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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주의] 비숲2 진지하게 리뷰해봄

ㅇㅇ(220.116) 2020.10.09 17:00:15
조회 3801 추천 136 댓글 17

비밀의 숲 시즌1은 주변에서 많이 추천해준 드라마였어

직접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다양한 취향의 사람들이 많아서 선호하는 방향이 겹치는 경우가 많이 없었는데


다같이 입 모아 "안 봤으면 꼭 봐!" 라고 하는 걸 보고, '언젠간 보지 뭐..' 하고 2년은 넘겼던 거 같아.

한 번 보고 난 이후엔 몇 번을 돌려봤는 지 모르겠네


서사, 캐릭터 설정, 대사, 연출 다 좋아서 한 동안 푹 빠져있었을 정도였어

소설로 봤어도 담백하게 읽혔을만한 전개를 드라마로 본다는 느낌이었으니까


시즌1 찬사는 이곳저곳 너무 많으니까 줄일게. 우리한테 중요한 건 시즌2니까.


크게 두 가지로 나눠서 이야기할게. 연출 / 서사

먼저 가장 이야기가 많았던 연출부터 가자.


메인 소재가 너무 무거웠어.

대사를 줄이고 압축하자니 보는 사람들이 이해를 못할 수도 있고, 대사를 그렇다고 그대로 두자니 극이 늘어져

결국 내용상으로는 8부작밖에 안 될 것들이 16부작이 되어버리는 대 참사가 일어났어.


연출자 입장에서 시청자는 불특정 다수잖아? 말이 15세 이상 시청 가능이지 사실 초등학생도 맘 먹으면 볼 수 있어.

그래서 대상을 '남녀노소' / 아주 펑범한 사람, 초등학교 수준이 봐도 이해 가능한 정도의 레벨에 설정하고 만들 수 밖에 없었을 거라고 생각해.


불친절하면 불친절한대로.. 친절하면 친절한대로.. 참 힘들지.

그래도 선택해야지 뭐 어쩌겠어. 그러라고 연출자가 있는거고, 그래서 연출자가 마지막에 그 작품의 모든 영예를 얻는 거거든.


지속적으로 연출과 편집에 대해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 점 때문이라고 생각해.

다루는 주제가 정치적, 사회적, 직업적으로 무겁기 때문에 연출자가 의도적으로 논란이 될 것들을 피했어.

설명할 것들은 다 하고, 극 자체를 가볍게 설정했어. 오판이었다고 보는 게 맞는 것 같다.


시즌2부터 보기 시작한 사람들한테는 모르겠어. 그냥 무난한 평작은 될 수 있을 거라고 봐.

하지만 코어 팬들(시즌1~)에게는 최악의 작품이지.


비밀을 찾아 쫓다가 쫓다가 마지막에 반전에서 뒤통수를 후두려 맞는 걸 기대하는 사람들이 보는 장르물에서 꽤 위험한 도박이었고

망통급의 똥패였지.


영국 드라마 셜록, 다들 많이 알 거라고 생각해.

극의 템포를 올리거나 대사로만 풀어가기 애매한 장면들을 셜록은 CG로 처리하곤 해.

셜록이 찾은 단서가 어떤 물질이고, 이 사람이 몇 시에 죽었고 하는 식의 추리 내용을 텍스트로 보여주거나 하는 방식으로 말이야.


시즌2는 둘을 같이 썼어.

CG를 굳이 쓰지 않고 샷으로 표현할 수 있는 장면도 CG를 사용했는데 그다지 효율적이지 못했어.

초반에 가끔 등장하는 신문 기사 씬 텍스트 강조 CG는 개인적으로 최악이었다고 생각해.


내가 배운 영화 / 드라마 연출 기법에서 CG를 고민해야하는 상황은 2가지 밖에 없었어.

CG를 쓰는 게 직접 찍고 편집하는 것보다 더 싼가 / 관객이 봤을 때 더 이해하기 쉽고 몰입하기 용이한가


글쎄.. 판단에 맡길게


이제 서사로 넘어갈게.


영상적인 부분과 시즌1을 드러내고 시즌2만 본다면 시나리오(서사)는 수작이야.

시즌1의 주제를 계승하고, 이창준이 남기고 간 것들을 느껴가며 살고 있는 캐릭터들을 보여주고 있어.


그런데 왜 우리가 시즌1처럼 2를 공감을 못하냐면 서사 전개 방식이 달라져서 그래.


