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사자군단의 캡틴 김상수(28)의 타격감이 예사롭지 않다. 안타만 잘 치는 것이 아니라 전에 없던 장타 본능을 뽐내며 강한 2번 타자의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

김상수는 24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18 KBO리그 NC와 정규 시즌 4차전에 2번 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올시즌 삼성을 상대로 호투했던 정수민을 상대한 김상수는 1회말 첫 타석부터 볼넷을 골라내며 출루에 성공했다. 후속타자 이원석과 다린 러프의 안타 때 득점에 성공한 김상수는 2회말 무사 1루 상황에서 맞은 두 번째  타석에서 정수민의 3구째 싱커를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비거리 110m 투런 홈런을 때려냈다. 시즌 6번째 홈런이자 NC의 추격의지를 꺾는 귀중한 홈런이었다. 이날 김상수는 3타수 1안타(1홈런) 3타점 2득점 2득점으로 제 역할을 다했다. 팀도 7-2로 승리했다.

지난 시즌 크고 작은 부상으로 커리어 최소 출전의 불명예를 썼고 그로 인해 프리에이전트(FA) 자격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김상수였기에 올시즌 성적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했다. 하지만 시즌 초반 김상수는 극도의 부진에 빠지며 삼성 김한수 감독의 애를 태웠다. 그래도 김 감독은 “심리적인 영향이 클 것이다. 코치들과 나도 도움을 주고 있고 본인도 훈련을 열심히 하고 있다”며 꾸준히 믿음을 줬다. 김상수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하위 타선에 배치하는 배려도 했다. 김상수도 경기 후 늦게까지 특타를 하며 슬럼프에서 벗어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절치부심한 김상수의 노력은 빛을 보기 시작했다. 김상수는 지난 13일 한화전에서 3안타를 때린 뒤 완벽하게 살아났다. 24일 경기까지 10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시즌 초반 부진을 딛고 극적으로 부활한 김상수는 함께 살아난 박해민과 테이블세터를 이뤄 중심 타선 앞에서 매서운 공격력을 뽐내고 있다.

무엇보다 전에 없던 거포 본능을 자랑하고 있다는 점에서 예년과 다르다. 올해로 프로 10년차를 맞이한 김상수가 커리어에서 달성한 가장 많은 홈런을 터뜨렸던 시즌은 8개의 아치를 그렸던 2015년이었다. 2016년과 지난 해에는 3개가 고작이었다. 애초에 김상수는 홈런 타자로 분류되지 않았으니 그리 놀랍지는 않다. 그런 김상수의 올시즌 홈런 페이스는 무섭다. 이날까지 벌써 6개의 아치를 그려냈다. 26경기에서 6개를 때렸으니 단순하게 계산하면 30홈런 이상을 기록할 수 있는 페이스다. 30홈런 이상을 터뜨릴 가능성은 높아보이지 않지만 20홈런까지는 충분히 노려볼 만하다.

경기 후 김상수는 “요즘 감이 좋아서 팀이 2-3으로 쫓기는 상황에서도 제 스윙을 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 타격 코치님과 타격폼 교정을 했는데 내게 맞는 타격폼을 찾은 것 같다”고 밝혔다.

올시즌 KBO리그는 강한 2번 타자가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KIA의 로저 버나디나, 넥센 마이클 초이스 등 중장거리형 타자들이 2번 타순에 배치돼 공포의 테이블세터를 구축하고 있다. 이제는 김상수도 강한 2번 타자 대열에 합류할 태세다. 전에 없던 거포 본능을 갖추고 강한 2번 타자로 변신한 김상수의 화끈한 반전에 김한수 감독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