보탬이 돼야한다는 간절함이 더 크다. 내가 더 잘해야 팀이 산다. 더 잘할 수 있도록 집중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날 전까지 1안타 빈타로 마음고생을 했고, 팀도 개막전 승리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해 자신에게 책임이 있다는 미안함의 표현이었다.

삼성 김한수 감독은 “젊은 투수들이 (강)민호에 대한 신뢰를 갖기 시작하면 시너지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 기대처럼 양창섭의 역투를 이끌고 첫 홈런까지 쏘아 올리며 ‘민호효과’이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국가대표 터줏대감 포수 강민호의 새 시즌이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