시즌1은 검찰과 이창준이 주인공이었어. 황시목이라는 서사를 쫓는 인물을 통해 극에 몰입하고, 카타르시스를 터뜨렸어.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인물이 점점 화가 진행될 수록 감정이 살아나고, 알아가고.

마지막에 사람들을 잃으며 그 감정이 터져버리는 순간에 이창준의 죽음과 작가가 던지고 싶은 주제, 명대사를 쾅!


이게 인물의 명/암에 대한 호불호가 갈릴 지언정 극을 풀어나가는 방식에 대한 호불호가 많이 없었던 이유였지.


그러나 시즌2는 달라.

황시목이라는 인물로 극에 몰입할 여유를 주지 않아.

시즌1을 봐 왔던 사람들은 황시목을 통해 극을 따라가고 싶은데, 연출이 그렇지 않아. 이야기 전개 방식도 그렇지 않아.


감정선도 오히려 황시목보다는 한여진 쪽으로 많이 치우쳐있고, 경찰 쪽 이야기를 많이 대변해.

게다가 중간 중간 한조, 서동재가 등장하며 맥커핀과 단서들이 뒤엉키고 작가가 던져주는 거짓 정보가 앞을 흐리게 해서 집중하기 쉽지 않았어

그래서 난잡하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는데 결말마저 '엥?' 하고 끝나버리니까 좀 아쉽네.


개인적으로 시즌2는 시즌1에서 이창준의 죽음으로 막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파괴된 시스템, 무너지기 시작했던 시스템"이 여전히 무너지고 있고

일반인들, 보통 사람들의 안전 마지노선이 붕괴했다는 걸 보여준 작품이라고 생각해.


https://www.youtube.com/watch?v=cIDyeKcfh0g


16화 中

"대한민국이 무너지고 있다.

지금 현실은 대다수의 보통 사람은 그래도 안전할 거란 심리적 마지노선마저 붕괴된 후다. 사회 해체의 단계다.

19년. 검사로써 19년을 이 붕괴의 구멍이 바로 내 앞에서. 무섭게 커가는 걸 지켜만 봤다.


설탕물밖에 먹은 게 없다는 할머니가 내 앞에 끌려온 적이 있다.

고물을 팔아만든 3천원이 전재산인 사람을 절도죄로 구속한 날도 있다.


어젠 그들을 구속하고, 밤엔 밀실에 갔다...


(중략)


부정부패가 해악의 단계를 넘어 사람을 죽이고 있다. 기본이 수십, 수백의 목숨이다.

처음부터 칼을 뺐어야 했다. 첫 시작부터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조차 칼을 들지 않으면 시스템 자체가 무너진다.

무너진 시스템을 복구시키는 건 시간도 아니요 돈도 아니다. 사람의 피다. 수 많은 사람의 피.

피의 제물은 현재 진행형이다. 바꿔야 한다.


(중략)

나의 이것이 시작이길 바란다.


이 내용을 결국 시즌2에서 현실화시켰어.


그래서 시작도 부자, 재벌 아들내미가 인생 사진을 찍겠다는 이유로 해안 안전선을 뽑아 던진 걸 고른 것 같아.

그 뒤에 우연은 좀 그렇지만.. ㅋㅋ


전관 변호사의 아들이 오랫동안 자신을 괴롭히던 일진들을 죽인 것도,

그 일진들이 가난한 집 아이들인 것도

서동재가 납치되고, 그 서동재 납치때문에 우태하가 계획을 세우고, 그게 들키고 무너지는 것도


그리고 이번 작품 서사의 주인공이 검찰이 아니라 경찰, 그리고 한여진인 것도

보통 사람들의 안전 마지노선이 윗선의 부정부패와 해악에서부터 무너지기 시작한 걸 암시하는 것들이라고 봐.


민생치안의 상징인 경찰, 그 윗선인 정보(행정)경찰과, 검찰, 국회의원이 서로 이득을 취하기 위해 숨길거 숨기고 가릴 거 가리고 침묵하는 동안

어딘가의 안전선이 무너지고, 보통 사람들의 피가 제물이 된다.


강원철 지검장이 지검장 자리를 그만두게 된 것도, 이연재가 한조를 먹는 것에 집착하는 것도 이창준의 그림자때문이고.

드라마마저 이창준의 말로 시작해 이창준의 말로 끝나는 이창준의 숲.


시즌3가 드라마 제작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책으로라도 나왔으면 좋겠네.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 공감을 얼마나 받을 지는 모르겠지만 생각을 공유해보고 싶어서.

즐거운 하루 되길 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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